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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Apr 09. 2018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후기

우리 짐 핼퍼트가 이렇게 성장했어요(?)♥︎

소리내지 않으면 살 수 있다.













우리 짐 핼퍼트가 이렇게 성장했어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압도적으로 무시무시한 영화다. '소리' 에 반응하는 미지의 생명체와 대결을 벌이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



어느날 지구에 출현한 괴생명체. 인류는 굉장히 많이 사라진 상태이고 희망은 없다. 괴물들에 대한 단서들 중 단 한가지 확실한 건, 소리를 내면 곧바로 죽임을 당한다는 것.



이 단순하고 짤막한 소재 하나로 이만큼의 서스펜스를 이끌어 내던 영화가 또 있었던가. 불빛을 없애면 몸이 사라지는 '베니싱(2010 / vanishing on 7th street)' 이나 불을 끄면 귀신이 등장하던 '라이트 아웃(2016)', 그리고 맹인의 손아귀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던 '맨 인 더 다크(2016)' 등과 비슷하다. 또한 미지의 크리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클로버필드 10번지(2016)' 같은 영화와 견줄만 하다.


스토리에 대한 다소 불친절한 소개는 오프닝 다리 씬 하나로 모두 설명된다. 그야말로 관객에게 압도적으로 긴장감을 주고 심장이 조여오는 고통을 선사하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 에만 반응하는 눈 먼 괴물에 대한 영화다. 이미 인류는 그것들에게 많이 희생되었고 괴물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말 그대로 찍 소리만 내도 고도의 청각을 이용해(후각도 시각처럼 없는 듯) 득달같이 달려들어 인간의 목숨을 앗아간다. 


본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주인공 '리(존 크래신스키)' 의 첫째 딸 역할을 맡은 '밀리센트 시몬스(레건 애봇)' 의 존재감. 






날 때 부터 귀가 들리지 않아, 당연히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 덕분에 가족 모두는 수화로 대화를 한다. 어찌보면 단순한 인물설정이긴 하지만 소재에 딱 맞는 아주 그럴듯한 설정이다. '세계의 모든 정부나 군에서 괴물을 물리치는 방법(레건의 존재 이유)을 진작에 연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미칠듯이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사람을 도륙하는 크리쳐의 특징 하나로 '그러려니' 하게된다. 


리의 부인으로 나오는 '에밀리 블런트(에블린)' 의 연기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처음이자 끝. 







소리를 내면 죽는 세계에서 신생아를 등장시키는 요소도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소리가 주인공인 영화이기 때문에 '묵음' 으로 처리해 버리는 장면들이 압권이고 괴물이 등장하며 내는 흉폭한 사운드는 '소리' 만으로 관객을 이정도로 압도할 수 있구나 싶은 독특한 영화적 폭력성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모든게 다 주연과 감독을 한 존 크래신스키가 완성한 작품이다.





나에게 그는 그 어떤 작품들 보다 먼저 미국 드라마 '오피스(the office)' 의 짐 핼퍼트로 더 익숙하다.






다소 착하게 보이는 마스크와 훤칠한 키, 그리고 웅얼거리는 목소리 톤은 오피스 이후 여러 조연-단역들을 맡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각본-주연-감독직을 해내다 드디어 콰이어트 플레이스로 감독으로서의 엄청난 파워를 입증한다. 시즌을 아홉 개나 했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던 미드라서 오피스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은 개인적으로 커리어적인 면에서 좀 잘 되길 바라는 느낌이 짙다. 참고로 극중 부인으로 나오는 에밀리 블런트와는 실제 부부사이다(부럽♥︎).




딱 봐도 크리쳐의 cg에만 살짝 돈을 들였을 뿐, 등장인물도 적고 배경 또한 많지 않아서 저예산 영화임이 분명한 작품이지만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긴장감이 뛰어나다. 한국에선 대체 언제 이런 좋은 서스펜스 영화(게다가 sf)를 만들 수 있을까. 2018년 상반기 영화들 중 '쓰리 빌보드(2017)' 에 이어, 단연 돋보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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