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착각

반복되는 실수

by 바리

비슷한 케이스를 하나 더 얘기해 보는 게 좋겠다. 실수를 반복하고 오류를 지적받아도 스스로 탐색하는 힘이 약하며 풀이의 순서와 구조가 안정되지 않는 경우이다.



고3 학생인 A는 수학과 과학을 제외한 과목은 모의고사 기준 1-2등급을 받는다는 우수한 학생이다. 학생은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지만, 수학 성적이 3-4등급 언저리를 맴돌아 고민이 크다.


이 학생이 수학 문제를 푸는 걸 보고 있으면 풀이가 중구난방이다. 문제가 복잡해지면, 풀이를 하고 있는 학생이 당황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문제 풀이 시 문제의 지문을 읽어가며 제시된 조건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순차적으로 적용을 하도록 지도를 한다. 그것도 어려우면 문제의 조건에 하나하나 밑줄을 치고 번호라도 붙이게 한다. 그런데 이 학생은 문제를 한 번에 다 읽은 뒤 이것 했다가 저것 했다가 우왕좌왕하니까, 계산 자체도 복잡해지고, 놓치는 조건도 많고, 자기도 뭘 어디까지 했는지도 헷갈리고, 두서가 없다. 숫자를 잘못 옮겨 적는다던지, 분명 숙지하고 있는 공식도 잘못 사용한다던지, 적용해야 할 공식이 아닌 엉뚱한 공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고, 연산 실수도 당연히 많다. 이 모든 게 “실수”라는 것이다.


이 학생도 스스로 오류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많은 학생들처럼 이 학생도 여러 차례 안내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기 어려워한다.


이런 식의 “실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다. 30문제 중에 매번 2-4문제 정도(제일 심했을 때는 5문제. 모의고사에서 20점이면 두 등급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를 이런 식으로 틀리는데, 그러면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실수도 실력이긴 하지만. 그 “실수”가 없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니기 때문에, 몰라서 틀리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원하는 점수가 나올 리가 없고, 당장 입시생 입장에선 원하는 대학의 합격 여부가 걸린 일이다.

한 번은 모의고사를 치고 난 후 자기가 몇 번을 검토해도 도저히 자기 풀이가 뭐가 틀린 건지를 모르겠다며 7문제를 갖고 왔다. 그중에 문제 이해가 잘못됐거나 풀이가 완전 산으로 간 경우를 제외하고, 7문제 중에 4문제를 이런 식의 “실수”로 틀려온 적도 있었다. 그럼 12점을 그냥 날리는 것이다. 이 학생은 다른 과목 점수는 좋기 때문에, 이런 식이면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수학에 발목이 잡힌다.

게다가 이런 경우 학생은 “이건 원래 맞출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실제 점수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놓친 점수를 함께 합산해서, 자기 점수를 실제 자기가 받는 점수보다 10여 점 정도 올려서 상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늘 시험에서 받는 점수는 자기가 상상한 그 점수가 아니다. 그 “실수”가 매번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인지적 처리 과정에서의 경향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


수학 문제를 푸는 도중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식을 옮겨 적을 때 부호나 숫자를 틀릴 수도 있고, 그걸 지적받고도 틀린 부분을 못 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늘상 일어나 성취도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그저 “덜렁대는 성격”, “실수”로만 치부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원인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시험 불안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시험 상황에서 긴장감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평소 학습 중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 보면, 단순히 시험 불안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전반적인 불안도가 높을 수도 있다. 또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주의력 유지, 문제 해결 시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 등 문제 해결 과정의 인지적 요소가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도 있다.

