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리는 특별히 교통을 많이 눈여겨본다. 그 중 으뜸은 지하철 역세권 여부다. 지하철은 정시성이 있는 대중교통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출퇴근 시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상당수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므로 부동산을 투자할 때 역세권 여부를 체크하는 것은 절대로 빠질 수 없다.
서울은 이미 엄청나게 복잡한 거미줄 같은 지하철시스템을 갖추었다. 역세권 개발을 한다고 할 때 역세권의 범위는 1차 역세권, 2차 역세권 등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역 주변 500m까지라고 정의할 경우, 역세권이 비역세권보다 오히려 더 많을 정도다. 그만큼 지하철역이 촘촘히 있는 것이다. 또한 환승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지하철역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역에서 나와 버스를 이용하면 되면 지하철역까지 금방 도착한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대중교통을 통해 어디든 쉽게 이동이 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분들은 너무나 당연시되어 이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체감하지 못하지만 외국의 유수한 도시에서도 서울의 대중교통만큼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도시는 찾기 힘든 수준이다.
사실 서울은 대중교통이 더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엄청나게 막히는 도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토면적은 약 1003만 헥타르(ha)로 전 세계 107위 수준이다. 국토의 크기는 러시아가 압도적인 1위고,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 순이다.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우리의 인식상 못 사는 나라로 생각되는 국가들도 크기로 따지면 30위 후반에 있다. 심지어 우간다, 가나 등의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약 5200만 명으로 전 세계 28위다. 좁은 토지에 비해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인구밀도 순위를 살펴보아도 우리는 상위권이다. 마카오, 싱가포르, 바티칸, 산마리노 등 사실상 도시국가라고 할 수 있는 국가를 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3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좁은 토지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데 여기서 인구의 절반이 서울,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울의 인구는 약 950만명으로 인구의 약 1/5이 살고 있는데,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면적비율을 대략 계산해보면 1/166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서울에 밀집해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니 출퇴근시 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이 집은 없어도 차는 있지만 주말 레저용으로 쓸 뿐 출퇴근 시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중교통이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역세권 여부를 우리는 상당히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서울의 지하철이 매우 정교하며 촘촘히 있어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비해 전국의 철도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1년4월22일에 발표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연구’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지역간 철도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음에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면적 기준으로는 프랑스, 일본에 비해 25%이상 부족(약1000km)하고, 인구 기준으로는 현재보다 4000km 이상 연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프랑스 고속철도의 지역발전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고속철도의 수혜지역과 비수혜지역의 발전성 차이가 심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고속철 수혜지역의 경우 수도권 도시보다 더 높은 지역발전을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속철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은 어차피 고속철과 연관된 발전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슬럼화 되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역특산품을 만들던, 기업유치를 위해 힘쓰던, 관광 상품을 개발하던 어떤 방식으로라도 발전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록 고속철 수혜지역이나 수도권보다는 발전성이 더디지만 발전이 되어간다. 반면 고속철 정차도시 인근지역은 고속철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여기에 많은 것을 의지한다. 고속철만 들어오면 상권이 발달하고 인구가 유입되고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통된 심리적 오류를 범하는데, 그 중 과잉확신과 확증편향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과잉확신은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이나 지식 등에 비해 더 후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뜻하며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편향된 사고방식을 뜻한다.
고속철 인근도시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역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과잉확신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 확신이 확증편향이 되어 이러한 믿음은 더욱 굳어지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별도의 개발이나 지역발전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고속철이 개통되면 의외로 인근도시의 수혜는 많지 않다고 본다. 필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본 파트 제일 처음에 언급했다시피 출퇴근시 지하철이 가장 많이 애용되는 대중교통 수단이 된 이유는 정시성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친구와의 약속이라면 조금 늦어도 상관없지만 사실상 상사와의 약속인 직장에 늦는다면 큰일 날 문제다. 한두 번 늦어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데 여러 번이라면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버스나 심지어 택시도 도로가 막혀버리면 답이 없다. 그러니 가장 변수가 없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고속철의 인근 지역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빠르게 이동하는 효과가 희석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고속철의 직접 수혜지역이 아닌 인근 지역이므로 일단 집에서 나와 고속철이 있는 지역까지 이동을 해야 한다. 이 때 이동 수단은 버스나 지하철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집에서 나와 버스든 지하철이든 먼저 이용하여 고속철 지역까지 온 후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분이 아까운 출근 시간에 이러한 환승은 부담스럽다. 그동안은 버스 혹은 지하철만 이용해서 회사까지 출근했는데, 한 번 더 고속철로 갈아타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GTX-C 노선을 살펴보자.
