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 바람 바람 후기
바람에 대한 비루한 고찰.
나 결혼 20년 차지만 아내랑 섹스할 때 키스해!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을 살자고.
바람에 대한 비루한 고찰.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불륜을 소재로 한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muzi v nadeji / 2011)' 의 리메이크작이다. 어디에도 해당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는 이야기는 없고, 소재고갈에 따른 은밀한 리메이크 정도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불륜을 희화화한 어설픈 지점들을 우스갯거리 농담만으로 때우려고 하지 않은게 눈에 너무 잘 띄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썩 훌륭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코미디다.
20년 동안 숱하게 바람을 피운 '석근(이성민)' 은 돈도 들지 않고 아내에게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바람을 피우는 상상이라도 해보라며 매제인 '봉수(신하균)' 에게 '제니(이엘)' 를 소개한다. 봉수의 아내이자 석근의 동생인 '미영(송지효)' 은 유학시절에 만난 봉수에게 늘 '아이' 만을 원하게 되고, 그를 자신의 자궁에 정자를 제공해야하는 남성 이상으로는 보지 않는다. 제니와 봉수가 본격적으로 엮이면서 평범하던(?) 일상들이 모두 꼬여간다는 이야기.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에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배우들의 말빨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다. 원작의 정체가 어찌됐든 찾아 볼 생각은 없으니 차치하고, 드문드문 해결되지 않는 장면들과 컷을 완전히 날려먹는 어리둥절한 이야기가 도처에 깔려있지만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이병헌 감독(영화 '스물-2014-' 로 유명세를 탔던) 의 노력이 보이기는 하는 영화다.
본작의 가장 큰 패인은 봉수의 바람녀로 등장하는 제니가 너무 치명적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 딱 봐도 이엘보다 미영이 더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굳이 이엘의 몸만 강조하며 되도않는 별 자극적이지도 않은 씬들을 우겨넣었다.
이엘이 아무리 가슴골을 보여줘도 송지효의 집순이 티셔츠 보다 안 섹시하다.
19금 영화인데도 여배우들의 노출이 1도 없는 점을 보면 한국 영화판에서 여배우들이 얼마나 자신의 몸을 아끼는지 잘 알 수 있다(아마 15세로 가려다 청불 먹은 듯).
요즘 부부들은 섹스할 때 옷을 다 입고 하나봐?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바람을 피며 살아가고 있고 마치 그것이 부부 생활에 꼭 필요한 자극임을 설명하는 영화 같지만 어찌됐든 다 끼리끼리 모여 산다고, 제정신 아닌 캐릭터들의 향연 같은 영화다. 실재로 저런 인간들이 도처에 깔려있다면 외도와 불륜의 왕국이지 한국은.
그나마 건질만한 건 이성민의 과장된 연기와 신하균의 특유의 싸이코 같은 연기.
이성민의 노래방 씬에선 아마 68%의 확률로 빵 터지게 된다.
신하균의 싸이코 연기는 킬러들의 수다(2001), 복수는 나의 것(2002), 지구를 지켜라(2003), 박수칠 때 떠나라(2005) 때 만큼은 아니어도 아직 충분히 매력적이다(좀 오글거리긴 해도).
석근의 아내, 고담덕으로 나온 장영남 누님이 이따위로 휘발되는게 너무 아까웠던 영화.
이런류의 어설픈 한국 영화들은 앞으로도 믿고 거르고 싶지만 까더라도 보고 까야 제맛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