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alnuke Dec 21. 2024

내가 설명해 줄게, 야구. - 프롤로그

1화. 프롤로그


난 야구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두드러지는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잘하는 슈퍼스타 한 명이 미친 듯 질주해서 공을 골대에 넣으면 점수가 나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라,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 하더라도, 다른 타자의 활약에 힘입어 홈플레이트를 밟아야 비로소 점수가 나게 되는, 말 그대로 팀스포츠이며, 몸싸움 없이, 서로 충분한 준비를 한 후에 승부를 하는 공정한 스포츠라 생각하며, 시간제한이 없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 수 있는 그런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수마다 기량의 차이도 많이 나지만, 기량의 종류도 많기 때문에, 작전이나 전략에 따라 그에 적합한 선수가 달라지기도 하는 복잡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뒤에는 옆의 그림처럼 게이트볼 장이 4개가 있었다. 정사각형으로 생긴 게이트볼장 4개가 2줄로 2개씩(2X2) 붙어있었고, 그 사이에 약 10cm 높이의 시멘트로 된 경계벽이 있었다.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게이트볼을 치러 오시기 전까지 4개를 야구장으로 사용했다. 시멘트 경계 때문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땅볼수비도 어려웠으며, 공도 제멋대로 튀었지만, 그렇게 노는 것 자체가 그저 즐거웠다. 

더군다나, 야구는 팀스포츠이기 때문에 1팀에 9명씩 총 18명이 필요하니, 부족한 선수를 채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어울릴 수 있게 되고, 서로 배려하는 법도 싸우는 법도 배워가며 사회성도 어느 정도 길러졌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거의 매일 학교를 마치고는 야구를 하러 나갔었다. 물론 당시에는 테니스 공으로 야구를 했고, 사람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편을 갈라 야구를 했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즐거운 생활이었다.




나처럼 어릴 적 야구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하나씩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야구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축구나 농구처럼 승부욕이 강하여 격한 몸싸움을 즐긴다던가 하는 호전적인 성향이 아닐 것이라는 나만의 편견도 가지고 있다. 야구에서는 던지는 투수도 준비할 것 다 준비하고, 하고 싶은 루틴 다 하고 던질 수 있으며, 치는 타자도 오는 공을 치기 위해, 연습스윙 두세 번 하고, 하고 싶은 루틴이 끝날 때까지 서로 기다려 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실제로 몸싸움이 격한 스포츠와 스포츠에 대한 승부욕에 몸싸움을 격렬하게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천사 같고 착한 사람인데, 스포츠나 승부가 걸리면 호전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이중적인 사람들을 목격한 경우를 수 차례 겪었는데, 나와는 성격의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사람에 상관없이 그럴 일 자체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깊은 생각을 해야 할 만큼 충분히 복잡한 경기규칙을 갖고 있어서, 아드레날린에 헐떡이며 격한 몸싸움을 하지 않고, 스포츠를 하는 것도, 관전하는 것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전략을 나름 분석하는 재미가 있는 야구를 나는 좋아한다.




대부분의 여가활동이 그러하듯, 스포츠도 같이 즐기는 사람이 있을 때 더 재미가 있다. 야구의 룰을 잘 아는 친구랑 야구장에 가면 혼자일 때 보다 더 즐겁게 경기를 즐기다 올 수가 있다.


그러나, 당신의 여자친구와 야구장을 가게 되었는데,


오빠, 나 야구장 처음인데, 야구 어떻게 보는지 알려줄 수 있어?


라는 질문을 하면,


그럼, 내가 다 설명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자.


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막상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게 되면 야구를 보는 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시간 안에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야구에 대해 무지한 사람을 경기를 즐길 만큼 이해시키는 것이 가능한 분이 계시다면, 난 그분을 존경할 것이다.

그리고, 야구의 규칙에 대해 한 시간 만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계시다면, 그분 역시 존경할 것이다.




야구와 그 규칙을 설명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축구처럼 "상대방 골대에 공 차 넣으면 우리가 1점 따는 거야"라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도 없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말도 더듬을 것이고, "만약, 그렇다면, 왜?"라는 대답하기 어려운 의문사에도 대답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 설명하는 사람의 설명이 막히거나 이해하는 사람이 이해를 못 하거나 하면, 누구 하나 짜증을 내게 될 수도 있고, 이해를 포기한 채 여자친구는 9회 동안 야구가 아닌 야구응원만 눈치껏 함께하다가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야구팬들을 대신해서 야구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야구경기 관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추려서, 야구에 대한 이야기와 그 규칙을 설명하는 글을 16화짜리 시리즈로 작성해 보고자 한다. 흩어진 조각 같은 규칙들을 고되게 모아서 만든 설명 뒤 찾아오는 피로 대신, 경기장을 나오는 평화로운 발걸음과 웃음을 바라면서 말이다. 당신이 뜨거운 경기관람을 준비하는 동안, 여자친구에게 보여줄 선행학습자료를 재밌고 쉽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 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