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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브프라임사태와 우리나라가 다른 이유

by 이승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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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미국으로 가보자. 미국의 서브프라임발 세계금융위기는 10여 년 전인 2008년에 일어났다. 일본과 다르게 독자 여러분들 대부분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이다. 본격적인 폭락과 위기는 08년이라고 보지만, 사실 2007년부터 HSBC가 서브프라임대출로 인해 큰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고, 대표적인 서브프라임 대출업체 뉴센추리파이낸셜과 아메리카홈모기지인베스트먼트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위기의 조짐이 보였다. 08년 초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되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AIG와 역시 세계적인 투자상업은행인 시티은행도 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파산했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위기로 주택가격은 폭락했고 그 여파로 주식가격 역시 폭락 및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번졌고 개인들도 자산가격 하락과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서브프라임 위기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그 전 수십년 동안의 미국의 모습이 어땠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FRB의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이었다. 한 때는 경제대통령으로 칭송받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는 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린스펀은 저금리 정책을 잘 사용했던 사람으로 기록된다.

다우지수 역대 최대인 22.61%가 하락하여 유명한 1987년도 블랙먼데이가 때도, 그린스펀은 1달 반의 기간 동안 금리를 3회 인하해서 주가를 살려냈고, 90년대 후반 동아시아 위기 때 몇몇 대형투자기관이 위기를 겪자 역시 금리인하를 통해 살렸다. 2000년대 초반의 IT버블, 9.11사태로 인한 위기 때도 역시 같은 방법을 통해 경제를 부양시켰다. 소위 저금리 마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위기를 빠져나오면 다시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인하를 통해 다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2000년 초부터 금리를 인하하더니 계속 내리기만 했다. 3년간 약 5.5%p를 낮추면서 금리 1% 시대에 돌입하여 유동성이 매우 커졌고 이로 인해 자산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저렴하게 돈을 빌려주고, 구입한 자산가격은 계속 오르니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특히 월가를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그린스펀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하지만 장기간 저금리는 유동성을 폭증시켰고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

‘서브프라임위기’에서 생소한 단어인 ‘서브프라임’이란 신용등급이 제일 낮은 단계의 사람을 뜻한다. 그 위가 알트-A, 그 위가 가장 높은 프라임 등급이다. 처음에 저금리를 무기로 프라임 등급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었다. 그런데 돈이 넘쳐나니 알트-A 등급에게도 대출을 한다. 은행이 몇 년간 이 사람들에게 대출을 모두 해주었더니 돈은 여전히 넘쳐나는데 더 이상 대출 받을 사람이 없는 거다. 그러자 욕심에 눈이 먼 은행들은 신용 등급상 대출이 불가한 사람들인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해주기 시작한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여기서부터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을 철저히 막아놓았다. 대출환경이 완화될 경우 조금 더 받을 수 있지만 소위 선을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멈출 줄을 몰랐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대출의 규모다. 우리는 LTV, DTI를 통해, 또 최근에는 더 강력한 대출시스템인 DSR을 통해 차주의 상환범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대출규모의 한계를 정한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대출 자체를 해주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 것도 모자라 주택 가격의 100%를 빌려주었다.


000.JPG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62718150482615


NINJA(No Income No Job & Asset)대출이라고 소득도, 직업도, 자산도 없는 사람에게 빌려주었다. 매매가 5억원의 주택이라면 대출을 5억원을 해준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5억원의 주택에 5억보다 더 많은 5억5천만원을 빌려주었는데 거래수수료 및 제반비용까지 모두 빌려준 것이다. 한 마디로 당시 미국에서는 아무 할 일 없는 백수도 마음만 먹으면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사람들이 놓칠 리 없어 모든 사람들이 미친 듯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그들 모두 당시 미국 주택경기가 호황이었기 때문에 2~3년 뒤에도 가격이 상승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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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장 직업도, 자산도, 소득도 없는 사람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출을 받은 후 이자가 감당이 되었을까? 당연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은행은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낸다. 대출 초기 약 3년 정도를 매우 적은 이자만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3년 뒤에는 금리가 높게 재조정되는데, 대출자들은 당장 이자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집 구매 후 2~3년 뒤 금리조정이 되기 전 매도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은행의 이런 전략은 매우 잘 통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이런 부동산담보대출을 기초로 무지막지한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로 유통시켰다. 금융공학과 수학이 발달한 미국은 원래는 말도 안 되는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안전하다고 예쁘게 잘 포장해서 전 세계의 금융기관에 떠넘겼다. 담보대출이 파생 상품화되고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면서 위기는 다이너마이트에서 핵폭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터졌고, 전 세계가 휘청거렸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수년간 헤맬 정도로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자! 하지만 중간중간 필자가 언급했듯이 우리와 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대출을 받은 사람의 신용등급과 대출한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철저히 대출 분류를 하고 있으며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매우 보수적으로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만 대출을 해준다. 또한 우리나라는 파생상품이 활성화되어있지도 않다. 그렇기에 서브프라임발 위기를 참고하고 연구하여 향후 비슷한 위기가 닥치기 전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다가 미국도 위기가 왔으니 우리도 곧 똑같이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전개는 이치에 맞지 않다.

전 세계 나라의 상당수가 여러 위기를 겪을 때마다 저금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저금리의 장점을 잘 알게 되었다. 이후 경기활성화를 위해 대부분의 나라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점은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금리 상태에서 위기가 닥치면 더 내릴 금리가 없기 때문에 금리를 통한 위기극복이 힘들다. 현실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이자도 같이 얹혀 줘야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리정책을 쓰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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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돈을 직접 푸는 방법을 사용한다. 여러분이 재난지원금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은행에 매우 저리로 빌려줘서 시중유동성을 활성화하기도 하지만 은행도 위기 상황이라 은행이 현금을 보유하고 시중에 돈을 잘 풀지 않는, 즉 신용창출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요즘엔 그냥 국민들에게 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에다가 직접지원금까지 그 밖에도 세금감면, 대출완화 등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되며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진다. 한 마디로 돈값어치가 땅에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위기가 올까봐 돈을 꼭 쥐고 있는 것은 악수가 될 것이고,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시중유동성은 오히려 증가하여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반드시 발생하게 될 것이니 이럴 때일수록 현금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매입하는 자산 획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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