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위대할.

by 리블럼

두 여자의 눈은 반짝이고 생기로 넘쳐났다.

서로에 대한 신뢰, 생생하게 그려지는 미래로 한껏 들떴다. 뭔가 크게 펼쳐보자. 이미 재료는 넘쳐나고 있었고 잘 다듬어진 레시피까지 손에 쥔 셰프들은 그 미지의 요리 맛을 벌써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미 해봤으니 두려울 건 없었다. 실패해도 기댈 곳이 있었고 실패라는 것마저 떠올리는 게 사치였다. 신나는 미래가 있을 뿐이었다.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다. 모든 걸 버리고 신나게 일하고 싶지만 준비가 필요했다. 쿨하게 벗어날 생각을 하니 너무 신이 나서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이 이걸 위해서였을까?

내 속의 노련함이 날 마구 들뜨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훌륭한 스위치였던 것이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도망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미 충분히 버텼고, 견뎠고, 증명했다는 뜻에 가까웠다.


버티는 법은 알고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하루를 채우는 법,

불안한 밤에도 몸을 일으켜 다음 날을 준비하는 법,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법을 나는 이미 여러 번 통과했다.


그래서 이번 시작은 달랐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은 흔히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실패보다도 ‘다시 버텨야 할 시간’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기에,

그래서 더 신중했고, 그래서 더 오래 준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제 정말로 시작하려 마음먹은 순간부터는

불안보다 설렘이 먼저 올라왔다.


잘 될까? 보다

해보고 싶다.

망하면 어떡하지? 보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의 방향이 바뀌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아이디어가 쌓였고, 말들이 정리되었고,

손에 쥔 것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리블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단한 선언이나 거창한 목표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해도 되겠다”는 조용한 확신에서.


완벽해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부족한 걸 정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래도 가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버티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버틴 시간 위에

무언가를 피워내고 싶었다.


리블럼은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쌓아온 나를 꺼내 쓰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래서 시작은 무섭지 않았다.

낯설었지만, 설렜고

불안했지만, 더 단단했다.


시작하면 된다.

그다음은 그때 가서 버티면 된다.

나는 그걸 이미 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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