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
SNS을 보다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 7가지' 콘텐츠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여기서 7가지는 실패, 결혼, 이혼, 직장 이직, 혼자 간 여행, 소중한 사람의 질병, 앞이 안 보여도 노력한 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시시각각 일어나고 그 사건들 속에서 인생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마흔 중턱에 앉아 인생을 돌아보고 있는 요즘, 이 콘텐츠를 보고 내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 같았던 순간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한참 잠겨 있었다.
나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8년 넘는 시간 동안 원료를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매일 같이 연구소 안에서 여자 몸에 좋지 않은 지독한 화학 약품 냄새 속에서 사투를 벌이며 반복적인 업무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혼자만의 싸움을 하던 시간들이 더 이상 나에게 가치 있게 다가오지 않았고, 이 일을 하더라도 내 인생이 성장하거나 확장될 것 같지 않은 불투명한 생각이 들어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던 선배님들도 연차가 쌓이면서 매일 같이 반복해서 하던 일에 대한 의욕은 사라지고 그저 현실적인 책임감 하나로 버티며 꾸역꾸역 다니고 계셨고 퇴사를 하더라도 다른 일은커녕 원료 영업직으로 들어가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계셨다.
내가 다녔던 곳은 기숙사 생활을 했던 터라 퇴근 시간이 돼도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기숙사에서 만나는 구조라 사생활이 보장되지도 않고 오히려 일어나는 사소한 일까지 사람들에 안주거리로 되기도 했다.
일에 대한 매너리즘도 심해지고, 나의 성장에 대한 목마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지긋지긋해질 때쯤 나는 무모한 선택을 하게 됐다. 고민이 길고 행동력이 약했던 나를 변화하게 만든 트리거는 나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히던 차장님에 말 한마디였다.
여자 나이로 30대 초반이 넘어가고 있었고 결혼을 생각할 나이기도 하고 좋은 조건에 회사를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고지식한 상사들에 썩어 빠진 마인드로 인해 괴롭힘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던 터라 더 독기가 생겼던 거 같다. 그날 소장님께 퇴사한다는 말을 전달했고 책임 연구원 승진 명단에 있던 나에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감정적으로 퇴사를 결정했다고 판단하시고 한 달을 피해 다니셨다.
전과는 다른 너무나도 단호한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승인해 주셨고 그 후로 나는 회사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여행 계획을 세웠다. 답답한 실험실에서 혼자 갇혀 지내다가 해외 여러 도시를 오가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꿈꾸게 되었다.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도전이 쉽지 않아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1년이 조금 흐른 뒤에 화장품 브랜드 매니저로써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두 번째 직업을 시작하고 10년이 조금 더 흐른 상태로 나는 원료 연구원 경력뿐만 아니라 상품을 만들고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나란 사람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성장과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몇 년 전부터 10년 전에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했던 시절처럼 나에 또 다른 챕터를 위해 고민의 시기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는 작년 5월경 황당한 일을 겪어 생각지도 못한 직장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고 그동안에 고민만 하고 꽁꽁 묶여 있던 것을 퇴사 후에 풀어헤쳐 앞으로의 방향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건강 관리를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생활 패턴을 개선하는데 집중했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 오래된 물건은 버리고 불필요한 물건은 처분하기도 했다.
건강한 생활 패턴이 습관이 베기 시작하면서 몸이 건강해지니 생각은 맑아지고 공간이 깨끗해지니 마음이 정돈되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늘어나 좀 더 명확하고 또렷하게 앞으로의 삶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그릴 수 있었다.
요즘 나의 일상은 그동안 힘들고 상처받은 순간도 많고 무너지는 순간도 많았던 지난날 보다 이상하게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가 기대되고 있고 결정과 행동을 통해 변화하기까지 힘들고 무너지는 나약한 순간들을 겪었지만 그 결과는 나에게 좋은 변화를 이끌어 준 원동력이 된 거 같다.
그래서 '세상에 나쁜 경험이 없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도 아니고 경험을 해봐야 내가 좋아하고 맞는 것을 알 수 있고 길을 잃고 실패해 봐야 그것이 잘못되고 나와 맞지 않은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거 같다.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나요?
당신에게 좋은 기회가 오는 신호이니, 절벽 아래만 보지 말고 등 뒤에 펼쳐진 땅과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을 보는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