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병장 일기 1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그때의 썼던 일기들.
그 일기들의 재구성.
2017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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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제작하는 데 있어 반드시 디자인을 전공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실제 공대 출신 크리에이터들도 있고,
내가 하려는 건 디자인적인 부분보단 미디어적인 요소가 더 큰 듯하다.
가능성 많은 루트들이 존재하고 난 그 안에서 즐거우면서 안정적인 일을
시도해 나가는 게 앞으로의 발전에 더 도움되지 않을까.
2017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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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군 복무를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비행기를 마주한다.
그럴 때면 하루빨리 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다.
2017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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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분야에 대한 지식 없이 열정과 불확실한 꿈만으로
무작정 들이대기엔 나는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겨우 몇 번의 여행과 경험으로 하고 싶은 꿈과 원하는 삶을 논하기엔
너무 많은 부족함이 존재한다.
2017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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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차가 없어서 하루 종일 일했다.
9월이 되어선지 날이 몰라보게 짧아졌다.
슬슬 겨울도 곧 다가오겠지.
2017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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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개방 행사 때문에 외박이 밀렸다.
대대장은 교육을 하고 다른 간부들은 솔직히 화가 났다.
사실 이제는 별 관심 없어진 군생활과 계급사회이기도 하다.
2017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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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 문화 거리 시가행진에 차출되어 의장 행사 지원을 다녀왔다.
컨버터블 레토나를 타고 월미로 향했다.
그저 재밌는 운행일 줄 알았는데 내 레토나 뒤에 타신 분들은 참전용사셨다.
할아버지께서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셨고
나지막하게 내게 '고맙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딘가 굉장히 보람되고 뿌듯했다.
비록 2km/h로 달리는 느린 레토나였지만 그 안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진한 생각들이 나를 맴돌았던 것 같다.
오늘 운행은 내 군생활 중 최고의 추억거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17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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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소녀 보나가 진짜 예쁘다.
나오는 드라마를 순삭했다.
2017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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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호를 타고 포천까지 미군 훈련장을 다녀왔다.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고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2017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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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개방행사에서 사진을 담당했다.
또 상필이 부모님이 자장면도 사주셨다.
유류고 초소와 불침번만 아니었으면 완벽한 날이었을 텐데...
2017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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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차가 고장 났을 때
일반도로
1. 차를 최대한 갓길로
2. 경찰과 보험사에 연락
3. 안전하게 대기하면서 경고 표시
고속도로
1. 차를 최대한 갓길로
2. 고속도로 순찰대와 보험사에 연락해 상황 전파
3. 뒤에 오는 차를 위해 경고 표시 설치, 역시 안전한 상태에서
2017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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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붓다
2017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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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월 군번끼리 모여 회식을 했다.
부대 내 짬으로 1,2,3 순위들끼리 모여서 회식하니
아무도 우리를 터치하지 못했다.
소리 지르고 난리였는데도...
2017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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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산 등반했다.
수송관님께서 국화빵을 사주셨다.
2017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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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이 되고 나니 농땡이 치는 게 일상이 됐다.
어딘가에 숨어 있고 늘어져 자고.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렇게 된다.
의욕은 한참 전에 없어졌고 관심은 그 이전에 사라졌다.
그냥 재밌게, 안전하게 50여 일을 보내고 싶다.
2017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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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곡으로 야간 운행을 다녀왔다.
요즘은 나만 야간 운행을 나간다.
2017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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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울청사로 운행을 나갔다.
별 건 없었다. 다만 모든 차가 제네시스와 에쿠스였고
점심때 먹은 경복궁 뒤 박광일 참치가 인상적이었다.
평창 올림픽 대테러회의 때문에 모인 회의라는 걸 엿들은 것 같다.
2017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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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군단으로 파견 왔다.
말년에 파견이라니...
광민이가 진짜 힘들었다는데 왜인지 이유를 알 것 같다.
2017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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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연대와 남동구청, 고속도로 TG.
우리 관내를 돌아다니긴 했는데
평가관 할아버지들도 잘 챙겨주는데...
진심으로 힘들다.
2017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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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복귀하고 새벽 5시 기상이 말이 되는 건가?
차도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번개휴양소를 와 봤다는 걸 빼면 진짜 너무 힘든 파견이다.
2017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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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8연대와 김포 북단 곳곳을 돌아다녔다.
파견 복귀날인데 2소대장이 내가 복귀인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적반하장식이다.
이 새끼는 내가 신병일 때나 병장일 때나 지랄 맞은 건 똑같다.
백번 이해해도 인신공격은 선 넘은 거였고, 또 뭘 실수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2017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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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훈련으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3군사, 수도군단, 307 알파, 전차대대.
경기도 일대에서 216km를 다녔다.
2017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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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3도까지 떨어졌다.
추워서 새벽에 깨는 것도 여러 번인 듯하다.
벌써 겨울 문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