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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06. 2016

낯선 고양이

창고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낯선 고양이는 창고에 자리 잡았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하지만 녀석이 도둑고양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친구의 SNS에서 본 터키쉬 앙고라, 녀석은 그 품종으로 보였다. 꽤나 사랑받았을 것 같은 모습에 주인이 있겠거니 싶었는데, 2주가 지나도록 아무도 찾지 않는 거다. 문제는 이 녀석이 창고 안에서 물건들을 어지럽혀 놓는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문을 열 때 마다 움직이는 낯선 존재에 놀라 심장을 부여잡았고, 어지럽혀진 물건들을 다시 정리해야만 했다.    


       

고양이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고, 거리에 사람이 있으면 나오지도 않았다. 고양이는 반쪽이 되어 있었고, 털은 길게 자라 있었다. 근처에 살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녀석을 발견하곤 음식을 챙겨주고, 이발도 해주었다. 오래간만에 사랑을 느낀 고양이는 그 아주머니를 졸졸 따라갔고, 나는 해준 것도 없으면서 괜히 서운함을 느꼈다.     

      


녀석은 이미 창고를 제집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를 따라간 고양이는 어찌된 영문인지 다시 창고에 나타났다. 그새 지름길을 알아냈는지 대문이 아닌 뒤뜰을 통해 등장했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우리는 한 발자국 떨어져 서로를 관찰했다. 녀석은 제집 주변을 맴도는 사람을 경계했고, 나는 그런 고양이가 무서워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눈치를 보다 조심스레 멀어졌다.      




사실 아직도 창고 문을 여는 것이 무섭다. 


가끔 라일락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얼굴이나 종종걸음으로 외출(?)나가는 뒷모습을 보면 그제야 안심하고 창고 문을 열어 본다. 전과 달리 녀석이 그렇게 싫지 만은 않았다. 주인과 이별한 사연이 딱하기도 하고, 우리 동네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아직까진 살갑게 지내진 못하더라도 창고의 새로운 이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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