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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Jul 29. 2018

영화 어느 가족 후기

실제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가족.

다 같이 조금씩 가난해 지는 거구나.




여동생한텐 시키지 마라.




누군가가 버린 걸 주워온 것 뿐이에요.




-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해요.

-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죠.




(모두들... 고마웠어...)




(아빠...)














실제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가족.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는 가족. 어느날 집 앞에서 울고있던 어린 소녀를 데려와 키우게 된다는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제 가족 영화에 어떤 경지에 이르른 연출력을 보여준다. 가정이 파괴되고 1인 가족이 늘어나는 게 당연한 게 되어버린 요즘, 영화 어느 가족은 여러가지 생각을 던져주는 아주 좋은 영화다. 어린 자녀들에 대한 심각한 학대와 방치, 치정극이 낳은 살인, 남편의 바람, 부모의 무관심 등 수면 아래에서 아직 사회로 돌출되지 않은 '가정' 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당하던 이들이 모여, 아주 허름한 집에서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구별된 개인적 공간이라곤 없는 이 작은 방에서 '가장' 노릇을 하는 존재는 공사판을 전전하는 '오사무 시바타(릴리 프랭키)'. 그는 '아들' 역할인 '쇼타 시바타(죠 카이리)' 와 마트를 돌며 도둑질을 한 것들로 가족들의 생필품과 먹거리를 제공한다.





늘 아들 역할인 쇼타에게 '아저씨' 가 아닌, '아빠' 라고 불리우고 싶은 오사무는 쇼타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



가정의 '엄마' 노릇을 하는 '노부요 시바타(안도 사쿠라)' 는 이 집안에서 홀로 정기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원래 술집에서 술을 따르던 인물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세탁 공장을 다니며 보탬이 되려 한다. 가끔 세탁물에서 나오는 돈이나 장신구를 곧잘 챙기기도 한다.



이 가정의 세 번째 위치이자 노부요의 동생이고 오사무의 처제인 '아키 시바타(마츠오카 미유)'.






분명 고등학생 신분이지만 '딸' 이 아닌 '동생' 이라는 그녀의 포지셔닝은 가족들 중에 유독 복잡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학교 대신 성인 풍속점에 나가 소소하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가정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쇼타 카이리는 오사무가 알려준 방법으로 물건을 훔치며 생활한다. 학교를 가는 아이들을 보며 '집에서 공부하지 못해서 학교를 가는 것' 이라는 시크한 말뽄새가 매력이다.





오사무와 노부요가 주워온 여동생에게 물건 훔치는 법을 전수하고 싶어한다.



집 문 앞에서 떨면서 울고 있는 '유리(사사키 미유)' 는 오사무와 노부요가 주워왔다.





이윽고 이 집의 둘째이자 첫 딸이 된다. 엄마가 새 옷을 사주면 심하게 때리는 기억 덕분에 새 옷을 사러 가기 싫어한다.




마지막으로 이 가정의 대들보이자, 공식적인 정기 수입을 지니고 있는 '할머니' 역할의 '하츠에 시바타(키키 키린)'.






이미 고인이 된 자신의 전남편에게서 나오는 연금으로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노부요의 동생인 아키를 '선택해' 데려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미 가정에서 버림받거나 가정에 상처가 있는 인물들, 그리고 가정을 버린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는 설정이 참 독특했다. 이들의 집은 고성이 오가지도 않고 늘 웃음소리만 넘쳐난다.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으니까 실망도 하지 않는 가족' 이라는 슬로건(?) 으로 하루하루 연명할 뿐인데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먹을게 없으면 훔쳐오면 되고 돈이 나올 구멍이 보이면 어떻게든 얻어내기만 하면 된다. 이들을 보면서 현실적인 삶의 질이라는 문제를 떠나,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분명 피가 섞인 가족이긴 한데 그 미명하에 함부로 대하고 가차없이 가족 구성원의 가치를 절제해 버리는 기술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듯. 옆에 존재해 주는 것 그 자체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가족' 이라는 이름은, 그 안에서 최대한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제일 잘 아는 존재이기에 무시하고 학대하는 게 아니라.



영화 어느 가족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는 뭐니해도 처제 역을 맡은 '아키' 의 이야기.


성인들이 들락거리는 풍속 샵에서 옷을 벗고 대화를 나누며 돈을 버는데 말을 하지 못하는 손님의 사정을 듣고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꽉 끌어안는 장면이 있다. 최근들어 사는거나 인간관계가 너무 퍼석해 져서 저런 위로를 나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들어, 순간 움찔. 했던 씬이다. 이래서 남자들이 저런 곳에 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자면 오사무는 노부요가 나오는 술집에 들락 거리던 인물이고 그녀의 전 애인을 살해해 집안에 묻었다('내가 이 일을 두 번이나 할 줄이야'). 하츠에의 전남편은 죽기 전에 바람이 나, 두 번째 부인을 얻어 아들을 낳았고 하츠에는 전남편의 이름으로 나오는 연금을 받는 신세. 그가 낳은 아들의 두 딸 중에 첫째인 아이를 데려다 키우기로 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아키다. 아키는 풍속샵에서 일을 할 때 가명으로 그녀의 여동생 이름을 쓴다. 집에선 아키가 유학을 간 뒤 그곳이 너무 좋아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망나니 같은 딸이니 가출한 뒤에도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찾지 않은 모양. 쇼타는 노부요와 오사무가 '전문 털이' 를 하던 시절, 털려던 차에 있던 아이였다. 아마 신고를 할까 데려온 모양이지만 쇼타도 친부모들이 싫었던 모양. 마지막 가족 구성원인 유리는 친부모들에게 학대를 심하게 받던 아이였다. 아이가 사라진 뒤에도 유리의 부모는 실종신고를 하지 않고 버티다 어린이집 원장의 추궁에 결국 입을 열었다. 도둑질을 하다 쇼타가 경찰들에게 잡히기 싫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후 붙잡혀 병원에 입원하면서 이 가족들의 전모가 세상에 밝혀진다. 이 가족은 행복했는데 세상 사람들은 행복했을리 없다고 이야기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로 2018년 칸 영화제 최우수상인 '황금종려상' 을 받는다.






이 때 한국에서 출품한(?)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이었다.








내가 다 쪽팔린다.






앞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은 아무 정보 없이(이 영화도 그랬음) 볼 듯. 이전 작들 역시 다 챙겨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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