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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09. 2016

혼자 떠나는 여행

나를 둘러싼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


좀처럼 여행을 가본 일이 없었다. 마음은 무거웠고 지갑은 가벼웠으며, 머무르는 공간을 비워놓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치고 힘들었을 때 가장 생각난 것은 여행이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버스표를 예매하고 아무런 계획없이 훌쩍 떠났다.





속초는 발길닿는 곳마다 고즈넉한 곳이었다. 발 밑의 흙을 밟는 소리마저 크게 들려 걸음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늘 쫓기듯이 빠르게 걸었다.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낙산사에 들러 다른 사람들이 쌓은 돌 위에 내 것을 슬그머니 얹었다. 그들은 무슨 고민이 있어 이 석탑을 쌓았을까. 머릿속이 복잡해 무엇을 빌었는지도 모르겠다. 





경주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혼자 여행을 온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평일, 젊은 여자, 낯선 장소. 내게 거창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하면서도 직접적으로는 묻지 않았다.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내라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온전한 자유를 만끽하며 발걸음이 닿는대로 걷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다. 어쩌면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은 이런게 아니었을까.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내게 집중하는 시간. 나는 그 시간에 위로 받고 치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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