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많은 것을 견뎌 온 그대에게 드리는 글

by realnorth

안녕하세요.

우리 회사 공채에 지원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고 함께 고생했는데,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지원한 이번 입사시험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서 마음이 좋지 않네요.


저는 오늘 하루 여러가지 일들을 했어요.

현재 제가 진행하고 있는 일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업체와 2시간 가까이 회의를 했고,

또 옆팀 팀장님이 진행하는 일을 도와드리기도 했죠.


때때로 옆사람과 잡담도 했고,

날씨가 좋다거나,

누군가가 어제 밤 늦게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떠들어대기도 했어요.


이런걸 보면 인생이라는게 참 우습죠?

분명 당신은 어제 마음이 좋지 않았을꺼고,

갑자기 모든게 자신없다 생각되기도 했었을꺼고,

어쩐지 억울한 마음도 들었을꺼고,

알게 모르게 조금은 화가 나기도 했을 꺼에요.

그런데 저는 잡답도 하고, 일도 하고, 점심도 먹고, 어떤 면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를 보냈어요.

우리는 이렇게 각기 다른 하루하루를 매일같이 살아내고 있는거죠.


우스운 대목이란 바로 이런거 같아요.

나에게 커다란 어떤 일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혹은 "커다랗다"고 말하기엔 적절치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꽤나 신경쓰이는 어떤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말입니다.


이런걸 보면 삶이라는게 참 우습죠?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 치열함을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이해받기는 쉽지 않은 일인것 같아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마음을 많이 쓰기 힘든게 사실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살냄새나는 인생을 살고 싶어서, 저 나름의 인생을 살면서도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네요.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어요?

가끔 닥치는 좋지 않은 일들 때문에 지나치게 절망하거나, 우울해 하나요?

아니면 아주 쉽고 간단하게 마음의 짐을 털어버리고 씩씩하게 나아가는 편인가요?


사실 저는 어떤 일이건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사실 그동안 지켜봐온 당신은 나보다는 그런면이 덜한 사람 같아요.

사실 그래서 당신의 마음이 그렇게 많이 걱정되지는 않아요.

씩씩하게 잘 해나갈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습지만 이렇게 닭살돋는 편지를 쓰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당신을 위로하기 위함입니다.


좋지 않은 일이 있다고 해서, 그걸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기만 해서는 안되요.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을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주눅들거나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당신에게는 이런 말들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힘들고 괴로운걸 많이 말하는 타입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나약한 사람같아보이진 않았거든요.

사실 이런 말들이 필요한 건 저 자신일지도 몰라요. 저는 힘들고 괴로운 일에 대해 온몸이 지쳐 나가떨어질떄까지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다만 당신이 하나는 알았으면 해요.

당신은 살아오면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오래도록 견뎌왔고,

그리고 그 세상이 언젠가 당신을 알아줄 때가 되기를 기다렸고,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다는 거요.


누구나 단점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고, 또 잘하는게 있고 뛰어난 점이 있기 마련이죠.

당신에게도 무언가 단점이 있을수 있겠지만, 저는 당신의 뛰어난 점들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그들의 어려움과 함께하며 더불어 견뎌가는 것.

그런게 인생인거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자기 자신을 견뎌내는 것이겠죠.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자신, 부족한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하는 나 자신, 그런 자기 자신을 견뎌내는 것 말입니다.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회사에서는 매우 짧고 형식적인 결과만을 알려줬을 것으로 생각해요.

면접에서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려줄 수 있다면, 당신의 다음번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직급이 낮은 관계로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무언가를 도와주지 않더라도, 당신은 곧 좋은 기회를 맞이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아마 누구보다 훌륭하게 잘 해내실꺼에요.


어제 퇴근해서 아내에게 당신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가 제게 그러더군요.

"당신이 그 사람 일 잘할꺼 같다고 했으니까 곧 더 좋은데 갈게 분명하다고.."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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