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수영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간단하게 기록해 봅니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육상 경기들을 보면, 같은 팀 선수들이 페이스를 조절할 때 서로 번갈아 가며 앞서 달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체력 안배를 위해, 공기의 저항을 가장 먼저 받는 선두를 서로 교대해가며 달리는 것이죠. 이쯤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뛸 때 공기의 저항이 그렇게 크구나.’ 선두에 선다는 것은 단순히 위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먼저 바람을 맞으며, 가장 먼저 저항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지는 일입니다. 반면 그 뒤를 따르는 선수들은 그만큼 저항을 덜 받습니다. 쇼트트랙 같은 종목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초반 레이스에서는 선두로 나서려 하지 않고, 천천히 트랙을 도는 선수들의 모습은 공기 저항을 고려한 전략이겠지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수영에서의 ‘물의 저항’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공기의 저항도 이 정도인데, 물의 저항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물속에서 발차기와 스트로트로 몸을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온몸으로 저항을 받아내야 합니다. 아마 수영을 해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체감하셨을 겁니다.
저는 요즘 아침마다 꾸준히 새벽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수영장마다 이 그룹의 명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흔히 ‘마스터반’ 혹은 ‘연수반’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고인물들의 리그가 있죠. 저도 밀양 수영장에서 매일 아침 2km 정도 자유수영을 하며 이 리그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리그 안에서도 나름의 등급이 나뉘고, 특히 선두 그룹의 여섯 명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일정 거리마다 로테이션을 돌며 선두로 수영을 이어가는데, 선두에 서는 순간 물의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초반 500m는 한 젊은 친구가 선두를 맡습니다. 아직 에이스는 아니지만, 실력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이때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아서, 뒤따르는 우리는 약간의 워밍업을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다음에는 에이스 세 명정도가 200m씩 선두를 바꾸어 가며 600m를 돌게 됩니다. 이 구간에서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뒤에서 따라가며 물의 저항을 안받는데도 정말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체력이 순식간에 소진되어 버립니다.
그 이후로는 에이스 그룹이 100m씩 선두를 교체하며 나머지 900m를 이어 나갑니다. 선두에 서는 이들은 물의 저항을 그대로 맞으며 팀의 속도를 이끌고, 뒤따르는 B그룹은 그 물살을 타고 저항을 덜 받으며 가게 되는데 그럼에도 2km레이스가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수영을 할 때 앞사람의 뒤를 따라가게 된다면 절대로 앞사람에게 덤비면 안 됩니다. 앞사람을 존중, 아니 존경해야 합니다. 그만큼 선두에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그들의 존재는 위대합니다. 그 물의 저항을 정면으로 이겨내며 길을 열어주는 그 자체가 위대한 일입니다.
오늘 아침엔 유난히 힘이 들어서, 샤워할 때 선두에 섰던 분께 물어봤습니다. “요즘 너무 빨라진 거 아니냐”고요. 그분도 웃으며 맞다고 하더군요. 전체적으로 우리 그룹의 실력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요.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뿌듯했습니다.
물속에서 서로를 따라가고 이끌어주는 이 팀워크. 이 안에서 저는 물의 저항을 이기는 법뿐 아니라, 앞장서 가는 사람을 존중하는 법도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