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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Jul 05. 2017

게임으로 언어를 가르쳐야하는 이유

아이가 흥미를 느꼈을 때 나타나는 기적들

안녕하세요? 저는 실리콘밸리의 에듀테크 기업인 키드앱티브에서 일하고 있는 김민우라고 합니다. 동시에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유한 5살 "건하"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건하는 세울 건(建) 자에 붉은 노을 하(赮) 자를 써서, 하루의 마지막에 예쁘고 붉은 노을처럼, 인생의 과정보다 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저와 제 아내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요 재밌는 친구가 건하 군입니다. ^^]

게임으로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우리 재미있는 건하 군의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 합니다. 우리 5살 건하 군에게는 말레이시아에 사는 리암(Liam)이라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국제학교의 교장으로 근무하는 리암의 아빠와 저 사이의 오래된 친분 덕분에, 두 녀석은 자동 친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겉으로 보면 완벽 소통을 하는 듯한 두 친구]

처음 만난 그날부터, 무슨 케미가 통했는지,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며 하루 종일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친구 모두, 서로의 언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둘이는 손을 잡고 종일 무언가 설명하고 다녔습니다.^^]


더 재미있는 일은 신나는 첫 만남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한국어 한마디도 못하는 리암에게 속사포 같은 4살 한국어로 하루 종일 떠들어 대던, 건하 군이 살짝 부끄(?)러웠던 저는 리암네 가족과 헤어지던 순간에 "건하야. See you later!라고 해줄래?"라고 귓속말로 일러주었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우리 건하 군은 아주 큰 소리로 리암과 리암의 가족들에게 "씨유 레이럴!!!"이라고 여러 번 소리쳐 주었고, 저는 그 기특한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저는 제 귀를 의심할 만한 기발한 질문을 우리 건하 군에게 들었습니다. 

건하군: "아빠! 씨유레이럴 어디 갔어?"

아빠: "응? 응? 응? (얘 뭐래는 거니???)"

건하군: "어제, 그 재밌는 내 친구 말이야, 씨유레이럴 ~"

아빠: "---------"


이후에 다시 이루어진 말레이시아 재회 때에도 건하 군의 영어실력이나, 리암 군의 한국어 실력은 저언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 친구는 무언가 설명하며 어른들의 도움 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뭐, 딱히 말이 필요없어 보이긴 합니다. -.-;;]
[서로 다른 언어로 물고기를 보라며 토론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 이후에 제가 느낀 것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모국어를 기준으로 영어를 설명해 주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 "고마워는 Thank you야, 알겠지?"라고 설명하지 않고, 선물을 받는 상황에 "Thank you라고 해주면 리암이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서로 잠을 자러 각자의 방으로 갈 때는 "자 이제 Good night이라고 인사하고 자러 가자."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틀 삼일째 저녁에는 건하 군이 알아서 "Good night"을 사용했습니다. (아마 친구 이름이 저녁에는 그렇게 바뀐다고 알았을 지도 -.-;;)

2. 건하 군의 영어에 대한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 되었습니다.

- 영어를 들으면 거부하기보다는 "어, 이거 리암이 하는 말이잖아, 그렇지?"라고 이야기하고,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세이펜을 따라 하는 것을 자연스러워합니다. 


물론, 우리 건하 군이 언어 천재이거나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건하 군의 영어에 대해 (저희 집사람이 동의하는지는 별도의 이야기입니다만...)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교육의 첫걸음은 교육을 대하는 아이의 시각을 제대로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건하 군에게 영어는 이미 "공부", "엄마가 시키는 것",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 리암이 하는 말", "내가 하면 리암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어머니들이 언어교육에는 노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서, 어떻게 하면 한국에 사는 우리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노출을 극대화해줄까를 고민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DVD도 영어로 틀어주고, 유튜브도 보여주고, 학원, 방문교사, 영어노래 등등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계시지요. 하지만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글귀처럼, 노출 전에 바르게 갖춰줘야 하는 것은 "아이의 영어에 대한 관념"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영어가 무엇인지를 느끼지 못한 채 영어를 견뎌내게 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직접 경험하신 것처럼, 이렇게 영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무조건적으로 학습을 강요당하는 현실이야말로 바로 그렇게 많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영어를 잘 못하는 나라로 꼽히게 만든 [전 세계 27위, 2017년, 스웨덴 교육기업 EF조사 결과] 핵심 이유라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리암 군과 같은 외쿡인 친구를 가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바로 이런 고민이 저와 저희 회사가 게임으로 언어를 교육하기로 마음먹은 이유입니다. 게임이라는 전달 방식은 기존의 언어 교육법 대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게임은 비주얼만으로도, 아이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소를 물가로 억지로 끌어가서는 절대로 소가 물을 먹게 할 수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강권이나 강요가 수반되는 방식으로는 아이의 호기심을 극대화시킬 수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그 어려운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실제 영어교육게임을 이용중인 아이의 표정입니다. 억지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요? ^^]

