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은 단어를 떠올리는 순서이자, 정서를 이해하는 수단

4화. 언어는 정서라고 한다.

by Cafe du Monde
언어는 정서인 것 같아요.


출처 : 심야식당, 조진웅 편


조진웅 배우님이 모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사투리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했던 말이다. 비록 그는 부산사람이지만, 다양한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배역을 연기를 해 왔다고 한다. 그는 사투리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그 것을 배움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는, 격하게 공감되는 말을 했었다.


지구촌이라는 개념에서 볼 때, 영어도 하나의 사투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주도 사투리처럼 아주 배우기가 힘든 사투리 말이다.




사람들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한다. 오늘 대한민국 월드컵 결승전을 치루었고, 나는 그 경기를 보지 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스포츠뉴스 아나운서를 통해 경기결과를 접하게 될 텐데, 한국에서는


오늘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월드컵에서, 오늘.


라고 말할 것이다. 똑같은 내용을 전하는데, 단어의 순서가 다르다.


듣는 한국 아나운서는 "우승하지 못했습니다"를 맨 마지막에 말할테니, 청자들의 실망이라는 감정은 문장이 끝나야 비로소 제대로 몰려올 것이다. 비록, 아나운서의 표정과 어투에서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반면, 미국 아나운서는 "우승하지 못했습니다"를 주어 다음 바로 말할테니,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청자들은 결론을 알 수 있고, 실망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좋은 소식을 발표할 때나 수상소감 등을 연설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발표자의 말이 모두 끝나고 난 다음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이미 박수와 환호소리에 발표자의 말이 묻혀서 잘 들을 수 없는 경우를 각종 매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출처 : Pixabay


어떤 두 나라가 언어의 문법의 차이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정서의 차이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결론을 알려주는 말이 맨 마지막에 나오지 않으니, 마지막까지 긴장하며 듣지 않아도 그 문장이 끝나기 전에 요지를 미리 알 수가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결론을 알려주는 말이 맨 마지막에 나오니까, 그 문장이 끝나야 그 요지를 알 수가 있다. 이 것이 한국사람들에게 "빨리빨리"문화를 정착시킨데에 어느 정도 기여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가설을 세워본다.




영어에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시제가 있다. 학창시절 학기 초, 그것도 3월 중에 배웠던 내용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할 때 쓰는 시제이다.


출처 : Pixabay


I am running now - 나는 지금 달리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어에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시제가 없다. "I am running now"을 프랑스어 표현으로 바꾸면,


I run now - 나는 지금 달린다.


가 된다.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에게 왜 너네 언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시제가 없냐고 물어봤더니, 현재진행형이라는 시제의 실효성에 대해서 오히려 되묻더라, 도대체 저 위 두 문장이 뭐가 다르냐면서. 나는 그때 속으로 "프랑스인들은 네가 뛰든 뛰고 있든 별 관심이 없구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시크하고 태평스러운가 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이렇듯, 언어를 학습함에 있어서 문법을 통해 그 정서를 이해할 수도 있고, 그 정서를 통해 문법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 둘은 언어습득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에는 그 언어의 정서에 익숙해져야, 언어를 담당하는 나의 뇌에 깊게 내재화시킬수 있고, 그 것이 구사하는 언어의 숙련도와는 별개로, 서로 교감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나는 문법은 어려워서 패스하고, 회화공부만 할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어학연수 기간에 수없이 봐왔다. 그분들의 생각도 존중한다. 그 언어의 정서를 다른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어느정도의 수준까지는 충분히 소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속가능한 학습방법을 원하고, 외국인과 교감할 수 있을 정도의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구사능력을 원한다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문법이라고 본다. 특히, 늦게 배우는 분들에게 문법은 더더욱 중요한 학습요소일지도 모른다. 결국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소통과 교감을 하기 위함이고, 다른 문화권의 매체를 볼 때는 웃어야 할 때 웃을 수 있고, 울어야 할 때 울 수 있는 정서의 이해이니까 말이다. “사장님 나빠요!” 만 말하려고 고생해서 투자하는 시간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문법이란, 말을 하기 위해 배열해야 하는 단어의 종류와 순서를 떠올리는 방법이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문법을 동사의 뒤에 -s를 붙이네 마네, -ed를 붙여서 과겨형이 맞네 아니네를 고민하며 1차원적인 방식으로 4지 또는 5지선다형 보기 중에서, 빈칸에 채워질 정답찾기를 통해 학습했었다. 재미가 있을리가 없다. 잘 하는 분야가 아니었다면, 문법공부에 대한 목적을 이해야지 못했다면, 그리고, 가르치는 방법이 딱딱하고 지루했다면, 특히나.


