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잃은 작은 생명과의 짧은 만남

아기 고양이 모카 이야기

by 리얼팔


얼마 전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어디선가 아주 가느다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종이 박스 안에 새끼 고양이가 담겨 있었습니다. 털은 흠뻑 젖어 있었고, 제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아주 작았습니다. 젖어 있는 모양을 보아하니 물에 젖은 것이 아니라, 갓 태어나 양수에 젖어 더디게 마르는 듯했습니다.

아들의 간절한 소원, 그리고 현실


우리집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평소 동물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저는 혹시 어미가 주변에 있을까 싶어 새끼 고양이를 잠시 지켜보다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와 보라고 했습니다. 예상대로 아들은 반가움과 안쓰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고양이를 바라봤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데리러 올 수 있도록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자고 일렀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불쌍하다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 키우면 안 되겠냐고 간절한 눈빛으로 저를 졸랐습니다. 저는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초등학생 아들이 과연 제대로 돌볼 수 있을지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쉽게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들의 진심이 얼마나 큰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에게 고양이를 키우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돌봐야 할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잘 모르겠어요"였습니다.


그럼에도 아들은 고양이가 너무나 측은했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계속 지켜보며 "아빠, 키우면 안 돼요? 키우면 안 돼요?" 하고 거듭 물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이렇게까지 원한다면 키우도록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안의 최종 결정권자는 아내였고, 아내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저는 일단 아내에게 공을 넘겼습니다. 아들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자, 폰 너머로는 약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내는 단호하게 "안 된다"며 냉정하게 거절했습니다.



엄마의 등짝 스매싱도 두렵지 않았던 결단


아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종이 박스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려고?" 하고 물으니 아들은 "아빠, 나 고양이 데리고 갈래요. 엄마한테 혼나고 등짝 스매싱을 당해도 키울 거예요"라며 대담하게 엘리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저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여 뒤따라 올라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뭐야?" 하며 특유의 톤으로 반응을 보였고, 아내는 아기 고양이를 보자마자 소리치듯 말했습니다. "빨리 데리고 가! 거기 놔두면 어미가 데리러 와. 원래 있던 곳에 데려다줘!" 아내의 강경한 태도에 아들은 압도당했습니다. 한마디 댓구도 못하고 다시 박스를 들고 쫓기듯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기세 좋게 올라가더니 바로 한마디도 못하고 나오는 아들을 보며 귀엽기도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은 생명을 향한 따뜻한 보살핌


아들은 고양이를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데려왔습니다. 다만 밤이 깊어질수록 추워질까 걱정돼 박스에 수건을 깔아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또한 배가 고플 아기 고양이를 위해 챗GPT가 알려준 대로 꿀물을 만들어 작은 주사기로 아기고양이 입주변에 꿀물을 묻혀주며 먹여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는 아카시아 꿀의 향을 싫어했는지 고개를 강하게 젓는 것이었습니다. 몸을 가눌 힘조차 없어 보이는 작은 몸으로 고개를 젓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아들은 다시 설탕물을 만들어 가져왔고, 그제서야 아기 고양이는 조금씩 설탕물을 받아 먹었습니다.


아내가 집 안으로 들이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기에, 저희는 아파트 입구 적당한 공간에 박스를 놓고 아기 고양이가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책임감의 무게를 배우다


다음 날 저는 새벽 수영을 가기 위해 5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방학이라 늦잠을 자는 아들이 어젯밤 출근할 때 깨워달라고 부탁했기에 깨웠는데, 아들은 벌떡 일어나더니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잠까지 포기하고 고양이를 돌봐주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회사에 출근해서도 아들이 보내주는 고양이 사진을 보며 계속 고민했습니다.

아들은 아기 고양이에게 '모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우유를 먹이면 설사할 수도 있다면서 설탕물을 만들어 계속 먹이고는

" 아빠 모카 이제는 설탕물 잘 먹어요. 오늘 아침에 주사기로 두번이나 먹었어요"

아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한다면 아들 편에 서서 아내를 설득해볼까 생각하며, 아들에게 계속 임무를 주었습니다.

"모카의 보호자는 너야. 모카는 너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 어떻게 돌봐줄 건지 잘 생각해서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라."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돌봐줄지 스스로 고민해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인터넷으로 갓 태어난 고양이에게 필요한 물품과 분유를 주문했습니다.

"아들아 모카에게 먹일 분유도 아빠가 사놨다"

아들은 기뻐하며 좋아했습니다. "오로오오롤"

"하하 그건 무슨 소리야? "

" 좋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오후 2시쯤, 아들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빠, 분유 안 사도 될 것 같아요. 모카를 누가 데려간대요. 어떤 분이 신고해서 동물보호센터에서 데려간대요."

울먹이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전에 아들의 건강 검진이 예약되어 있었고, 아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파트 주민 중 한 분이 동물보호센터에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저는 아들과 모카를 위해 이것이 더 잘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간에 키우다가 포기한다면, 아들도 고양이도 모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들은 울먹이면서도 제 말을 이해하는 듯했습니다.


모카가 보호센터로 떠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들은 아직도 모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아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안타까움,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과 같은 소중한 감정들을 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들이 훗날 더 성숙해져서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 때, 그때 다시금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들아, 언젠가 네가 더 성숙해져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때, 그때 또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면 된다. 지금은 아쉽고 서럽더라도, 그 마음을 잘 이겨내자.”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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