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코인투자에 대해 규제를 언급하자 코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했었다. 만약 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코인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반발을 한 사람들이 있었을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에 대한 반발은 대부분 다주택자들이지 그 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면 열렬히 환영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 외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법의 합리성을 떠나 이해관계자인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중개업소의 수수료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국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나 공인중개사들의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세상 모든 일은 이해관계자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은 투자의 시대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 코인, 부동산 외에도 다양한 투자를 거의 대다수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저렴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금리인상을 싫어하고 반대할 것이고, 대출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찬성할 것이다. 부동산도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으면 가격이 상승하듯 투자자들도 비투자자들보다 많다면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국민의 과반 이상이 반대한다고 하여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는 물가 및 유동성 그리고 거시 경제 전반을 살펴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최종 결정된다. 또한 금리결정은 한국은행의 고유 업무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고 전 세계의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금리 인상이 당분간은 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감율은 세계1위 수준이라고 한다. 과도한 대출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의 신호를 줘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았고 이들은 금리인상을 싫어할 것이므로 불만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금리인상은 단행한다. 그러나 인상 이후 경기회복이 더뎌지는 등 조그만 부작용이라도 발생하면 불만은 증폭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꾸준한 금리인상은 언감생심, 심지어 눈치를 보다 재차 인하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꾸준한 금리인상이 되기 힘든 환경으로 가고 있으며 설령 인상되더라도 압박이 심할 것이고 인상속도 역시 무척 더딜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빠르게 경기가 회복되고 코로나는 종식되어야겠지만 현재의 위기대로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경기회복 속도도 확연히 느리다면 유동성은 향수 수년간 여전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다시 미국의 달러화 발행으로 돌아와 보자. 미국의 국가부채는 계속 눌어나 현재는 3경2천조원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에 다다랐다. 미국의 2019년 기준 GDP가 약 2경3천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부채 규모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자만 해도 엄청나다. 2%의 이자율을 가정해도 연 640조원이고 하루에 이자만 1조 7500억원이다. 이자만으로 하루에 1조 75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너무 놀라운 금액이라 잘못 해석할 수 있는데 원금 (약 3경 2천조원)은 손도 대지 않고 이자만 납부할 때의 금액이다. 사실 미국부채가 2경원에 도달했을 때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금액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도달했다는 경고가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3경원의 부채에 도달했고 아마도 머지않아 4경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렇게 유동성을 공급하니 전 세계의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미국정부는 적어도 당분간은 유동성을 줄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국 역시 앞서 설명한대로 저금리를 이용한 투자자가 급증했고 그렇기에 유동성을 흡수하려면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돈이란 원래 쓰기는 쉬우나 줄이기는 어려운 법’ 이란 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기업이나 모두 똑같다. 전 세계는 수년 전부터 유동성 함정에 빠졌고 여기서 헤어나오기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돈의 가치는 원래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법이지만 몇 년 전부터 그 속도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가속화되었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많은 사람들을 벼락거지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돈의 가치하락 현상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의 유동성 공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