어차피 무슨말인지 이해하는데 배배꼬아서 틀리라고 만든 문제같다.


학창시절에 문법을 배울 때, 이미 누군가 만들어 놓은 예문중심으로 배우고, 문제를 풀 때도 "틀린거 있나 찾아봐" 아니면 "요 빈칸에 뭐 들어가는게 맞을까?"를 맞추는 문제가 대부분이었기에, 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거 영어로 말하려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지?"라는 궁금증과 시행착오 동반한 작문을 통해 공부했어야 흥미를 느끼고 배울 수 있었을 것 같았을 문법공부를 그 떄는 외면했었다.


20대에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때, 문법공부부터 시작했었다. 전개와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아했던 미드 빅뱅이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정서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서 학창시절때는 그렇게 싫던 것들이 참 재밌게 느껴졌었다. 문법공부를 일찍 시작한 것을 참 잘했다고 느낄 때가, 쓸 때, 말할 때, 들을 때, 읽을 때(즉, 모든 순간)였다. 쓸 때는 내가 쓰고자 하는 문장에 필요한 단어들의 순서의 배열을 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말할 때는 그 속도가 빨라져서 머릿 속으로 말하고자 하는 문장을 작문하는 시간이 짧아져서 좋았고, 들을 때는 다음에 올 단어가 무슨 형태이고 어떤 형태의 뜻을 의미하고자 함인지 추측이 가능해서 좋았고, 읽을 때는 주어, 동사, 목적어, 부사 구분한다고 줄 그으며 읽지 않고, 필기구 없이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나는 Grammar in use, Intermediate로 문법공부를 했다. 문법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책이라 느꼈던 것이, 문법을 맥락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어서, 어색하게 번역되어 이해도 잘 되지 않는 한글로 된 설명에 끙끙 앓지 않아도 되었다. 영어가 생소하더라도, 각종 삽화나 상황을 설명하는 그림으로 맥락을 기가 막히게 잘 설명해 두어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결국, "이거 영어로 뭐라고 말하지?"라는 궁금증을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문법공부를 하는 동안은 굳이 단어공부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 책에서 문법을 설명하기 위해 들어있는 단어들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찰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쓰이고, 가장 쉽고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 have, put, make, get 등의 동사의 뜻과 활용을 과연 내가 얼마나 제대로 사용할 지 부터 배우기 때문에, 문법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단어공부부터 하게 되고, 각종 예문을 통해서도 많은 단어를 접하게 될테니 말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법구조부터 영어공부를 차근차근 시작해 나가면, 영어권 문화의 정서도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지 않을까? 그 문화권의 정서에 간접적으로나마 익숙해 질 때, "저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표현하거나, 이렇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겠구나." 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말로 표현하거나 쓰는 것에 대한 주저함을 줄여주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 예스24


나의 공부방법은 비교적 단순했다. Grammar in use는 약 15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하루에 세 챕터라도 좋고, 두 챕터라도 좋다. 여의치 않으면 한 챕터라도 좋다. 아래의 세 가지 방법으로 영문법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1. 왼쪽 페이지에 있는 문법의 설명을 읽고,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문제를 푼다.

-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영어라는 문자와 점점 친해지면서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2. 모르는 단어들을 단어장에 옮겨적고 틈틈이 외우며, 그 단어들의 활용문들도 이해하려 애써본다.

- 한 번에 모든 단어들이 외워지지 않는다. 앞에 나왔던 단어가 뒤에 나올 때 분명히 뜻이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황하지 말고, 한 번 더 학습하면 된다.


3. 내가 택한 전개와 결말을 아는 명작에 나오는 대사들을 성대모사하듯, 오늘 공부한 챕터 전체를 성대모사를 할 때처럼 소리 내어 읽어본다.

- 처음에는 발음이 딱딱하고 어색하겠지만, 연습했던 성대모사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비슷한 발음이나 연음이 나는 구절이 많아질 것이고, 점점 발음이 성대모사 할 때 처럼 부드러워 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법공부를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날 때 마다, 또는 자기 전에 자신만의 명작을 틀어놓고 반복해서 들어야 하며, 연습하고 싶은 대사들의 성대모사도 꾸준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직은 한글자막으로 시청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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