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문턱에서

생각한다는 것 하브루타독서토론을 앞두고...

by 리얼팔

이번 하브루타 독서토론은 강영안 교수님의 『생각한다는 것』을 함께 읽고 나눌 예정입니다. 처음엔 기독교 철학자의 글이라는 말에 마음 한켠이 주춤했습니다. 어렵고 낯설지 않을까, 문장 하나하나를 이해하느라 숨이 가쁘지는 않을까.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그런 걱정은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네듯, 그 말들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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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했다고 그만큼 받을 만한가요? 언제나 그것보다 더 많은 덤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순간 마음이 멈춰 섰습니다. 문득 내가 받은 것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내가 흘린 땀보다 더 넉넉히 주어졌던 것들. 나 혼자라면 결코 쌓지 못했을 성과들. 삶이란, 늘 나의 몫 이상을 내어주는 은혜의 그릇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과 수고에 비해 훨씬 넘치는 열매를 거두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 그리고 나와 어깨를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이웃들 덕분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한 자리에 감사라는 이름의 빛을 켜 두고 싶어졌습니다. 받은 것들 앞에 고개 숙일 줄 아는 마음, 나누는 것이 손해가 아닌 은총임을 아는 마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웃에게 불친절할 이유도, 작은 손해에 마음 상할 까닭도 참 없더군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삶은, 손익을 따지기보다 사랑과 연대의 눈으로 바라볼 때 더 깊고 따뜻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식 없는 신앙’이라는 표현은 처음에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성경이 기록된 시대적 간극을 떠올리며 점차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는 다른 언어와 가치 속에서 전해진 말씀들. 그것을 깊이 없이, 생각 없이 받아들일 때 오히려 우리의 상식과 부딪히게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또한 한나 아렌트, C. S. 루이스, 그리고 칸트가 전한 경고의 목소리는 저에게 깊은 울림이었습니다. 아렌트는 ‘무사고의 악’을, 루이스는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악마의 전략’을, 칸트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종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전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그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잘못된 길로 걸어갈 수 있는지를 또렷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하는 삶’이란 단순히 머릿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깨어 있게 만드는 고요한 힘임을 느낍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깊이 생각할 것인가. 그 고민을 품은 채, 오늘도 한 줄의 문장을 곱씹고, 한 분의 말에 귀 기울이며 보내고 싶습니다.



이 글은 『생각한다는 것』을 읽고 난 뒤, 제 마음에 머무른 생각들을 조용히 기록한 첫 번째 글입니다.
이제부터 8주에 걸쳐 저는 이 책을 천천히 읽어가며 매주 두 편의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한편은 저 혼자 읽고 난 뒤의 생각을 담은 글이고, 짝을 이룰 다른 한편은 하베르들과 하브루타 독서토론을 나눈 뒤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같은 문장을 읽었지만 서로 다른 경험과 감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 나누는 그 대화의 결은
언제나 제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신앙의 뿌리를 더 깊게 내려주는 따뜻한 손길이 되어 주었습니다.

혼자서 했던 생각이 함께 했을 때 어떠한 성찰로 확장되는지 잘 알게 해 줄 이 여정에,
여러분도 조용히 걸음을 맞추며 함께 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다음 글에서는 『생각한다는 것』 1장에서 하베르들과 나눈 첫 번째 대화를 정리하여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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