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 와카타케 치사코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외로움을 못 견딜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특히 내가 나중에 늙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그 날이 찾아올 때, 아무도 나를 기억해 주지 않거나, 찾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아직은 먼 미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면 최근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할머니는 작년 병실에 누워계셨다. 어머니가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면, 할머니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시고, 혼자 노래를 부르셨다고 하셨다. 마치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두려움을 잊고 싶으셔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책의 주인공 모모코 씨는 할머니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있다. 지금은 찾아오지도 않는 자식들도 있다. 모모코 씨는 혼자 내내 중얼거리면서 지내기를 반복한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남편을 떠올리기도 하고, 남편과의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는가 하면, 남편을 혼자서 용서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많은 자아들이 숨어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희로애락이 숨어져 있었다.
모모코 씨는 할머니이자 누군가의 여자이고, 아내다. 그녀는 항상 남편 슈조에게 순종적인 여자였다. 젊고 순수했고 성급했던 그녀는 남편에게 언제나 맞춰주면서 일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남편 슈조가 원한 것은 순종적인 여자가 아니었다. 밝고 명랑한 여자였다. 모모코 씨는 꾸준히 슈조를 위해 살아온다. 그녀의 일생의 목표는 자신이 아닌 남편 슈조였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살아오지 못했다. 언제나 남편 슈조의 하늘에서 그녀는 한낯 그림자일 뿐이었다.
모모코 씨는 할머니이자 누군가의 어머니다. 어머니로서의 삶은 굉장히 치열했다. 자식을 위해서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자식이 잘못되면 자신의 책임 같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기에 모모코 씨는 자식을 위해 부단히 헌신한다. 모모코 씨라는 존재로 살아온 것이 아닌, 엄마라는 존재로 살아온다. 이제, 할머니가 된 모모코 씨는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겠다는 결심과 함께.
책은 모모코 씨의 회상과 혼잣말이 전부지만, 필자는 짧지 않은 약 160페이지의 문장들 속에서 가슴이 뭉클하고, 아팠다. 또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나대로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의미일까?부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오고 있을까? 나도 언젠간 늙을 거니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까지. 사실, 필자는 지금은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단지 내가 쓸쓸히 잊혀 갈 것이 더 두렵다.
결국, 우리는 혼자가 된다. 누구나 그렇다. 누구에게나 고독은 찾아온다. 고독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독을 피할 것이 아니라 즐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삶은 나를 위해서 사는 거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를 위해서 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는 나날이 더 많다. 삶이라는 마라톤은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가는 여정이다. 언젠가 그 여정이 끝나는 날, 나를 위해 환하게 웃을 그 날을 떠올려본다.
Photo by Ismail Hamzah on Unsplash
서평<리플/홍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