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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Mar 22. 2017

사교육을 금하라.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며칠 전, 보도되는 뉴스의 대부분을 대통령 탄핵 관련 기사가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시국에  "초중고 사교육비, '교육부 예산의 1/3'... 1인당 월평균 25만 6천 원",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전년比 1.3% 증가"와 같은 교육부의 사교육 실태 발표자료가 비중 있게 여러 매체에 보도되고, 심지어 "국민투표를 통해 사교육 금지를 법제화하겠다."라는 말이 대선후보의 핵심공약이 되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이 차지하는 명성과 위상(?)은 작지 아니함이 분명해 보인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보도 이후에는 통계의 오류, 허점을 이야기하면서 사교육을 실제로 받는 학생들만 계산하면, 실제 비용은 훨씬 높다라는 기사가 연달아 나왔고, 그렇게 해서 다시 계산해봐야 인당 월 37만 8000원이라고 하니 실제 학부모들이 체감하고 있는 사교육비에는 한참이나 모자란 숫자라는 것이 현실임에도, [사교육의 난립 = 공교육의 실패]라는 프래임에서 사교육비의 증가가 미비하다고 주장해야만 하는 교육부 공무원들의 고심이 얼마나 깊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미국의 교육시장을 조 사하다 보면, 사교육(Private education)이란 단어는 공교육(Public education)이라는 단어의 상대되는 개념으로 사립학교(Private school)를 포함하여 국가가 직접 설립, 운영하고 있지 않은 모든 교육기관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사교육(Private education)이 사회악으로 표현되거나, 정책적 제재의 대상이 되거나, 사교육에 대한 제재가 선거의 공약 중 한 줄을 차지하는 일이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미국 사회에서 사립학교(Private education)이라는 기관은 우수한 교육, 혹은 부의 상징으로 언급되는 일이 훨씬 빈번하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비제도권 교육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즉, 학교 밖에서 영리를 위해 운영되는 모든 형태의 교육서비스를 사교육이라 칭하고 있고,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이라는 단어는 이미, 가계 경제 부담의 1순위, 빈부격차의 근원, 더 나아가 저출산과 부동산 가격 과열의 주요 원인으로 지칭되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를 할 때마다, 사교육비 대책이라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대한민국에는 미국은 물론 심지어 공산국가인 중국에도 없는 "학원비 상한제", "밤 10시 이후 학원 운영 금지법"등이 버젓이 존재한다. 


18조라는 정부의 말이 정확하다고 가정해서 단순하게 계산해 보더라도, 사교육 시장은 월 300만 원 기준으로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이고, 2015년 국세청 발표 "전문. 의료. 서비스업 현황"에 따르면 학원의 숫자만 10만 개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런 산업이 "사회악"이고 "저출산의 원인"이며 "가계부담의 원흉"이라니... 그 업계에 종사하는 1인으로 참으로 개탄스럽고 힘이 빠지는 소리이다. 


이런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사교육에 열광하고, 더 나은 사교육을 위해 부산행보다 어렵다는 강남행까지 감행하는가?


최근 방영된 EBS의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에서 한국 과학기술원의 이민화 교수는 청년층에 불고 있는 공무원 시험 열풍에 대해서 "사회 시스템이 실패를 응징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실패가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사회 전체의 실패를 만들어 낸다."라고 이야기했다. 사회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지양하는 쪽으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학벌에 대한 차별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진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 시험이라는 것이다. 개국이래 지속되어온 우리나라의 학벌 중심 문화는 흔히 말하는 서울대, 고대, 연대의 SKY의 학맥이 그 불확실성을 감소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통념을 만들어 냈다. 이 통념의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전공에도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자녀들을 SKY에 보내고 싶어 하고, 모든 학생들을 받을 수 없다 보니, 입학생 정원으로 인해, 과도한 경쟁이 자연스레 유발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교육 시장으로 학생들은 몰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사교육을 줄여보겠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EBS 중심의 수능 출제는 EBS라는 또 다른 사교육 시장에서의 슈퍼파워를 만들어 냈고, EBS에 출연하는 것은 마치 슈퍼스타 K에서 Top 10에 진출한 것 같은 훈장이 되어, EBS는 유명 강사들의 사관학교化되어 버렸고, 변별력이 떨어진 수능을 대신하기 위해 각 대학이 내놓은 다 향한 형태의 전형은 오히려 더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을 촉발하고 있다.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인재의 유일한 평가 잣대인 나라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의 하나같은 증언은 "경제규모 대비해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지나치게 적다."라는 것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영어실력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10여 년이 넘게 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토익 900점이 넘는 것이 구직자의 기본 스펙이지만, 막상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찾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나라.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현실에는 물론, 진정한 학문이 아닌, 시험 치는 기술을 가르쳐 인기를 누려온 사교육 관계자들의 과오도 없다 할 수 없다. 실제로 유명 토익 강의장에서, "리스닝 시험을 칠 때, 주변 학생들이 일제히 답안을 기록하는 보기가 답이다."라는 강의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이렇게 영어를 배운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할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이처럼, 시장의 경쟁이 없어지지 않으면, 사교육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그 경쟁을 없앨 수 없다면, 그 경쟁의 룰이라도 바꾸어야만 한다


국. 영. 수를 잘하는 것으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기술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제도가 존재하는 한, 지금과 같은 사교육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이 원하는 인재의 특성은 소통과 배려, 공감과 이해, 리더십과 품성, 직관과 통찰이 있는 인재인데, 과연 학교 시험의, 수능의 어느 과목에서 이러한 특성들을 가르치고, 평가하고 있는가? "사회에서 정작 필요한 특성은 알아서 배우고, 일단은 국. 영. 수에 힘써라."가 오늘날 우리 학생들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사교육에 18조를 쓰고 있는 현실보다, 그 투자가 만들어 내는 인재의 질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제대로 된 인재의 육성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없다면, 18조의 사교육뿐 아니라 54조의 국가 교육 예산까지도 낭비되는 것이다. 그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가르친 우리 아이들이 끊임없이 공무원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함으로 노량진 고시촌에 몰려들고 , 중국 대학생의 48%가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한다고 할 때, 대학생 중의 6% 만이 창업을 고민하는 우리나라, 이대로라면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국가의 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비전에서 인재보다 핵심적인 자산은 없고 그 핵심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정책은 "착하고, 도덕적인 국민의 육성"과 같은 편협적인 목표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한 국가의 명확한 비전과 전략, 그리고 그를 위한 인재상에 대한 정의, 그리고 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관련자들 역할이 분명해진다면, 사교육은 알아서 진화하고 변할 것이다. 시험 치는 기술을 가르치던 쟁이들이 결국엔 토익 무용론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도태되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라 존재하지 않던 수많은 사교육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은 올바른 정책과 입시제도의 변화만이 사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사교육의 문제는 얼마를 쓰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래서 먹고살만해지셨습니까? 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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