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4대책으로 인해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2.4대책의 핵심은 공공성을 강조한 개발입니다. 그런데 공공의 범위가 문제인데요, 정부는 2/3 동의만 얻으면 나머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게 절차를 마련 중입니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죠. 그런데 한 술 더 떠, 공공주택 특별법는 동의 절차 없이 무조건 수용할 수 있는 법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법리적인 부분에 흠결이 없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과잉금지 원칙’ 같은 것입니다.
사실 공공주택 특별법은 대규모 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법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것을 확장 적용하여 도심 한복판에 공공주택 특별법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과 이번에 이슈가 되고 있는 용산 동자동 쪽방촌 등이죠. 어떻게 보면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하는 법이다 보니 공익적 성격이 매우 커야 하고 또한 소유주에게 주는 보상의 범위도 수긍이 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거나 그 정도가 심하면 중국이나 북한처럼 공산주의가 되는 겁니다.
사실 공공주택 특별법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중간쯤 되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민주주의라면 소유주가 싫다고 하면 국가라고 하더라도 강제로 빼앗을 수 없어야 합니다. 반면 사회주의는 필요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국가가 소유할 수 있습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은 표면적으로는 현금 보상을 하면서 협의에 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개인(소유주)들은 거부권이 없기 때문에 협의라고 표현하기는 힘듭니다. 수용을 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상가에 불만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하지만 결국 정부가 갑이기 때문에 개인은 최대한 거부를 하다가 나중에는 유야무야 결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완벽한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국가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면서 확연하게 보일 정도의 공익이 있을 경우에만 특별법을 적용해야겠죠. 그렇지 않고 남발한다면 그건 사회주의와 다를 바가 없거든요.
서두에 말씀드렸듯, 공공주택 특별법은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법입니다. 신도시는 대규모의 토지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터전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신도시로 지정되는 곳은 그전까지는 그다지 비싼 땅이 아닙니다. 그리고 소유주도 새롭게 소유자가 될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적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서 민주적 절차를 달성하면서도 공익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이 특별법의 적용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도심에 이 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희생되는 소유주의 가치에 비해 공익의 크기도 가늠하기 어렵고 그 크기도 크지 않습니다. 신도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취득가 보다 보상가격이 높을 것입니다. 거래가 잘되지 않는 대규모 토지인 경우가 많으므로 한참 전에 농업의 목적으로 취득한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심은 더구나 역세권 핵심지역은 매수 목적이 무엇이든 비싼 가격으로 취득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시세도 상당히 높겠죠. 하지만 정부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가격대로 현금 보상을 하게 될 겁니다.
여기서 첫 번째 불합리함이 나타납니다. 신도시 대상 토지 소유주들은 신도시가 지정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낮은 금액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계속 매도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 다수이겠지만 어쨌든 환금성이 낮은 토지를 국가가 수용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해줍니다. 그러나 도심은 환금성도 높고 가격도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낮은 금액에 수용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반발이 거세겠죠. 정부가 발표하자마자 동자동 소유주들은 예상대로 결사항전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토지주와 집주인에게 충분한 보상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는 이는 없습니다. 앞으로 지켜보면 아시겠지만 공공 주택 특별법을 도심에 적용하여 사실상 강제수용을 하겠다는 발상은 미수(未遂)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우리는 십여 년 전 용산참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도심에 공공 주택 특별법 적용은 제2의, 제3의 용산 참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정부의 서민을 위한 정책 그 자체는 대부분 좋은 취지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강압적이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정책이 됩니다. 결국 공염불(空念佛)이 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또 정부를 믿고 기다린 누군가들도 좌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봅시다. 억지스러운 비유지만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사유재산을 정부에 수용당하면서 즉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정책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추진의 정당성이나 당위성에도 고개를 끄덕일 이가 늘어날 수 있겠죠. 그러나 본인들의 사리사욕은 그대로 둔 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위해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감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나랏일을 한다는 핑계로 A에게 뺏어 B에게 주는 행태. 그러면서 B에게 자신들을 찍어달라고 표를 강요하는 행태! 이것이 현재 부동산 관련 고위공직자들의 모습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죠. 공익을 우선하고 서민을 위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강요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을 돕고 싶다면 정부 소유의 땅을 잘 개발해서 주면 될 일입니다. 애꿎은 소유주의 땅을 사실상 강탈해서 선심을 쓰는 것은 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다 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제발 올바른 정책을 써주길 바란다는 말도 여러 번 했는데.. 이번 대책을 보니 그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네요...
이승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