이해력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정보를 정리하고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 주의를 집중해서 실수 없이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 문제 해결 전략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능력 등에 아직 부족함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를 풀 때 실수가 굉장히 많고, 그 실수라는 것도 계산 실수만 하는 게 아니라 공식 자체를 잘못 쓴다든지, 엉뚱한 공식을 쓴다든지, 이상한 방식으로 풀이를 전개하는 경우는 단순한 주의 집중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작업 기억 + 개념 구조화 + 자기 점검(메타인지) 쪽 문제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는 잘하는데, 혼자 풀어보라고 하면 풀이가 엉키고, 풀이를 말로 설명하라 하면 중간에 멈추거나, 풀이 순서를 정리하라 하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건 단순 산만함과는 결이 달라 보인다. 단순 계산 실수도 아니고,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문제라고만 보기도 어렵고, 구조적 처리와 그 처리 상태의 유지, 그리고 점검 기능의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집중을 못 하네, 정신 차려.”로 넘어가기보다는 작업 기억/실행 기능 쪽 문제—작업 기억이 취약하거나, 실행 기능의 조직력이 부족하거나— 자기 점검 루틴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주의 집중력 부족이나 인지적 통제 문제이다. 실수가 잦다는 건 일단, 주의 집중 문제일 가능성 있다. 계산 중에 부호 놓치거나, 문제 조건을 하나 빼먹거나, 단위를 구별하지 않거나, 이런 건 순간적인 주의 이탈에서 많이 나온다. 이럴 경우 대부분, 실수가 잦고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문제 풀이가 중구난방이고 동일한 패턴의 실수를 반복한다. 물론 주의 집중 문제만으로 단정하긴 어렵고 동시에 처리 속도 문제나 불안 때문일 수도 있다. 틀린 걸 알아차리는 건 일종의 '패턴 감지’인데, 이런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집중력이 분산되면 실수를 반복한 채로 오류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특히나 계산 실수가 아니라 공식 자체를 잘못 쓰는 경우는 보통 세 가지 정도를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개념 구분이 약할 수 있다. 공식이 “암기된 문장”으로만 저장돼 있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조건이 정리 안 되어 있는 경우다. 등비수열 문제를 등차수열로 푼다던지, 미분 공식이 적용되는 조건을 무시한다던지, 넓이 공식과 부피 공식을 혼동한다던지 하는 경우들이다. 이건 주의 집중 문제가 아니라 개념끼리의 관계가 정리가 안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혹은 작업 기억에 과부하가 걸린 경우일지도 모른다. 문제 조건을 유지하면서 공식을 선택해서 계산하고 비교를 하는 과정을 동시에 해야 하는데 중간에 조건이 날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방금 읽은 조건을 잊고 다른 유형의 공식을 적용한다거나 처음 세운 식으로 뭘 하려고 했는지 유지를 못하거나 앞 단계와 뒷 단계의 연결에 실패하기도 한다.

물론 주의 조절 문제일지도 모른다.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문제를 보자마자 “아 이거 그 공식이지” 하고 바로 적용하고 검증 없이 자동 반응으로 가는 경우일 텐데 이건 주의 조절/억제 기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기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적 한계 문제일 수 있다. 오류 탐지는 작업 기억, 주의 전환 능력, 처리 속도, 오류 감지 네트워크(전측 대상 피질 등)가 함께 작동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작업 기억이 약한 학생들은 문제의 조건을 기억해서 순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류 탐지가 어려울 수 있다. 계산 도중에 숫자를 잘못 옮겨 쓰거나 여러 정보를 동시에 머릿속에 두고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이 경우이다. 식이 서너 개 항뿐이라도, - 가 +로 바뀌었는지, 숫자 하나가 틀렸는지, 자기가 바로 전에 쓴 식을 잠깐 ‘기억하고 비교'해야 하는데, 작업 기억이 약한 학생은 방금 쓴 줄과 지금 쓰는 줄 사이의 차이를 머릿속에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평소엔 풀리는데 시험만 보면 공식을 잘못 적용하거나 조건을 하나 빼먹는다던지 갑자기 엉뚱한 접근을 하고 검산해도 오류 못 찾는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그건 지식의 유무 문제라기보다 실행 기능(계획, 억제, 점검, 자기 조절)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실행기능은 전전두엽과 관련된 기능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고 흐름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시험 상황에서는 시간 압박이 생기고 긴장도가 높고 한 번 틀리면 불안은 더 증가하는데 빨리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는 압박까지 작용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다 작업 기억 용량을 갉아먹는다. 작업 기억은 한정된 자원이라 불안이 끼어들면 실제 사고에 쓸 공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아는 공식인데 다른 걸 쓴다거나 계산은 맞았는데 조건을 놓친다거나 다시 검토해도 틀린 지점이 안 보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건 ‘모르는 상태’랑은 다르다. 만약 정말 내용을 모른다면 개념 설명 자체를 못 하거나 왜 그 공식을 쓰는지 이유를 모르거나 유형이 조금만 바뀌면 전혀 접근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경우 중 어떤 경우인 건지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 설명은 가능하고, 유형도 알겠는데 시험 칠 때마다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지식의 문제라기보단 실행 + 유지 + 점검 문제 쪽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수”도 어떤 실수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일한 패턴의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는 단순 집중력보다는 오류 인식과 수정 능력(피드백 학습)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 집중이 잠깐 깨져서 실수하는 건 매번 다른 실수가 나오기 쉬운 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건 왜 틀렸는지 구조적으로 이해 못 했거나 자기 점검 루틴이 없거나 작업 기억에 오류 패턴이 정리 안 됐다는 뜻일 수 있다.


