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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Aug 21. 2019

미래인재

과거를 살아온 부모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

이전에 Future talent라는 글에서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를 살아온 부모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현재에 만나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말을 굳이 다시 쓰는 이유는, 정말로 이 사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2년에 우리 모두는 "건축학 개론"이라는 천만 영화가 몰고 온,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회상 신드롬에 빠졌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감각적인 카피와 함께, 한가인, 수지 등 더 적절할 수없었던 캐스팅으로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아마, 우리나라가 로맨틱한 영화에 이렇게 반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지요. 

지금 봐도 마음 한편이... ^^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은 왜 "건축학 개론"이었을 까요? 혹시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물론, 다른 전공에 비해 건축학이 건물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제공해 주고, 집이라는 것을 매게로 꿈과 현실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는 헤드폰 씬에서, 남녀 주인공은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를 듣습니다. 이 노래를 전람회의 노래로 1994년에 발표되었고, 그 후 몇 해에 걸쳐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에 대학생으로 나오는 주인공들은 학번으로 치면, 94-96학번 정도일 것이라는 뜻이지요.


저도 그 시절에 입시와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 그 당시를 돌이켜 보면, 이과에서는 건축공학과의 인기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아마 제 기억에는 의대 다음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의대야 시대와 상관없이 인기가 높은 학과이지만, 다른 학과들은 시대에 따라 인기가 변하는 것을 알고 계실 텐데요. 저희 선배 들 때는 전자공학과가 인기가 많았고, 저희 후배들 때는 컴퓨터공학과가 새로운 인기 학과로 등장했었습니다. 


그럼, 왜 건축공학과가 인기가 많았을까요? 전공의 인기는 당대에 선망의 대상인 기업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요, 반도체 코리아의 열풍을 만들어낸 삼성전자가 있었기에 한동안 전자공학과는 1순위 전공이 되었습니다. 그럼, 1970년대 중반 생들이 대학을 갈 무렵에는 어떤 기업들이 인기 있는 기업이었을 까요?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바로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건설사들입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극동건설, 쌍용건설 등의 건설사들이 국내와 해외의 건설붐을 타고, 굴지의 대기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이었던 거죠. 


건설사 벳지를 가슴에 단 아버지들은 고속도로, 항만, 빌딩들을 만들어낸 주역들이셨고,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선망이 사회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 아버지들에게 있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건설업은 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멋지고, 전도유망한 직장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과에 똑똑한 많은 아들들이 건축공학과에 갔고, 건축공학과는 그렇게 인기 학과가 되었고, 영화에서 처럼 도면 통을 비스듬히 어깨에 매도 캠퍼스를 뛰어다니는 오빠들은 그렇게 여대생들의 로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오빠들은 어떻게 되었을 까요? 영화 속 엄태웅처럼, 멋있는 건축사무소의 대표가 되었을까요?


사실은 그랬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1996년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타를 주었고, 1997년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기억하는 IMF 체계에 돌입합니다. 그리 고 1997년 1월 건설사를 비롯한 한보그룹이 부도 처리되었습니다. 이후 건설사들의 운명을 살펴보면 1998년 동아건설 워크아웃 돌입 (2000년 부도 처리), 1999년 쌍용건설 워크아웃 돌입, 2000년 대우건설 워크아웃 돌입, 2001년 현대건설 워크아웃 돌입. 이 외에도 중. 소형 건설사들의 부도 처리가 수 없이 이어졌고, 한 때는 말레이시아의 트윈타워를 수주하며 명성을 날리던 극동건설은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결국 회사가 없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와 학교의 추천으로 건축공학과를 입학했던 1970년대 중. 후반 생들은 정말 험난한 취업과 직장생활을 겪었거나, 아니면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들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건축학 개론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현실이지요. 


이 웃픈 현실이 바로, "과거에서 온 부모가 미래를 잘못 예측했을 때"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 일어날 수 있는 아주 사실 적인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게 "미래가 뭐 그렇게 다르겠어?"라고 생각하면서, 과거의 경험에 매몰되어 아이들의 진로를 지도하는 일. 정말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닐까요?


많은 미래학자들은 지금 직업의 대부분이 20년 내에 없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수많은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하고요. 저희 사무실 길 건너편에 한 빌딩이 있는데요. 바로 얼마 전 6세 유튜버 보람 양이 95억 원에 매입해 화제가 되었던 건물입니다.

바로 요 건물입니다. 

그 기사에 이어, "MBC 방송국 전체 직원이 다 합쳐도, 보람 튜브 수익을 못 따라간다."는 자조적 인터뷰가 섞인 기사도 보도되었죠. 이렇게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의 변화는 IMF와 국제금융위기라는 아주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사회 전반이 변화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사라질 직업 중에는 놀랍게도 변호사, 앵커 등 지금은 아주 선망받는 직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보다 우월한 지식만을 기반으로 경쟁우위를 누리는 직군들은 AI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그럼, 과연 미래를 준비시키는 교육이란 무엇일까요?


다음에는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을 통해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에 대해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확실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과 아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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