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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Jun 26. 2018

실리콘밸리 소소썰; 4탄

피할 수 없는 대세, 중국 Part I

오늘은 뜬금 없이, 중국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부분의 시장이 거대하면 정체되어 있거나, 빠르게 성장 중이면 작아야 하는데, 중국은 규모에서도, 그 성장성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아독존의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 규모와 성장 성외에도 중국이 아주 두렵고 무서운 이유는 성장에서 오는 이익을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그 성장의 주역은 중국 시장을 활용한 외국 기업들이 아니라, 외국 기업들의 노하우를 대단한 속도로 확보하고, 심지어 거대한 자국 시장에 대한 이해까지 얹어 최적화해내는 중국 기업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카카오톡을 디딤돌로 중국을 석권한 위챗 (Wechat)

세계 사용자 10억명의 위챗d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는 것처럼, 위챗은 전 세계 사용자 10억 명을 자랑하는 메신저 서비스입니다. 지금 보면, 카카오톡과 위챗은 아주 다른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사실 위챗은 초기에 대놓고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해서 론칭된 서비스입니다. 2010년 (나중에 위챗을 론칭하게 된) 중국기업 텐센트는 카카오톡에 720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13.3%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됩니다. 그리고, 바로 2011년 1월에 위챗을 론칭합니다. 지금은 두 서비스의 UX가 상당히 다릅니다만, 초기의 위챗은 카카오톡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텐센트가 카카오톡을 단순히 "베끼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아마 중국이 "짜증 나거나", "얄밉기"는그  해도,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짝퉁(?)으로 시작한 위챗은 거대 시장 + 파격적인 정부의 지원 + 기업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지금은 카카오톡이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수준의 서비스로 성장하였습니다. 그 중심에 위챗 페이(Wechat pay)라는 핀테크 서비스가 있습니다. 최근의 중국 출장에서 정말 중국이 "넘사벽"이라고 느끼게 되었던 핵심도 바로 이 위챗 페이에 있었습니다. 


위챗페이, 위챗의 위상을 재설정하다

2년 전쯤, 위챗 페이가 막 론칭하던 시점에 저희 회사에 중국인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 직원이 월급을 받으면, 위챗 페이 계정에 송금하는 것을 보고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한국에서는 위챗 페이가 되지도 않는데 왜 거기에다가 송금을 해요?" 그랬더니 그 직원의 대답은 "쓰던 안 쓰던 위챗 계정에 돈을 넣어 놓으면 1년에 9%의 이자가 붙어요. 그래서 모두가 그렇게 해요."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이유가 규제 건 아니면 혁신적 사고의 부재이건, 우리나라 기업은 절대 하지 못할 일을 중국 기업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이자에 대한 광풍은 중국 대륙을 휩쓸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신기술을 모두, 자발적으로, 아주 빠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VISA와 MASTER를 비롯한 해외 카드로 무언가를 결제하는 일은 아주 큰 매장이나, 외국 브랜드의 매장이 아니면, 아주 불편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원래도 잘 되지 않았지만), 하지만 위챗 페이는 QR코드 인식이라는 간편 결재 방식을 통해, 길거리 노점까지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습니다. (심지어 위챗 페이로 구걸을 하는 거지도 있다는...)


저 QR코드에 전화기를 대면, 생선값이 결재가 됩니다a

중국의 이중전략 

텐센트, 바이두, 유쿠 등 중국 기업의 빠른 성장에는 중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이중전략이 아주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이중전략은 xxx 씨의 이중생활에 못지않은 정도로 아주 다르고, 강력합니다. 중국은 대외 적으로는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통제와 규제의 이유로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상의 통제를 위해 미디어 매체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대부분의 글로벌 SNS 서비스를 국가가 나서서 차단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이 예입니다. 반면에,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우리나라도 도저희 따라가지 못할 수준의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있는 "학원 영업금지 제도 (밤 10시 이후에는 학원을 열지 못하는)"이 중국에는 당연히 없고, 택시 노조와 운수법 등을 근거로 우리나라에는 론칭 조차 못했던 우버(Uber)로 대표되는 카풀 서비스가 중국에는 이미 오래전에 들어와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서비스가 차단되어 있지만 바이두가 시장을 지배하고, 유튜브는 서비스가 막혀있지만, 유쿠라는 서비스에서는 한국 드라마까지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중국기업들은 이렇게 국내 기업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오늘도 끊임없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 해외의 서비스를 사용할 때, 사람들이 활용하는 VPN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접속자의 IP를 변경하여, 마치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접속하는 것처럼 하여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인데, 중국 정부는 최근 이마저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을 볼 때, 아마 "기업의 수호자로서의 정부"라는 태도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구글, 바이두
중국의 유튜브, 유쿠

중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국은 "희대의 따라쟁이"라는 오명을 이미 벗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 미국 친구는 미국은 인류를 위해 "Great service"를 만들지만, 중국은 그걸 베끼는데 집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과거 10년을 돌아보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중국의 행보는 과거의 그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미 드론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이 세계 1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태양광, 조선 등 제조 분야에서부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중국 기업들의 발전은 눈부십니다. 이 중심에는 해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30만 명 이상의 인재들이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요즘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보면, 중국 유학생 출신의 인재들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도 출신의 인재들이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인도 출신의 유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에 정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데 반해, 중국 인재들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중국 시장을 등에 업고 창업하기를 선호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과의 미팅에서 글로벌 인재를 찾아보기란 아주 큰 기업이 아니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주 작은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VP (Vice President) 이상 급의 임원들은 페이스북, 구글, 야후 등 글로벌 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했던 경험들이 있는 인재들을 아주 쉽게 만나게 됩니다. 영어가 유창한 것은 당연하고요.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 거대하다 말들은 숱하게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우리 기업들은 중국을 일본, 베트남, 미국처럼 많은 국가들 중 하나로 보는 시각에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특징, 규모, 성장성, 가능성 이 모든 차원에서 다른 모든 나라들을 합친 것과 같은 수준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중국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다른 "세계"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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