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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가속 ... 어떻게 봐야 하나?

by 이승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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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55221_1280.jpg 이미지 출처 : SBS 뉴스



최근 하반기에 전세가격이 상승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신규공급 부족계약갱신청구권의 만료라고 말하죠. 최근 둔촌주공 등에서 보다시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증액되면서 멈추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완공시기를 늦춰 공급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오죠. 이렇게 신규공급이 늦어지면 전세물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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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년 8월부터 시작된 임대차 3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이 다가오는 8월부터 만료가 됩니다. 2+2 제도는 임차인이 기존 2년의 전세계약 만료시 추가 2년을 법적 보호하에 5% 이내의 인상금 한도 내에서 연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법은 시행 당시 추후 계약되는 신규 전세에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전세에도 소급 적용이 되었기에 법 시행과 동시에 청구권을 사용한 기존임차인이 많습니다.



그 임차인들이 20년 8월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면 2년이 지난 22년 8월이 되면 더 이상은 이 권리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임대인과 협의하여 시세에 맞는 전세가격을 주어야 합니다. 임대인은 2년 전 크게 상승한 전세가대로 계약을 하지 못하고, 갑자기 생겨난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최대 5% 인상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하여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작정하고 시세대로 받을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기존임차인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분들은 현재 시세보다 상당히 저렴한 전세보증금에 거주하고 있고, 임대인은 보증금을 크게 올릴 생각을 하고 있으니, 세입자는 대부분 살던 집에서 퇴거하여 현재 보증금과 비슷한 집을 구하려 한다면 하급지로 이동하거나 평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전세가격이 크게 치솟을 거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6월도 중순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는 전세가격이 높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문가들의 예상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지금 시장의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지난달 전국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월세 거래비중이 처음으로 전세를 넘어선 이후 두달 연속 월세가 전세를 추월했다. 올해 들어 월세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1월 전체 임대차거래 20만4216건 중 월세가 9만3851건으로 46%를 차지했는데 2월(48.8%)과 3월(49.5%)에 이어 4월에는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4월 전체 임대차거래 24만7966건 중 전세는 12만3787건, 월세는 12만4179건으로 월세 비중이 50.1%를 차지했다....

월세 거래가 점점 늘어나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5월 서울의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2.3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2.6.12 이데일리 기사 중>



46460_62643_747.jpg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작년 8월에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저금리 기조를 처음으로 깨는 금리인상이 단행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여러 차례 금리가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출을 받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죠. 가뜩이나 경제도 안 좋은데 금리까지 상승하니 대출받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겠죠.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출을 최대한 받아 ‘영끌’을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돈은 부동산, 주식, 코인 등에 이동하여 자산가격을 크게 끌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죠.



MYH20160404009500038_P4.jpg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부동산에서 대출의 제약은 매매가격 뿐 아니라 전세가격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아시다시피 최근에 전세를 구할 때 아파트 매매처럼 대출을 활용하지 않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나에게 1억원의 돈이 있다면 예전에는 무조건 1억원의 전세를 구해야 했지만 최근까지는 2억원의 대출을 받아 3억원 정도의 전세를 구했지요. 금리는 저렴하고 거주할 집의 퀄리티는 크게 높아졌으니까요. 하지만 대출금리가 크게 높아지자 더 이상 대출을 많이 못 받게 됩니다. 그렇다고 3억원짜리 집에 살다가 1억원짜리 집을 보면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퀄리티는 유지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고 그 해답은 바로 반전세 혹은 월세를 구하는 것이죠.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다보니 월세는 그 기간동안 찾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수요가 없으니 가격은 바닥을 기고 있었죠. 반면 전세에 모든 임차수요가 몰리니 전세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었구요.



그러나 금리가 방향을 바꾼 후 빠르게 달려나가자 임차인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출을 빌려 전세를 구한 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오히려 월세를 구하는 것이 주거비 측면에서 더 이익이니 당연히 월세를 구하는 수요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전월세 비중.JPG 그래프 출처 : 매일경제



기사에서 보면 월간거래 건수가 전세보다 월세가 더 많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만큼 월세의 가속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는 일부 사람들이 얘기하는 전세소멸과는 큰 연관성은 없다고 봅니다. 언뜻 보면 전세가 소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이것은 단지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세가 매우 저렴하여 이동하는 현상일 뿐입니다.



즉 향후 금리가 안정되고 월세가 지금처럼 가격이 계속 올라가게 되면 어느 시점에는 다시 전세를 구하는 것이 더 유리한 시기가 도래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분명 다시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전세가 언젠가는 소멸될 수 있으나 단시일 내에는 결코 그럴 일이 없습니다. 수십 년은 더 유지될 제도라는 생각입니다.




32323.JPG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지금처럼 ‘전세의 월세화’ 가 지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갭투자 환경이 어려워집니다. 소위 갭투자는 전세가격이 높아지며 매매가를 밀어주는 형태의 투자인데, 전세가격이 주춤하고 있는 현재는 매매가 역시 상승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월세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수익률이 좋아져 매매가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월세가격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장기 초저금리 영향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서 조금씩 회복하는 현황이므로 아직 매매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그.래.서...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전세가의 안정, 월세가는 상승이나 아직은 저렴한 상태, 임차가격이 안정적이고 대출환경이 여전히 강화된 상태에서 매매가의 안정”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요자는 전월세 가격이 매력적이거나 대출이 잘 되어야 집을 삽니다. 전월세 가격이 낮으면 투자자는 집을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대출도 힘들고 이자도 비싸니까요. 그러나 이런 환경이 언제까지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향후 전월세 가격의 동향에 예의주시해야 하는 겁니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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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가격은 계속 높아질겁니다. 전세는 하반기 (개인적으로는 연말)가 되면 가격이 올라갈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금리 추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전세가 상승은 제약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세가 상승이 단지 시간이 지연됐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월세가 계속 올라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사람들이 전세수요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전세공급이 계속 늦어진다면 전세가는 상승하게 됩니다.




현재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고 있죠. 이들은 전세 혹은 월세 시장으로 가 있는 거구요. 그 중 기사에 따르면 현재는 월세를 더 많이 선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세수요로 돌아서면 전세 측면에서 공급부족, 수요증가로 나타나 전세가를 끌어올려 줄 것이고 이는 결국 매매가의 상승으로 귀결됩니다.




단지 금리상황 및 신규공급 여부 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현재의 시장안정세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명심하세요. 대세하락으로 가거나 전세가격이 더 안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제 15년 부동산 경력을 걸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디 시장흐름을 잘 파악하시고 개인적으로 준비 잘들 하셔서 현명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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