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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Mar 13. 2017

사교육, 32조의 거대시장

왜 1조 매출을 넘기는 교육기업은 존재하지 않는가?

2004년 메가스터디의 상장 후 시총 1조 돌파를 기점으로 2000년 초반 국내 사교육 시장에는 외국계 펀드의 투자 붐이 일었었다. 사모펀드 칼라일이 영어학원기업 토피아에 180억 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AIG 그룹의 아발론 600억 투자, (주)타임교육의 티스톤으로부터 600억 원 투자유치 등 그야말로 사교육 시장은 호황이었다. 모두들 제2의 메가스터디는 어디가 될 것인가? 에 관심을 기울였고 너도 나도 교육 관련주 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 붐이 거품으로 판명되어 꺼지기까지는 불과 5년도 걸리지 않았다. 한때, 교육 시장의 유망 기업으로 일컬어지던, 토피아, (주)타임교육, 아발론 등은 오너가 여러 번씩 교체되는 수모를 겪고, 지금은 전성기 시절의 수십 분의 일 수준으로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그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려우나 대략 32조에서 그 이상의 수준일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의 숫자만 10만 개를 넘어섰다. (2013년 말 기준, 전문. 의료. 서비스업 현황자료, 국세청) 이런 시장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는 매출 1조(시장규모의 3% 수준)를 달성하는 교육기업이 하나도 없을까?


메가스터디는 강남 유명학원 강사의 강의를 인터넷을 기반으로 안방으로 옮겨다 놓으며, 국내 교육기업 중 유일하게 1조의 시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스타강사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기업의 등장과 그에 따른 스타강사의 유출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웠고, 설상가상으로 더해진 정부의 EBS 기반의 수능 출제 정책은 메가스터디의 하락세를 가속화시켰다. 국내에서 성장이 어려워진 메가스터디는 중국 등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진출을 모색했으나, 로컬 스타강사에 대한 지배력 차원에서 로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패하면서 결국은 중국의 인터넷 교육 시장에 좋은 벤치마킹 대상으로 남고 말았다. 


규모로 볼 때, 최근 국내에서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교육 기업에는 구몬으로 유명한 교원그룹, 눈높이의 대교그룹, 그리고 씽크빅의 웅진씽크빅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탄탄한 교사와 방문판매 조직을 기반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으나, 저출산으로 인한 시장 감소, 지속적인 인건비의 증가, 해외진출이 어려운 사업구조 등의 난제를 안고 있다.


그러면, 왜 모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육이라는 분야에, 거의 전 국민이 가정 경제에 최고부담이라 할 정도로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1조 매출을 달성하는 교육이 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일단, 가장 근접하게 1조 규모에 육박했던 기업들이 존재했던 입시시장을 들여다보면 교육을 했다기보다는 "입시"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모든 학생들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인 교육보다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입시"의 기술을 가르치다 보니,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선택된 학생들에게 돈을 많이 받고 다른 곳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경쟁의 노하우가 되어버렸다. 학생들은 다른 곳에 존재하지 않는 선생님과 학원을 찾아 강남행을 감행해야 했고, 그 강남행은 오늘날의 강남불패 부동산 신화를 이루어 냈다. 이 공급자 중심의 학원시장은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남아 있고, 메가스터디나 다른 인터넷 강의 시장을 오히려 마케팅 채널로 활용,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인강에선 절대 하지 않는 이야기이니까 꼭 받아 적어라."라는 멘트로, 인강이 있음에도 왜 학원에 나와야 하는지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파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1조 기업이 탄생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입시시장만큼은 아니지만, 나머지 교육시장도 한글은 한솔, 수학은 구몬과 해법, 영어는 윤선생 식으로 작은 영역들로 쪼개어져 있고, 그렇게 나누어져 있는 영역에서 고르게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1조라는 규모의 매출을 달성은 것은 저출산이 초래한 시장규모의 축소와 니즈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고 해외진출이 쉽지 않은 산업의 특성을 생각할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 모든 기업이 분투하는 가운데서 이루어낸 에스티유니타스의 성과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스티유니타스는 기업은 초기 영단기라는 토익 중심의 성인 영어교육 브랜드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더니, 수평적으로 공단기라는 브랜드로 공무원 시험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리브로 인터넷 서점의 인수를 통해 수직적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SAT 교육기관인 프린스턴리뷰까지 인수하면서, 탄탄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 기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관념대로라면, 토익 시장에서의 강자가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공무원 시험에서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만약에 그러한 확장이 쉽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기존의 토익 시장에서 강자였던, YBM시사나 파고다 같은 기업들이 먼저 공무원 시험에 입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티유니타스는 과목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아닌 "단기"라는 것을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다. 토익이던 공무원 시험이던, 최단기간에 최대의 성과를 얻는 것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단기간에 목표 점수를 얻게 해주는 기술을 내세우며, 영단기와 공단기 두 개의 브랜드를 짧은 시간 안에 분야별 1위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많은 수의 교육기업들은 교육에 대한 노하우,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와 연구개발인력이라는 기업 초기의 성장을 견인해 주었던 공급자 중심의 성공 공식과 기존의 자산에 매몰된 나머지 해당 영역을 넘어서 확장하는 데에 실패하고, 자신들이 속한 영역의 축소와 함께 축소의 길을 걷고 있는데 반하여, 콘텐츠가 아닌, 전략적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한 에스티유니타스와 자사의 콘텐츠만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타사 콘텐츠의 비중을 북클럽이라는 테블릿 기반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웅진씽크빅의 움직임은 충분히 주목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필자의 다른 글에서 언급한 것 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교육의 트렌드는 이미 지식(Knowledge)을 탈피하여 역량(Capability)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지식 중심의 과목별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No.1 Player가 되겠다고 하는 전략적 방향성은 수명을 다한 지 오래이다. 흔히 미래의 역량이라고 일컬어지는 Collaboration, Communication, Critical Thinking, Self-leadership과 같은 역량들은 결코 한 과목에서 얻어지거나, 특정 과목의 점수로 측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교육기업의 전략은 특정 과목의 1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Skill을 가르치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해야 함이 당연하지 않을까?


교육 기업은 공급자와 학과목, 그리고 입시 중심의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특정 과목을 제일 잘 가르치는 기업은 Good company일 수는 있어도, Great company는 될 수없다. 1조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과 과목에서 선점한 기존의 지위가 주는 단물의 유혹을 과감하게 떨쳐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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