둘째, 게임은 정답 여부 수준이 아니라, 표정, 음성, 몸짓을 포함한 다 차원적인 캐릭터와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Apple = 사과라는 학습은 영어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형성된 다음에 진행해도 충분합니다. 게임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 아이는 본인이 읽은 문장에 대한 캐릭터의 표정, 음성, 몸짓에 상황을 종합하여 스토리의 흐름을 유추합니다. 이 과정은 바로 21st centry skill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의 연습니다. 이 과정은 실제 외국에 가지 않고는 체험할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피노키오 캐릭터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셋째, 게임에는 현실감 있는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How much is it?"을 배운 다음에 가격을 대답하는 단편적인 언어의 기능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빵에 넣은 재료가 없어 고민하는 친구를 위해 재료를 사러가는 미션 중에 "How much is it?"이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터득합니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에서는 뜻이나, 문법이 정확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보다. 주어진 상황(Context)에 맞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문맥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는 경험은 몇 문장으로 구성된 짧은 예문을 반복하는 것 만으로는 경험할 수없습니다. 

넷째, 게임에서는 보상을 통한 동기부여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친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이템이 많아지고, 내 캐릭터가 성장하고, 내 랭킹이 올라갑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돌보고, 키우고, 성장시키는 장치에 의한 동기부여 효과는 이미 수많은 다른 게임에서 입증된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에는 틀렸다고 지적하는 선생님이나 성적표가 없습니다.  여러 번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용기를 내어 발화했다가 지적이나 창피를 당하는 경험은 아이에게 그 경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형성합니다. 이 경향이 생긴 아이들은 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어교육용 게임 안에서는 반복해서 틀리더라도, 혹은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대체 장치들을 활용해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와 디지털 디바이스에 대한 부모님들의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TV와 핸드폰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처럼, 게임에 대한 절제 역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훈련되어야 할 역량 중 하나인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습니다. 비록 저희 호두잉글리시 (에고, 저희 서비스 명을 말해 버렸네요 -.-;;)와 같은 교육적 목적의 게임이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수많은 게임에 노출될 것이며, 그 이전에 교육적 목적의 게임으로 아이들에게 자기통제 능력을 키워주는 것 또한 교육용 게임의 순기능 중 하나입니다.


(대놓고 자랑질을 해보자면... 에헴...) 저희 팀이 가장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저희 호두잉글리시의 효과는 영어 점수나 능력의 향상이 아닌, 바로 영어에 대한 태도변화와 자신감의 향상입니다. 저희 팀이 6개 학교 222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캠브리지 평가원의 평가 방법으로 비교-대조군을 조사해본 결과, 호두잉글리시는 말하기, 듣기, 자신감 등에서 고르게 효과를 나타냈지만, 그중에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무려 82%의 참가 학생이 향상했다고 나타났습니다.

[호두잉글리시 사용학생 (초록색)의 82%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향상되었음]


컬처 코드로 유명한 프랑스의 석학 클로레뜨 라파이유 박사가 그의 저서 "글로벌 코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은 국적을 초월한 진정한 글로벌 시대에 살게 될 것입니다. 이때 아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당연히 지식으로의 영어가 아니라 의사소통 수단으로써의 영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 영어와 함께할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어떻게 인식하게 해줄 것인가? 는 매우 중요한 숙제입니다.


교통수단과 첨단기술이 만나 우버(UBER)라는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켜 수동적인 이동에서 능동적 이동의 세상을 만들어 냈고, 숙박산업과 첨단기술이 만나 에어비엔비(AIRBNB)라는 여행의 새로운 경험을 창조해낸 것처럼, 저와 키드 앱티브의 팀들은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교육이라는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영역도 첨단기술이 결합되면 즐거울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적을 위해 오늘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호두잉글리시를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이 그 예쁜 입으로 영어를 이야기하고, 부모님들께 호두에서 얻은 경험을 조잘거리고, 영어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게임으로 언어를 가르치려는 진짜 이유입니다.


Best,

Mi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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