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바람이 부는 밤
따뜻한 물 한잔을 앞에 두고 있다
흔들림이 없는 어린 후배가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물 한잔이면 충분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실 때
조용히 그녀는 물 한잔을 마셨다
아무 맛도 없는 물을 무슨 재미로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너무 많은 맛에 길들여진 요즘
불현듯 물 한잔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천천히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켜 본다
정신이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바람 소리가 고요하고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