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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pr 08. 2018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후기

퀴어 영화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설파하는 영화.

바흐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썼지만 사실은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세상이 너만큼만 역겨웠으면 좋겠어.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난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가장 예상치 못할 때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단다. 아빠가 여기에 있다는 것만 기억해.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평생 느끼지 않고 싶을지도 몰라.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네가 분명히 느꼈던 것을 느껴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잖니. 어쩌면 우정 이상이었는지도. 난 네가 부럽다. 내 위치에 있는 부모 대부분은 이런 일이 없길 바라겠지. 아들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라며 기도했을 거야.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다가 30살 쯤 되면 파산하는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있니?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한 가지만 더 말할게. 들으면 좀 나아질거야. 나도 거의 그럴 뻔 한 적은 있지만 너희 둘 같은 사이는 절대 경험하지 못했어. 뭔가 나를 막았거나 훼방을 놓았지. 어떤 삶을 살던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몸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때가 와. 근처에라도 와주면 감사할 정도지.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퀴어 영화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을 설파하는 영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이탈리아 팔레르모 출신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2017년 작품이다. 남자들간의 '동성애' 를 그렸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만 유독 배척받는 영화가 됐지만 그가 그려낸 섬세한 이탈리아의 풍경과 정취들은 영원히 남을 듯 싶다.



1983년 이탈리아. 열 일곱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는 가족들과 함께 여름이면 찾아가는 가족 별장에서 한가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어느날 스물 네 살의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 가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 의 보조 연구원으로 오게 되면서 첫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



일단 나는 동성애에 관해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이다. 그네들을 '똥꼬충' 이라 부르며 욕할 이유도 없고 남성들간의 섹스를 '드라이 오르가즘' 을 위한 아주 좋은 조임이라며 찬양할 당위성도 없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남성-남성의 사랑을 떠나, 굉장히 관능적인 연출과 함께 영화에 깔리는 모든 잡음들 마저 뜨겁고 습한 한 여름의 기억들을 되살리게 하는 아주 좋은 영화라 이야기하고 싶다. 남성들간의 사랑도 이토록 애틋하고 저돌적일 수 있구나 싶은 영화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위들이 사람들에게 배척받는 일임을 알면서도 이성간의 그것보다 더 어쩔 수 없이, 마치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이야기의 핵심은 영화의 후반 30분에 모두 담겨있다. 특히 타인의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하지만(심지어 어머니의 목소리마저) 올리버의 목소리만은 또렷이 기억하는 엘리오의 모습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끝을 맛본 아들에게 아주 진지하고 객관적이고 한 발 더 나아가 모종의 동조까지 하는 엘리오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와 영화 원작(그해, 여름 손님) 의 작가인 안드레 애치먼이 대중들에게 '동성애에 관해 이정도의 시선은 가져달라' 는 어떤 의견이기도 하다. 동성애에 관한 찬-반을 떠나서 너무나 아프고 애틋하고 눈부신 여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아주 묘한 영화다.







길거리에서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 자전거 바퀴 휠이 돌아가는 소리, 비포장도로의 질감, 복숭아 과즙을 손가락으로 짜내며 뭉개는 소리, 담배를 내뿜는 느낌, 영화의 마지막,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영화 전체에 깔리는 피아노 선율과 사운드 트랙 등, 뜨거운 이탈리아 여름의 비쥬얼과 함께 음향감독이 좀 미쳤나 싶을 정도로 유독 '소리' 에 집중을 한 영화다.


그리고 엘리오역을 맡은 티모시 살라메의 거의 모든 연기와 제스쳐, 눈빛등이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다.






















+

본작의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캐릭터에 대한 표현력이 어디서 좀 봤다 싶었는데 '비거 스플래쉬(2016)' 의 감독이었다.




배우들의 눈빛을 잡아내는 건 거의 어떤 반열에 오른 듯.



















++

남성들간의 섹스에서 성병이나 에이즈의 보균자가 되어 이성에게 무분별하게 온갖 더러운 것들을 옮기는 행위에서의 동성애는 극도로 혐오하는 편이긴 하다. 부디 그네들의 테두리 안에서만 어울렸으면 좋겠다. 게이 퍼레이드를 한답시고 다 벗고 그걸 신나게 흔들지도 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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