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by 리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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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어떤 대기업 CEO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기업은 누구나 알 만한 아주 유명한 회사였고, 그 CEO는 사회적으로도 큰 성공을 이룬 분이었죠.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강연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그 유명한 기업 이름조차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들었던 한 마디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CEO는 직원 대상 강연에서 본인과 오너 사이의 관계, 그리고 본인과 신입사원과의 관계를 비교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히려 자신과 오너 사이의 거리감이 더 크다고 느껴진다는 거였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직장인이라는 게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오너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구나, 확실히 선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 말이 맞았구나 싶어요. 직장 생활을 30년 넘게 해오면서, 저 역시 나름대로는 높은 직급까지 올라왔지만, 오너와의 거리라는 건 분명히 다르다고 느낍니다.

이야기를 조금 바꿔볼게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저도 어려서부터 윗사람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키는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왔습니다. 밥상머리 예절이나 어른 앞에서의 말조심, 술자리에서의 몸가짐 등 말입니다. “밥 먹을 땐 말하지 마라”, “어른들 이야기할 때 끼어들지 마라” 이런 말은 누구나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 역시 그런 말 들으면서 자랐고, 지금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 영향을 곳곳에서 느낍니다.

그런 문화가 다 나쁜 건 아닌데, 좀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 있어요. 바로 ‘칭찬하는 문화’입니다. 우리 사회에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칭찬하는 건 괜찮은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하면 괜히 좀 민망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가 있어요. ‘외람되지만…’ 이런 말도 괜히 따라붙고요.

예를 들면, 어릴 때 어른이 용돈을 주시면 그냥 “감사합니다” 정도로 끝냈지, “어려우실 텐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따뜻하세요” 이런 말은 차마 못했던 것 같아요. 괜히 그런 말 하면 무례하다고 느껴질까 봐요. 지금도 그런 게 남아 있어서인지, 저희 회사 회장님께는 단 한 번도 칭찬을 못 드렸습니다. 왠지 외람되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회장님은 늘 ‘큰 어른’ 같은 존재로 느껴져서, 감히 칭찬같은 그런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자리를 빌려 조심스럽게 회장님께 칭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회장님이 안 보시니 혼날 일은 없겠죠?

저희 회장님은 저보다 연세도 많으시고, 전형적인 윗 세대 분이시지만 생각이나 아이디어에 굉장히 열려 있으신 분입니다. 물론 회장님을 오랫동안 봐온 다른 직원들은 “얼마나 고집 세고 독단적인데”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회장님에게 그런 면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가 어떤 문제에 대해 보고를 드리면, 회장님은 일단 본인의 생각대로 판단을 내리십니다. 그 순간에는 본인의 판단대로 가세요. 그런데 항상 한 시간쯤 지나면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하셔서, 제 의견도 반영한 절충안을 제시해주시죠.

그런 모습을 보면, 회장님은 단지 독단적인 결정만 내리는 분이 아니라,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분이라는 걸 느낍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 번 결정을 내리면 잘 바꾸지 않잖아요. 근데 회장님은 달라요. 자신이 이미 한 판단이라도, 직원의 말이 더 옳다고 판단되면 그걸 바꾸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은 정말 쉬운 게 아닙니다. ‘듣는 사람’은 많아도, 진짜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회장님은 그걸 하시는 분이에요. 저는 그 점이 참 감사하고, 존경스럽고, 또 솔직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라도 이렇게 마음을 전해봅니다. “회장님, 정말 멋지십니다.칭찬합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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