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 빈센트 반 고흐, 삼나무가 있는 밀밭(1889년)
아를의 태양 이글거리던 날
불꽃에 취해
귀를 잘랐다
까마귀 날던 보리밭이
흔들리고
노란 해바라기가
힘없이 쓰러져 간다
피를 흘리며
더운 거리를
숨차게 달렸다
한낮의 광장엔
아이들의 웃음소리 환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외출을 한다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귀를 자르고도
슬픈 내 어깨 위에
어둠은 여전하고……
시작노트 : 고흐만큼 절실하게 그림을 그렸던 화가가 있었을까? 하루 종일 들판에 앉아 자연과 하나가 되었던 사람. 살아있을 때 극한 가난 속에 시달렸고 녹색의 독주 압상트와 동생 테오 만이 위로가 되었던 사람. 고흐의 그림 색채는 같은 인상파라도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다. 온전히 그림에 몰두해서 자신을 던져야만 표현할 수 있는 색채들. 바다 위로 쏟아지는 불빛을 보면 항상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떠오르고, 별이 보이는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밤의 카페테라스가 생각난다. 밤하늘을 보면 별이 빛나는 밤이, 시골길을 걸으면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스쳐 지나간다. 해바라기가 가득 핀 들녘을 달리면 고흐가 그린 여러 작품의 해바라기 그림들이 보고 싶어 지고,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을 찾아가서 좋은 사람들과 걷고 싶다.
고흐에게도 봄날은 있었다. 조카의 탄생을 위해 그린 아몬드 나무의 화려한 색채나 추수 그림은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늘 외로웠던 화가 고흐. 그러나 아낌없이 모든 것을 그림에 쏟아냈기에 고흐의 인생은 슬프지 많은 않다.
고흐의 그림은 오늘도 문득문득 내 일상 속에서 함께하며 나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