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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록펠러 Feb 10. 2017

떠날 때 더 매력있었던, 영국

von 25.3.16 bis 29.3.16

출국 그리고 처음이었던 비행기 환승


독일 교환학생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짧게 여행을 계획했고, 그나마 유럽에 있는 국가 중에 말이 통하는 나라, 중고등학생 때 MBC ESPN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에서 정말 많이 들어봐서 만만한 듯한 당시 나에겐 루니와 베컴의 도시였던 런던을 첫 여행지로 잡기로 결정했다. 이게  유럽의 첫 시작이었다.


1년 전, 학교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가본 기억이 있어서 해외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지만, 혼자서 나와본 것도 처음이었고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이어서인지 모든 게 새롭게 다가왔다.

카타르 도하에서 환승할 당시 무빙워크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공항에나 다 있는 무빙워크인데, 처음 해보는 환승이라고 외국 공항이라고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설레는 상태였다.


환승 시간이 4시간 정도로 꽤 길었기 때문에 적당히 쉴 곳을 찾아야 했고, 카타르가 잘사는 기름국가라는 것을 딱 보여주는 듯 공항 라운지 쯤엔 애플 맥북이 20개 정도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책상에 가서 맥북을 하면서 쉬기로 했다.

환승 중에 만났던 인도네시아 아줌마, 캐나다 아저씨

어떻게 보면 이 때가 외국인에 대한 낯가림이 트였던 시기인 것 같다. 미국에서도 길가는 사람과 간단한 대화정도는 해봤지만 몇십분, 한 두시간 같이 대화한 적은 없었으니까, 당시 인도네시아 아주머니가 먼저 무언가 질문하는 투로 말을 걸어왔고 뭐하는 사람인지 어디서 왔는지 호구조사로 시작해서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 끝이 났었다. 그렇게 환승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어느새 나는 런던을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축구 종가 영국


위에서도 밝혔지만, 한 때(?) 사실 지금도 꽤나 축구광이었던 내가 런던에 오면 가장 먼저 들르고 싶었던 곳은 랜드마크라고 하는 빅벤도 타워브릿지도 아닌, 당시 내가 많이 좋아하던 프리미어리그 상위 팀인 아스날의 홈 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었다.

티비에서 보던 에미레이츠 구장과 처음 마주했던 감동적인 순간

우리나라 축구선수 박주영이 뛰기도 해서 어느정도 친숙한 구단인 아스날, 직접 보는 것이 얼마나 기대되었던 정도냐면 경기장이 가까워 지기 전부터 핸드폰 동영상을 켜놓고 구장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을 찍었을 정도였다! 본 사진은 스위스에 사는 SAMMY가 찍어준 사진이다. 그 흑형이 생각난다. 나와 비슷하게 막 도착한 흑형이었는데, 굉장히 순수해보였다. 여느때처럼 호구조사로 시작해서 여행일정을 물었다. 다음 날 일정이 어느정도 겹쳐서 잠시 동행을 할까 했었는데, 와이파이 없이는 연락이 잘 안되는 흑형이었고 결국 이 날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스위스에 놀러오면 얘기하라고 했었지만 줄곧 연락을 이어가다가 폰을 포맷하면서 이 흑형은 내 추억 속 한 페이지만 장식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며 대화하다가, 당시 화제였던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알고 있는 것을보고 까무라쳤다. 웃기기도 했고 :)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상위 팀 토트넘 핫스퍼, 팝업스토어

손흥민이 어느정도인지 보고싶고, 감독이 바뀌면서 막 잘하기 시작한 팀이었던 토트넘 핫스퍼 구장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화이트하트레인 (토트넘의 홈 구장)은 공사 중이어서 팝업스토어 정도만 들러서 즐길 수 있었다. 이 때는 손흥민이 팀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었는데도 팝업스토어에 관련 아이템이 많은 것을 보고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손흥민이 지금처럼 해줄 때 저 근처를 방문했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이영표가 토트넘을 떠난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나한테 와서 "용표 이 용표 이!!!" 했던 주민을 생각했을 때, 경기있는 날이면 행가레 쯤 쳐주지 않았을까 싶다


여유있으면서도 활기차고 깔끔한 도시


런던은 신사의 도시, 깔끔한 도시로 유명하다, 직접 나오기 전에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런던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코트, 정장, 양산 이다. 이런 기대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던 런던이다. 