실수와 별도로 문제풀이가 중구난방이라는 것은 전략 수립과 점검 과정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 계획 없이 바로 계산에 들어가고 조건을 구조화하지 않고 공식을 충동적으로 적용하고 풀이 흐름을 스스로 점검하는 루틴이 없다. 여기에도 아까와 같은 세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전략이 안 잡히거나(이건 개념 구조의 문제이다), 작업 기억이 약해서 중간 단계 유지에 실패하거나, 충동적으로 바로 계산하는 경우(주의 조절)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바로 손부터 나가는 경우면 주의 조절 쪽 가능성이 높다.


전두엽의 실행 기능의 개인차가 원인일 수도 있다. 이 기능은 발달적으로 늦게 성숙되는 영역이고, 전전두엽은 20대 초반까지 발달을 지속한다. 이 실행 기능(또는 집행 기능)이 아직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문제 접근 순서를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거나, 전략이 없이 닥치는 대로 문제를 푸는 경향을 보이고, 계산 과정이나 풀이 흐름을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쉽다. 즉 지식이 있어도 수행이 흔들린다. 이 경우도 역시 문제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실행 + 유지 + 점검 과정의 불안정성에 가깝다.


공식을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기회를 줘도 어디서 틀렸는지 못 찾는 경우이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오류를 찾아내지 못하는 건 지난번에 말했듯 작업 기억이나 메타인지(자기 점검 능력) 쪽 가능성이 있다. 풀이 과정을 머릿속에 유지를 못하고 어디서 논리가 어긋났는지 추적을 못하고 자기 풀이를 ‘검토’하는 단계가 약한 것이다. 이건 단순 집중력보다 과정 추적 능력 문제에 가깝다. 지난번 얘기가 반복되지만, 오류를 찾으려면 내가 세운 전제를 기억하고 사용한 공식도 기억하고 각 단계의 논리를 유지하고 정답과 비교해서 어디서 어긋났는지 역추적하는 이 모든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작업 기억이 약하면, 앞에서 뭘 했는지를 유지를 못해 자기 논리의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틀린 건 알겠는데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어요”가 나오는 것 같다.


게다가 불안은 이 모든 문제를 심화시킨다. 불안이 원인이지 결과인지 아니면 상호작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모든 인지적 요인 위에 불안이 겹치면 상황은 악화된다. 이미 부담스러운 인지 처리 상황에 불안이 더해지면 집중을 방해하고, 실수가 늘어나며, 자신감은 낮아지고, 다시 불안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몇 번의 실패 경험이 쌓이면 “어차피 또 틀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자기 점검을 포기하기도 한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아이는 “내가 또 뭘 잘못했겠지”라는 식으로 생각하고는 스스로 오류를 찾는 시도를 애초에 멈추는 경우도 많다. 지적받았을 때 스스로 탐색하려는 동기가 약해지는 것이다.



결국 이 학생의 어려움은 이해력 부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고, 개념도 말로 정리할 수 있다. 문제는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는 힘, 과정을 유지하는 힘, 자신의 오류를 추적하는 힘이 약하다는 데 있다. 즉, 반복되는 실수는 단순 계산 실수가 아니라 인지적 처리 과정의 경향일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학생의 이런 모습을 부분적으로만 보고 성급히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한된 시간에 그것도 한 과목 수업에서의 일부 한 단면만 보고 아이를 평가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관찰 수준의 제안이나 작은 조언 정도일 것이다.


