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강연의 힘: 통근길이 내 삶을 바꾼다

by 리얼팔

하루 한 강연의 힘: 통근길이 내 삶을 바꾼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습니다. 그중 약 20년 동안은 편도 약 45분, 왕복으로는 한 시간 반이 소요되는 거리로 꾸준히 출퇴근을 해왔습니다. 이 오랜 통근 시간은 제게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니라, 어학 능력과 인문학적 감각을 키우는 귀한 학습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영어와 일본어 실력을 다지는 데 이 시간은 실로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공부의 일환으로 TED 강연을 자주 들었습니다. TED는 오래전부터 개인의 성장, 역량 개발, 그리고 마인드셋 확립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콘텐츠로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이라는 강연 프로그램이 유튜브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고, 점차 TED에서 세바시로 청취의 무게중심이 옮겨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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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강연은 15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핵심을 전하는 포맷 덕분에 출퇴근 시간에 듣기에 딱 알맞았습니다. 처음에는 출근길에는 영어와 일본어 같은 외국어 콘텐츠를 듣고, 퇴근길에는 세바시 강연을 세 편 정도 연달아 듣는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혹은 그 반대로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세바시의 다양한 강연들을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강연을 빠짐없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당시에는 강연을 들은 후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많은 강연의 지식과 통찰이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는 포만감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출근길에 감명 깊게 들은 강연의 핵심을 기억해두었다가, 사무실에 도착해 이를 기록하려 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연을 연달아 세 편씩 듣다 보면, 첫 번째 강연의 감동은 두 번째, 세 번째 강연을 듣는 동안 희미해지고, 마지막 강연조차 사무실에 도착할 즈음이면 머릿속에서 지워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강연을 들었음에도 정작 지금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강연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세바시 청취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여러 편의 강연을 연달아 듣지 않고, 오히려 한 편의 강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 강연의 감명 깊었던 부분은 다시돌려 반복해서 듣고, 남은 시간에는 그 내용을 곱씹으며 요약하고, 핵심 메시지를 정리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을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그것을 글로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정재찬 교수님과 김경일 교수님, 그리고 시인 나태주 선생님의 강연을 들은 후, 그 내용을 제 말로 요약해보고, 교훈을 되새기며, 삶에 적용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과거처럼 무작정 듣기만 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배운 내용이 삶에 스며들고, 생각과 태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게 분명한 원칙이 생겼습니다. "오늘도 너무 많은 강연은 No. 단 한 편의 강연만 듣자. 그리고 그 한 편을 깊이 되새기며 내 삶에 투영시키자." 이러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오늘도 또 한 편의 강연을 향해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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