런던 시내에는 공원이 참 많았다 해당사진은 시내의 리젠트파크에서 찍은 것이다. 드넓은 하이드 파크,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그린 파크 등등 많이 있지만, 나는 이 곳이 가장 좋았다. 벌거벗었지만 웅장하고 외로운 것 같지만 오히려 외로워보이는 언덕을 잘 메꿔주고 있던 나무들 탁 트인 골목에서 런닝을 하던 사람들과 애정행각을 하던 젊은 영국 애들까지, 오래있지는 않았지만 여유를 잘 즐겼던 곳이다.

활기차면서도 깔끔했다 런던 시내 쪽, 특히 코벤트 가든이나 피카델리 서커스, 옥스퍼드 스트리트 부근을 가면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더 활기차 보인다. 날씨는 우중충하지만 사람들은 분주하다. 여유롭게 벤치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하고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았고 공연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무리지어 모여서 환호하고 하는 게 난리도 아니다. 물론 그 안에 관광객이 많아서 더 그래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피카델리 서커스 근처에 가면 NIKE TOWN이 있다. 시중에 많이 팔지 않는 나이키 상품을 많이 팔고 여러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그런 곳이다. 그 앞에서 만났던 DJ GRANDPA가 생각난다.

도시 한복판에서 음악소리가 들리는데 이상하게 끌려서 갔더니 할아버지 탈을 쓴 이 할아버지(?)가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너무 잘했다. 그냥 가만히 서서 나이키타운에는 안들어가고 이 디제이가 하는 디제잉에 얌전히 빠져있었다. 춤출만한 멜로디가 아닌데도 앞에서 탱고같은 춤을 추던 한 아주머니도 생각난다. 우리나라도 홍대에 가면 이런 광경은 많지않은가?


런던의 랜드마크, 빅벤 런던아이 타워브릿지

런던의 야경은 빅벤과 런던아이가 책임진다. (두 번째 런던을 갔을 때 보니까, 타워브리지도 같이 책임진다ㅎㅎ) 웨스트민스턴 역으로 가면 출구로 나와서 뒤로 돌아섰을 때 바로 빅벤이 보인다. 황금색으로 조명이 들어오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가까이 갔을 때 더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디테일함을 어떤 수식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GORGEOUS AMAZING INCREDIBLE 그냥 표현하기가 힘들다. 물론 유럽을 많이 다니다 보면 그 이상의 아름다운 건축물들도 많이 보였지만, 이 디테일한 건물 자체가 런던의 깔끔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아이는 멀리서 보기에는 이뻤지만... 직접 4만 원 돈 주고 탔더니 별거 없었어서 좋은 기억은 아니다 :)

타워브리지는 나에게 '인생 샷'을 남겨준 곳이다. 그래서 내가 런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것이다. 처음 런던에 갔을 때는 밝을 때, 두 번째 런던을 여행할 때는 어두울 때 가봤는데 두 번 다 충분히 아름다웠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야경이 좀 더 이쁘다 :), 타워브리지는 가까이서 봤을 때는 페인트칠이 조금 벗겨진 곳도 보이고, 생각보다 그 구성물들이 큼지막해서 레고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 근처에서 특별한 스토리는 많지 않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가 할 말이 더 많다! 더 다이내믹하고 다사다난했던 런던 두 번째 스토리는 나중에 업로드 예정


여행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유럽 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외국인도 많이 만나지만 한국인이니까 물론 한국인과 더 많은 소통을 하게 된다. 여행지를 다시 회상할 때, 함께 여행했던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 사람과 함께 했던 특별한 시간을 회상해보며 때로는 함께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런던에서 만났던 사람 중에 내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게 바로 이찬호 형님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에 있었던 아주 안락했던 그리고 편안한 이모가 운영하셨던 피터팬 민박에서 만났었는데, 함께 브라이튼 세븐 시스터즈에 가고 밤에는 펍에서 맥주도 한잔 토트넘 경기장도 같이 방문하는 등 꽤 많은 추억을 같이 했다. 이후에 나도 예상치 못하게 독일로 인턴을 다시 나오게 되면서 유럽에서 특히 내 휴가 기간에 파리에서 런던에서 아이슬란드에서 더 많은 추억을 공유했다 그래서 더 서로에게 특별해졌다, 그 말은 저 한국 가자마자 저에게 술 한잔 사주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 나이 차가 꽤 있다면 있지만 궂은일 맡아서 해주고 여행할 때마다 잘 챙겨줬던 찬호 형이 런던 하면 또 생각난다.


떠날 때 더 매력 있었던 런던. 첫 유럽 여행지로 많은 사람이 추천하지만 첫 유럽 여행지였기 때문에 더 그 매력에 푹 빠지지 못해 아쉬웠던 곳

당신은 런던에서 어떤 추억을 가져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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