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도둑을 대하는 나의 방식

그냥. 무시

by 리블럼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내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책 <탄성인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에너지 도둑'이라고 말한다. 참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새벽에 일어나 호흡을 하고 가벼운 운동을 통해 잘 정리해 놓은 내 하루 리듬이 만드는 에너지를 누군가 흩트리다니! 일기를 쓰고 기록을 하면서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내 배터리를 닳게 하는지를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맞서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아니면 그것이 '맞서는 것'임을 내가 인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때가 있었으나 '나한테 왜 이러지?' 하면서 감정이 앞서고, 그 감정 때문에 하루가 쉽게 무너져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대응 방식이 나를 더 지치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를 향해 던지는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결국 나의 시간을 깎아먹고, 나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고, 내가 진짜 집중해야 할 목표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당장 상대를 어떻게 하고 싶어 안달 내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다. 당장 감정을 분출할 뿐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반면 무대응 했을 때는 나에게만 집중한 시간이 흐르고 몇 년 후에 생각이 나서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다.



그래서 대응 방식을 바꿨다.

맞서는 대신, 무시한다.

나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이 되었다.



맞서는 순간, 상대와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이 싫다. 논리 싸움이든 감정싸움이든 싸움이 되는 순간 에너지 흐름이 깨진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 생각하면서 내 일과에 집중이 깨지고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되고 내 마음을 마구 탁하게 만들어 놓는다. 너무 큰 비용이야. 내가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상대를 이기고 설득하고 반박해야 하나? 물론, 그러고 싶은 상대도 있긴 하다. 충분히 나를 이해시키고 맞춰가며 오래 하고 싶은 사람과는 싸운다. 그 싸움이 우리 관계를 더 깊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치가 없다.



나는 이제 누가 나에게 맞서도 정면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반박도,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 그냥 지나간다. 그리고 내가 더 성장하는 것으로 조용히 복수한다.



에너지 도둑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패배는 '아 저 사람은 내 상대가 아니었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내가 흔들리지 않고 성장한 모습을 인지했을 때가 아닐까. 내가 '어나더 레벨'이 되는 것.



물론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양치질을 하다가도 생각나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생각나고 주차하고 걷는 와중에서 생각이 난다. 억울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이 감정조차 '소모'라 생각하지 않고 '실패'를 미리 겪는 자료로 이용한다. '왜 이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을까' '내가 배워야 할 감정은?' '이 사태가 되기 전에 어떤 대응이 필요했었던 걸까'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았다. 감정이 소모되지 전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관계의 해상도가 높아진다. 누가 내 편인지, 누가 나를 이용만 하는지, 누가 나를 존중하는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무시'는 도망이 아니라 전략이다.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비겁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는 기술이 된다.



누군가 내 마음을 건드려보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고 싶다. 내 에너지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내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



나는 싸우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다.

정면승부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모르는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조용히, 꾸준히, 압도적으로



정신 차려보면 나는 저~~~~~~ 멀리 가 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