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더위

by 리얼팔

여름이 깊어지면 우리는 흔히 ‘살인적인 더위’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그 말에는 실제로 목숨을 앗아갈 만큼의 위협이 담겨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그저 무더위를 강조하기 위한 관용어처럼 흘려듣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응급실 의사의 글을 읽으며 그 말이 무겁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의사는 삶과 죽음이 맞닿은 공간에서의 경험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글마다 절제된 문장 속에 생생한 현장이 배어 있습니다. 며칠 전 읽은 한 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최근의 더위로 환자들이 학살당하고 있다.” ‘살인’이 아니라 ‘학살’이라니... 그 단어를 보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그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실제로 더위가 사람을 죽이는 순간을 거의 보지 못합니다. 그저 뉴스 속 기사 한 줄이나 하나의 통계로만 접할 뿐이지요. 그러나 그 의사가 마주한 현실은 달랐습니다. 예년보다 훨씬 뜨거운 날들이 이어지며 열사병 환자들이 매일같이 밀려들었습니다. 길 위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 뙤약볕에서 일하는 노동자, 타국에서 몸을 부리는 외국인, 그리고 약한 몸으로 세상과 맞서야 하는 이들. 그들이 응급실의 침상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환자들의 상황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았다고 합니다. 비슷한 경우를 묶어도 스무 가지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경우는 너무 많아 구체적인 기억조차 희미해진다고 했습니다. 빠른 치료로 돌아오는 이도 있지만, 때로는 발견이 늦거나 쇠약한 몸이 더 이상 회복을 따라가지 못해 조용히 삶을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설마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말을 흘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보다 잔혹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그 잔혹함 한가운데에 언제나 가장 약한 이들이 서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폭염은 잠시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고 여름은 여전히 길고 더위는 무겁습니다. 뜨거운 햇살을 맞이할 때면 마음 한켠이 묘하게 서늘해집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뜨거운 응급실 한가운데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 마음을 모아 조용히,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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