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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대책 발표 후 원활하게 잘 추진되고 있을까?

by 이승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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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규제가 있는 상황이니 정비구역들이 속도를 내려야 낼 수 없는 모습이다. 정부도 서울 공급의 필요성은 알지만 정책 기조상 규제를 풀어줄 순 없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바로 국유지 및 사유지를 활용한 방법이다. 그렇게 8.4대책 (20년)을 발표했고, 그 중 서울 권역을 중심으로 26만 2천호 + @를 추진하며 신규 공급만 13만 2천호를 발표했다. 여기서 신규택지를 발굴하는 것이 3만 3천호였으며, 이 중 1000세대가 넘는 것들을 열거하자면, 태릉 CC (1만호), 용산 캠프킴 (3100호), 정부 과천청사 일대 (4000호), 서울지방조달청 (1000세대), 서부면허시험장 (3500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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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공급대책 발표 후

약 1년이 지난 현재

이 부지들은 원활하게 잘 추진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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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쉽게도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정부과천청사 일대의 4000여 세대는 이미 백지화가 확정이다. 과천시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의 공급대책에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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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공급대책의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세심한 조사를 통해 공급대책을 세운 것이 아니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대책을 만들다보니 인근 주민 및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도 없이 일단 발표를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폭등하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였다. 하지만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대책이 발표되면 시장이 잠깐 주춤하지만 결국 다시 요동쳤다. 공급대책도 동일했다. 처음에는 엄청난 공급숫자에 시장이 반응하여 위축되는 듯 했으나 일부 전문가들이 현실성 없는 대책임을 지적하고 시간이 흘러도 추진이 미흡한 모습을 보이자 가격은 다시 뛰었다. 결국 대책 발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진행이 되는 모습을 보여야, 공급이 부족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잠재우고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공급대책의 현재까지 추진 상황은 매우 부족한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정부가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지 않고 국유지, 시유지 등 공공부지만을 활용해 공급하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 민간의 힘에 기대지 않고 국가 부지만으로 넘치는 수요를 채울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추진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및 기존주택의 공급을 위해 양도세 완화를 주장했으나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은 이런 의견을 일축했다. 절대로 불로소득을 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제는 불로소득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불로소득을 인정하더라도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면 대의를 위해 그러한 결단이 옳은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런 쪽으로는 정책 변화를 줄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심지어 양도세는 2021년 6월을 기점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이제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양도세를 풀어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에 기존주택에서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간의 신규공급인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도 강력한 대책에 묶여 공급되기에는 요원하다. 여기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수요가 넘쳐나기에 공급은 무척이나 부족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장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잘못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는 21년도에 다시 한 번 정책기조의 변화 없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하는데 이것이 바로 2.4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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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말 최장수 국토부의 수장이었던 김현미 장관의 뒤를 이어 LH사장이었던 변창흠 장관이 등장한다. 2.4대책은 국토부가 새로운 수장으로 바뀐 후 처음 제안하는 정책으로서 매우 파격적인 내용이 많다. 여기서 정부는 2.4대책을 통해 주택공급에 민간이 아닌 공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공공택지를 신규 지정하고, 공공주택복합사업,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공사업이라고 해도 주민들의 동의가 없다면 추진되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는 동의를 얻고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선보인다. 용적률 상향 및 층수 완화, 초과이익환수제 및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등으로 민간보다 수익률을 높여주고 개발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동의율의 범위도 낮춰서 민심을 얻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일단 이번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부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확정된 건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간정비사업과는 달리 소유권을 먼저 사업시행자에게 이전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공공개발에서 시행자는 사실상 정부(LH 등)이므로 정부를 굳게 믿는다면 모를까 내가 어떠한 물질적 보상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소유권을 먼저 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무척 컸다. 사람들은 공공개발에 반신반의했다.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간을 두고 서로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 되었다. 2.4 대책 이후부터 거래하는 주택의 경우 현금청산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컸다. 모든 것이 막연한 상황이었고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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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LH사태가 터져버렸다. 국토부의 수장은 전임 LH사장이었던 변창흠 장관이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안 그래도 위태롭던 부동산정책에 대한 정부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공급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천명했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추진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흐름이 지속되다보니 공급은 공급대로 미뤄지고 가격은 21년이 되어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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