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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수 Apr 01. 2021

여진의 꿈을 꾼 후에

-오늘은 이 노래

커버 이미지 : 여진의  '꿈을 꾼 후에' 앨범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꿈의 빈도나 기억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잠 속에서 수없이 많은 꿈을 접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나거나, 헤어진 연인을 만나는 꿈을 꾼 후에는 그리움으로 마음이 아프다.

수험생이나 취준생들은 시험 치는 꿈에 시달리고, 학교에서 싸운 아이들은 폭력이나 따돌림의 꿈으로 밤새 시달리기도 한다.

가족이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꿈은 허무하고 슬프다.

그러나 모든 꿈 중에서도 자신이 죽는 꿈은, 깨고 나서도 한동안 안정이 되지 않고 불안해질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매일 꿈꾸는 게 무섭고 두려워, 항상 불을 켜놓고 선잠을 잔다는 사람도 있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는 말이 있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꿈 해몽도 있지만, 꿈을 꾼 후에 감정을 추슬러야 할 사람은 자신이다.     


 '꿈을 꾼 후에'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노래다.

이 노래를 부른 여진은 여고생 시절부터 싱어송라이터로 활약했고, 여고 2학년 때 모 방송국에서 개최한 노래 콘테스트에 응모한 자작곡 3곡이 모두 입상했다고 한다.

‘꿈을 꾼 후에'가 수록된 첫 번째 앨범을 내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직 발령이나 음악활동을 접었다고 한다.

노영심이 불러 유명해진 곡, '그리움만 쌓이네'의 원곡자이기도 한 여진의 노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노래를 사랑한 그녀는 결국 오랜 교직 생활을 접고, 다시 가수의 길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성악을 전공해서인지 맑고 청아하며, 때로는 몽환적이고 아련한 슬픔의 길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나는 그대 모습을 꿈속에서 보았네
사랑하는 사람이여 꿈속에서 그댈 봤네
너무나 반가워서 마구 달려갔었네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대를 부르며
장미꽃 향기를 맡으며 잔잔하게 미소 짓는 그대 얼굴
보았네 살며시 당신을 그대를
나는 그대 모습을 꿈속에서 보았네
사랑하는 사람이여 꿈속에서 그댈 봤네

출처 : ‘꿈을 꾼 후에’ 가사 일부분   


온갖 꽃들이 고개를 내미는 봄날, 그녀의 노래는 한 편의 시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꿈을 깬 후에도 이렇게 가슴을 흔들어 놓을까?

여진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녀의 목소리의 힘에 이끌려 그 사랑의 절실함 속으로 정신없이 빠져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뜨겁게 사랑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뭔가 어수선하고 바쁘고 살아가기가 힘들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미팅이나 소개팅보다는 SNS로 소통하는 게 더 편하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미래가 안 보이는 현실 속에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 카페에서 마주 앉은 연인이 휴대폰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느껴지는 두 사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왠지 스마트폰으로 전해지는 사랑의 방식이 내게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었다.     


‘꿈을 꾼 후에’이 노래가 나온  당시에는, 헤어지고 나면 연인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경험하는 시절이었다.

요즘의 ‘쿨한 사랑’과는 달리, 상대방이 돌아서면, 상처 받고 애원하기도 하던 옛사랑법..

그러나 상처 받을 줄 알면서도 뜨거운 사랑에 몸을 던지는 순애보적인 사랑은 그 시절 영화나 소설, 대중가요의 단골 주제가 되기도 했었다.     


‘꿈을 꾼 후에’ 노래처럼 꿈을 꾸고 나면, 장미꽃 향기의 달콤함으로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꿈속에서 만이라도 현실의 조바심이나 걱정 없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악몽이나 가위눌림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시절,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는 그런 꿈들을 꾸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는 꿈, 그래서 꿈을 꾼 후에도 하루 종일 가슴이 설레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못다 이룬 현실의 꿈을, 잠을 자면서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꽃잎이 눈꽃처럼 흩날리는 요즘, '여진의 꿈을 꾼 후에'를 들으며, 한 번쯤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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