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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숲 Jun 06. 2020

언론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것들

내 글에 조금이나마 힘이 있다면 

6월의 산문 #1

언론학을 공부한 지 어느덧 4학기가 되었다. 매 학기 전공으로 꽉꽉 채운 시간표를 이수해 나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제법 공대생이 아닌 언론정보학, 사회과학이 어울리는 학생이 된 것 같다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성공과 실패, 타인의 인정을 받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성장을 이룬 것 같다. 내 글을 얼마나 많은 우리 학과의 사람들이 보겠냐마는 공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어떠한 종류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것에 대해 같이 공부를 하는 학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물론 안 그런 인간들도 존재한다, 것도 많이)


사실 처음 '저널리즘'이란 말을 들었을 때 앞이 깜깜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을뿐더러 답이 정해져 있는 이과의 공부와는 달리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공부하는 문과의 공부는 낯설어도 한참 낯설었기 때문이다. 또 언론정보학과로 전과하면 내 영상에 들어갈 알맹이, 즉 내용과 스토리를 공부할 수 있을 거란 나의 환상 덕분인지 그렇지 못한 공부를 할 때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야 눈이 트이는 것 같다. 언론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어떤 것인지 말이다.   


사람마다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다르겠지만 나는 언론은 결국 '사람 사는 일'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언론이라고 함은 각종 사회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인가, 뉴스를 보기 싫을 정도로 너무 많은 사회문제가 쏟아졌다. 서울역에서는 무고한 시민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고, 공영방송이라며 떠드는 KBS에서는 N번방의 분노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여자화장실에서 몰카가 나왔다. 코로나19는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계속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한 아이는 계모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역시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이다. 그냥 떠올리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내가 모르는 사건들은 얼마나 더 많을까. 모르긴 몰라도 언론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회문제들이 많을 게 분명하다. 


하긴 언론학이라는 게 공부하기 여간 쉬운 게 아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직업은 조금만 삐끗해도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언론학을 배운다곤 하지만 실상 우리 마저도 어떤 게 사실인지 잘 모른다.(선전, 선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수업에선 발표하지만 자기들끼리는 '소문정보학과'라며 너무나 쉽게 학과의 소문에 선동된다) 각자가 원래 가진 나름의 관점과 상식 같은 지식 위에 새로운 정보들을 쌓아 올리는 것이니 어쩌면 같은 땅에 그 모양만 조금씩 다른 신축 원룸을 새 학기마다 짓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도 있겠다. 이런 말을 지금 꽤나 비판적으로 쓰는 것 같은 나도 사실은 공부를 하면서 관점을 다졌고 새로운 정보를 학기마다 무너뜨렸다가 다시 쌓았으니 꼭 누구를 비판하기 위해 쓰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할지 언정 자아비판도 함께 하는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언론학은 내게 세상에 연민을 느끼며 공감을 하라고 알려줬다. 때론 분노하라는 가르침을 주었고 때론 세상을 더 올바르고 건강하게 살아가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한 교수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말조심합시다!'에는 비단 말을 조심하는 게 아닌
'생각'을 조심하라는 말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요?


수업 때 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적고 있던 메모지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하다. 말이란 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튀어나오는 것이다. 즉 말조심은 우리의 생각을 늘 조심하라는 말과 같은 게 된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지 못해 어떤 말실수를 했을까, 타인에게 상처가 된 언행을 하지는 않았을까, 삶을 조금은 반성하며 되돌아봤다. 물론 매번 깊은 신중함에 빠져 제 때 표현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기엔 난 상당히(?) 표현에 거침없는 편이기에 그 걱정은 넣어 놔도 될 것 같다. 대신 경계하려 한다. 내 짧은 생각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내가 깨우친 생각들로 만든 글과 영상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공부를 하는 이유는 모든 것을 다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살아가며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른 채 지나치지 않기 위해서가 맞지 않을까. 그리고 아마 이런 내 다짐이 언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의 내 마음가짐이어야 하지 않을까. 빈부의 격차, 젠더의 차이, 인종의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불평등과 부조리. 그 외에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른 채 지나쳐서는 안 될 것들.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엎듯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런 유토피아적인 상상을 하기엔 제법 때가 타 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언론을 공부하며 뒤따랐던 생각들과 함께 내가 가려는 길을 헤쳐 나가려 한다. 세상을 더 따듯하게 바라보며 사람 사는 일상에 즐거움과 공감을 더해 주는 일. 어쩌면 이 새벽에 써 내려가는 감성 섞인 한 언론전공 대학생의 부끄럽고 초라한 다짐일 테지만 나는 내가 배우고 깨우친 것으로 그 다짐을 조금씩 이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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