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을 떠나
잠시
다른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긴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이 힘들고
낯설기만 하던 시절
가족과 집 뒤 약수터에 오르는 게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곳엔
아름드리 고목이 한 그루 있었다
몇 년을 그곳에서
뿌리를 내렸는지 알 수도 없는
거대한 고목
처음엔 그냥
곁에 가만히 서 있었다
다음 날엔 살짝 만져보고
어느 날 손을 뻗어 안기니
고목의 숨결이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소설 속 이야기처럼
고목에게 어깨의 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말없이 들어주는 향기에
마음이 누그러워졌다
예민하고
거칠어져 가던 심성이
따뜻한 온기를 되찾았다
세월이 흘러
살던 곳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고목과 이별을 해야만 했다
가만히 들어만 주는 일도
누군가에게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음을
그때 나는 고목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산을 오르거나
강가를 거닐다가
고목을 만나게 되면
손을 뻗어
나무의 냄새를 맡아본다
그날 약수터의
고목에게서 나는 향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