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금연 도전기

니코틴이 피부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by 리얼팔

제 딸은 제가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딸이 태어나기 5일 전에 담배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딸은 지금 열네 살이고, 그렇게 제 금연도 어느새 1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를 갖기 전에, 아이에게 건강한 아버지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담배를 끊고 건강한 몸으로 새 생명을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렇게 책임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교회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담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도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수없이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새로 산 담뱃갑을 가위로 잘라내며 “이번엔 정말 끝이다” 다짐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어느새 또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금연은 제게 참 버거운 과제였습니다.


결혼을 하고서도 저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신혼여행 때, 아내와 늘 함께 있으니 담배를 피울 틈이 없었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맞이한 월요일이 반가울 정도였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면 드디어 담배를 피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혼 초에도 주말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으면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점이 늘 부담이었습니다. 주일엔 교회에 가야 하니 역시 담배를 못 피우고요. 그렇게 저는 월요일 아침에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월요병’조차 느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딸을 임신 중이던 아내 곁에서 우연히 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흡연 후 우리 몸에 붙어 있는 잔여 니코틴은 다른 사람의 피부를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고 곧바로 장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아이가 태어났을 때, 품에 안고, 뽀뽀도 하고, 볼을 맞대겠지. 그런데 내가 담배를 끊지 않는다면, 내 몸에서 나온 니코틴이 아이에게 옮겨질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이 정말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습니다. ‘내 아이는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는데, 나 때문에 니코틴 중독, 도파민 중독이 시작된다면?’ 그 기사는 저에게 경고장이었습니다. 바로 그날, 2012년 11월 1일, 저는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5일 뒤, 제 딸이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고, 수술 직후라 거의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내 곁을 지키며 병간호를 도맡았습니다. 수유도 돕고, 기저귀도 갈고, 이것저것 아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요. 그런데 하루는 아내가 저에게 너무 심하게 짜증을 낸 날이 있었습니다. 서운함과 억울함이 밀려왔고, 저는 그대로 병실을 나와 1층 편의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날은 금연을 시작한 지 딱 일주일 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편의점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샀고, 뜯어서 한 대를 입에 물었습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걸 피우면, 우리 아이에게 니코틴을 옮기는 셈이잖아…’


그 생각에 결국 라이터를 켜지 못했습니다. 담배와 라이터를 휴지통에 그대로 버리고 병실로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렇게 제 소심한 복수는 미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담배 한 대로 풀고 싶었던 제 마음도, 결국 아이 생각에 꺾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금연을 하면서 ‘3의 법칙’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3시간, 3일, 3주, 석 달… 시간이 지날수록 금단현상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견디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석 달쯤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처럼, 한 대, 두 대,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3개월 동안 애써 쌓아올린 금연의 시간들이 허물어지는 게 너무도 아까워서, 저는 담배를 피우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래도 멈추질 못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눈을 떴습니다.


꿈이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그 뒤로도 가끔씩 흡연 욕구가 생기긴 했지만, 점점 그 빈도는 줄어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고 또 참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 생각은 '그 말은 사실과 다르다' 입니다. 저는 더 이상 참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담배를 ‘안 피우는’ 삶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간혹 꿈에서 한 대쯤 피워볼까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꿈일 뿐이지요.


금연을 통해 얻은 유익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 단연 제일은 저의 몸에서 더 이상 지독한 담배찌든내가 나지 않는 다는 점. 저는 금연을 하고서야 비로소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의 실체를 알았습니다. 제 몸에서 그런 냄새가 났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게 느꼈고 이는 제가 다시는 흡연으로 돌아가지 않게하는 강력한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직장 생활하던 시절엔 사무실 직원 대부분이 담배를 피웠습니다. 점심시간 뒤의 대부분의 동료들이 휴게실에 모여 하던 흡연이 일상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흡연 인구도 눈에 띄게 줄었고, 전자담배로 옮겨간 이들도 많지요.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담배의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흡연은 단지 자신의 건강만을 해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흡연으로 몸에 남은 니코틴은 피부나 호흡을 통해 가족에게도 옮겨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함께 사는 배우자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원치 않는 해를 끼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그 깨달음이 제게는 금연의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담배를 끊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아빠가 선물삼아 해 준 금연이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선물을 받은 것은 오히려 저이더군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면, 담배를 끊을 이유는 이미 충분합니다. 지금 바로 결단 하십시요.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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