첫째, 풀이 순서를 말로 설명하게 한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언어로 표현하면 생각의 흐름이 정리되고 문제 해결이 구조화된다. 일종의 메타인지 훈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스스로 자기 생각을 정돈하는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


틀린 이유를 묻고 분류하게 한다. 계산 실수, 조건 누락, 공식 적용 오류 등으로 실수 원인을 분석하고 스스로 설명하도록 한다.

하지만 보통 이 질문에 아이들은 “몰라서요”, “계산 실수했어요”, “착각했어요”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멍청해서요”라고 답하는 경우도 봄 ㅡㅡ;;) 시간 여유가 된다면 그렇게 답하지 말고 어느 단계에서 뭘 실수를 했는지, 어떤 내용이 생각이 안 났던 건지, 어떻게 하면 다음엔 비슷한 상황에서 이 내용을 적용시켜 봐야겠다고 생각해 낼 수 있을 것 같은지 자세히 물어본다.(하지만 늘 그렇듯 한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늘 충분치 않았다.)


주의력이 분산되는 걸 방지하고 작업 기억을 보조하기 위해 문제를 작게 쪼개서 처리하게 한다. 조건이 많으면 하나씩 처리하고, 단계별로 나누어 체크해 가면서 풀도록 하고, 중간 계산을 머릿속에서 하지 않고 자주 써 놓도록 한다. 표, 색깔 구분, 화살표 등 시각적 구조를 활용하게 한다.(하지만 가뜩이나 작업 기억 용량이 부족한 아이들에겐 이런 것들이 추가로 요구되는 절차처럼 느껴질 수 있다. 습관이 될 때까지 옆에서 그 과정들을 함께 해 줄 지원이 필요한데, 그럴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한 게 늘 문제인 것이다.) 문제를 다 푼 뒤엔 확인해야 할 항목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하게 해서 자기 점검 루틴 만들 수 있게 한다.


어린 학생이거나 기초 연산이 많이 부족한 학생은 시간제한을 주고 짧은 문제부터 집중해서 푸는 연습도 좋을 것이다. 집중력이 짧다면 처음엔 5-10분 단위로 시작해도 되고 말이다.



단순한 실수로 보이는 행동 뒤에는 작업기억, 실행기능, 메타인지, 불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수 있다. 수학 성취를 논할 때 지식의 양뿐 아니라 인지 처리의 방식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 과정의 정돈, 인지적 전략의 반복 훈련, 자기 오류에 대한 인식 훈련 같은 이런저런 기술적인 접근에 앞서 가장 선행돼야 하는 건 정서적 안정과 자기 효능감 회복이다. 이 학생이 수학 문제에서 보이는 우왕좌왕, 실수, 순서 혼란, 자기 점검 부재는 단순히 공부 부족이 아니라 작업 기억, 주의 통제, 실행 기능의 취약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불안이 겹치면 그 약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복된 실패 경험은 “어차피 또 틀릴 것”이라는 예측을 만들고, 그 예측은 다시 탐색을 중단하게 만든다. 결국 이 학생의 어려움도 단순한 계산 실수의 문제가 아니라, 인지적 처리의 한계와 정서적 요인이 함께 얽힌 결과일 것이다. 문제를 틀리더라도 ‘과정에서 실수의 원인을 찾아내는 경험’이 중요하고, 그걸 기다려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고, 오류를 찾는 경험 자체를 학습 과정의 일부로 만들 때, 그리고 안정감을 지지해 주는 환경이 조성될 때 조금씩 회복이 가능하다. 매일 조금씩 반복해서 훈련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 순서를 정돈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기본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수험생에게는 이런 얘기들이 한가한 소리들로 들릴까 우려스럽다. 단기적으로도 구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처방이 있다면 입시생의 불안을 덜어 주는 데도 도움이 될 텐데.



* 학생 A는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합쳐 구성한 사례입니다.

* 이 글은 현장에서의 관찰을 기록한 것이며, 특정 학생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이나 평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