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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15. 2016

봉사활동과 꽃반지

나의 첫 봉사활동

평소 타인을 적극적으로 돕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을 꽤 많이 했다. 학점인정이나 이력서 따위의 이유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자발적으로 나선 행동이었다.  엄마는 내게 평소에 남을 잘 돕지도 않으면서 봉사활동은 뭐하러 꼬박꼬박 나가냐고 물으셨다. 그러게나 말이다. 이타적인 마음씨의 소유자도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간다는 등의 거창한 이유 같은 것도 없으면서  대학생활 내내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던 이유는 뭘까.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봉사활동의 첫 시작이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학교에서 단체로 꽃동네 봉사활동을 갔다. 하필이면 나와 친구, 둘이서 침대에 누워있는 어르신들의 방에 배정이 되었다. 들어가서 한 일이라곤 성경을 대신 필사하고, 책을 읽어 드리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들은 생각보다 더 무뚝뚝하셨고, 우리는 괜히 서먹해 눈치를 보며 시키는 일만 했다. 처음해 보는 봉사활동에서  괜히 실수라도 할까 봐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러웠다.



몸을 일으켜 저녁식사를 도와드리고 슬슬 마무리를 할 때쯤이었다. 건너편에 앉은 무서운 할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쭈뼛거리며 다가가자 할아버지는 내게 무언가를 내미셨다. 



"이거 너 하고, 하나는 쟤 줘."




할아버지가 준 건 가운데 구슬이 예쁘게 달려있는 꽃반지였다. 얼떨떨한 기분도 잠시 벅찬 기분이 온몸을 휘감았다. 자세히 보니 반지는 투명했다. 링거줄로 만든 꽃반지였다. 링거가 수명을 다하면 할아버지의 손에서 예쁜 반지로 재탄생하는 것이었다. 감사인사를 하고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아마도 할아버지에게 반지 만들기는 취미생활의 하나였을 것이고, 스쳐 지나가는 아이에게 하나씩 주신 것이겠지만 내게는 시작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어째서 초점...하나도 맞질 않는걸까!



아직도 이 반지보다 예쁜 것을 본 적이 없다. (실제로 착용하면 더욱 예쁘다!) 첫 봉사활동에서 받은 의미 있는 선물이라 더욱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봉사활동을 왜 하냐는 물음에 답을 찾아본 적은 없다. 그날 이후로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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