수원역이 있으니 수원은 GTX 수혜지역이고 수원의 아래에 위치한 오산은 인근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용인 역시 수혜지역이고 경기도 광주는 인근 지역이다. 과연 GTX 인근지역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경기도 광주에서 용인까지 와서 GTX를 타고 강남을 가는 방식을 이용할 바에는 그냥 집 앞에서 강남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타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를 것이다.
같은 방식의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날 수도 있다. GTX - A노선의 경우 강남을 지나가는 노선이지만 정차역은 수서역과 삼성역 두 군데 뿐이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회사가 선릉역이나 강남역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역에서 내린 후 또 전철 혹은 버스로 갈아타기를 해야 한다. 결국 강남역 부근에 직장이 있는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시민이 GTX를 이용하여 출근하려면, 집에서 나와 버스 혹은 전철을 타고 GTX역까지 온 후 GTX로 갈아타고 삼성역에서 내린 후 다시 전철 혹은 버스로 갈아타기를 해야 비로소 직장에 도착할 수 있다. 갈아타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대심도 철도인 GTX는 지하 50~80m에 건설되기 때문에 일반 지하철보다 시간상 2배는 소요될 것이다), 그냥 우리 집 앞 직행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바로 도착하는 것이 시간을 더 절약할 수 있다.
GTX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는 것이므로 이 교통호재가 해당지역 및 인근지역의 가격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프랑스의 사례를 인용해서 저자 나름대로 해석해본다면 GTX역 부근은 확실한 상승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미 나타나는 현상으로 GTX 정차역 부근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의 아파트 평균값에 근접하거나 심지어 넘어선 곳도 있다. 하지만 GTX역이 있는 인근도시는커녕 해당도시라도 GTX역과 일정한 거리만 있더라도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물론 기대감 때문에 오히려 GTX가 개통되기 전에는 다 같이 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수원역 GTX의 경우 수원역 인근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며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같은 수원시라 하더라도 GTX와 거리가 있는 곳은 어차피 GTX역까지는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와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출근시 기존에 이용하던 대중교통과 비교할 때 시간절약 측면에서 크게 효율성이 없다. 지금은 고속전철이라는 막강한 홍보효과로 인해 강남까지 10분, 12분 이라면서 엄청나게 시간단축 홍보를 하고 있지만 막상 도어투도어(door to door) 개념에서 보면 비용은 오히려 더 비싸고, 시간단축은 예상 외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점을 경계로 기존 출근시 소요되는 시간보다 절약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GTX를 이용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이런 지역은 GTX 때문에 가격이 오를 리가 없다. 그러나 가격은 기대감으로 인해 이미 이런 지역조차 가격이 올랐다. 부동산의 하방경직성이라는 특성상 올라버린 가격이 더 내려가진 않을 수 있겠으나 미래의 가격까지 이미 선반영 되었기 때문에 개통 후 오히려 가격이 정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시기 바란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GTX 호재를 받을 주택을 사고 싶다면, 비싸더라도 GTX 도보권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 도보권이 아니어서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GTX에 와야 하는 곳의 아파트와 GTX 도보권 아파트의 격차는 앞으로 분명히 더 벌어질 것이다.
지금도 역세권과 비역세권의 가격 차이는 꽤 크다. 우리나라에서 역세권 여부는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하철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된다. 가격이 오를 곳이 아직 수도 없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도 수도권 집중현상 및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철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환경적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철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며 철도의 이용이 증가할수록 교통사고 감소효과도 뚜렷하다.
이렇듯 여러 가지 사회환경적 이유와 더불어 정부가 강한 철도확장 정책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이런 지역의 역세권 인근 주택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작던 크던 그 여파가 주변으로 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