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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12. 2016

미안해하지 마, 아빠

아빠의 메시지


아빠는 타자를 잘 못 치신다. 작은 핸드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천천히 한 글자씩 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와 카카오톡을 하다 보면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안부 묻기가 되었다.  어디니,라고 물으셨을 때 바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전화가 왔다. 그랬기에 아빠에게 긴 메시지가 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업무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아빠에게 메시지가 왔다.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가라거나 어디냐는 문자가 대부분이라 오늘도 그렇겠거니 하고 대화창을 열어 보았다. 



아빠가 정말 미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눈시울이 붉어져 버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꾹꾹 참았다. 앞자리가 비어 있어 다행이었다. 눈도 코도 빨개져 들킬 것만 같았다. 



뭐가 미안해 아빠. 내가 더 미안해.



손이 느린 아빠는 늘 답장을 하지 않는다.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 할 업무를 살폈다. 아빠는 종종 예상치 못하게 나를 울린다. 지금까지 잘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뭐가 그리 미안한 것이 많은지. 하지만  딸에게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아빠의 마음은 얼마나 속상할까. 






예전에 로또에 당첨되면 뭐할 거냐는 엄마의 물음에 아빠는 나를 유학 보내겠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더 잘되려면 외국으로 나갔다와야 하는데 그걸 못해주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다.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종종 보내셨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내가 더 미안하다고, 그러지 말라고 답장을 보내도 되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 이후에도 나를 슬프게 만드는 메시지는 종종 왔다. 날도 추운데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너무 부끄럽고 죄송했다. 그 말을 해야 하는 것은 나였다. 아직까지도 제 몫을 해내지 못해 부모님을 고생시키는 내가 했어야 하는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울며 자랑스러운 딸이 되자고 다짐했다. 앞으로 우리 서로 미안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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