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이유
멀리 있는 고향을 떠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오게 되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외로움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내가 원해서 떠나온 길이였지만, 직장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사람들도 낯설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 생활도 상식에 벗어나고 이해가 되지 않은 일에 연속이었다.
작년 어느 날 나의 모습은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거의 겪었다고 생각이 들어 인간에 대한 실망감은 끝을 달리고 있었고 기대감도 없고 의욕도 없어 때로는 혼자서 조용히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말이 있듯, 여전히 자기 위주에 이기적인 생각에 갇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부풀려 험담하고 조금만 주목을 받게 되더라도 삼삼오오 모여 시기와 질투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게 하고 힘 있는 자 옆에 서서 온갖 아부를 떨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에게 나는 또 한 번 억울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회사를 마무리하고 그동안 켜켜이 쌓여 있던 부정적인 생각을 정리하고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오랜 시간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를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동안 쌓인 감정을 정화하기 위해 나만의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오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나만의 리듬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보냈지만 도파민의 중독된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매일 접하게 되는 콘텐츠는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다가와 불쾌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살아오면서 겪었던 지우고 싶었던 상처를 떠오르게 할 만큼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벗어나고자 자극적인 콘텐츠보다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있고 가슴속 울림을 주고 삶의 동기부여를 주는 콘텐츠를 일부로 찾아 반복적으로 시청하기도 하고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만 깊은 여운을 준 영화를 다시 꺼내보기도 했다.
은퇴한 프로선수들이 다시 모여 꺼져 버린 열정을 보여준 야구 콘텐츠, 운동선수로써 자신의 종목에서 우월한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이 전혀 해보지 않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여자야구 콘텐츠, 요리를 통해 실력을 평가하는 경쟁 프로지만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길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하여 우승했던 요리 경연 콘텐츠 등을 비롯하여 인간 사회의 씁쓸한 이면을 동물을 소재로 표현한 어른을 위한 동화 [주토피아], 사랑에 대한 감정이 메말라 갈 때 주인공 남녀의 애틋하고 아련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냉정과 열정사이] 등을 보며 바쁘게 살아가면서 잊고 지냈던 감정과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고 방어하려던 감정 등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해 주었다.
이번 달 초에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 영화가 지난주에 동네 영화관에서 무대인사가 있어 겸사겸사 보러 갔다. 기대감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감정은 묘하게 잔잔한 여운이 남아 이상할 만큼 영화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이 가진 어긋된 야망과 탐욕으로 인해 아무런 죄가 없고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힘 있는 자 옆에서 간신배처럼 행동하며 어지럽히는 사람들로 인해 씁쓸해야 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웠다.
자신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죽고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지는 모든 상황이 두렵고 무서운 와중에 살아 있는 것조차 처절하게 외로웠던 순간, 가족이 아닌 자신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들을 만나 아주 잠시라도 웃음을 찾았던 단종의 모습이 가슴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고 애틋한 감정을 올라오게 해 주었던 거 같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같이 보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우는 모습을 보고 나와 같이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진심과 관계에 애틋함을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깊이 공감이 될 만큼 혼자 지내는 시간이 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눈물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어쩌면 사람에 따뜻한 온기가 그리웠던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한다'는 말은 어쩌면 나를 무너지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뜻을 내포하고 있듯이 사람 때문에 아파하다가도 사람으로 인해 미소 짓기도 하고 메마른 땅에 따스한 타인의 다정히 채워지듯이 이런 모습으로 인해 다시 살아가게 하는 삶의 이유가 되는 듯하다.
그냥 그렇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무너지는 날들도 많았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나를 알아가고 타인을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이 시간을 통해 내 곁에 남은 진짜 사람들과 감사한 마음을 품고 남은 인생 소소하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편과 내편을 가장한 적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거
한 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닌가 싶다.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