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착각

검산

by 바리

문제를 다 풀고는 자기가 낸 답이 선지에 없다고 한다. 풀이를 다시 검토해 보라고 했는데 다시 봐도 틀린 부분을 못 찾겠다고 한다.


학생이 적어놓은 풀이를 보고

“문제 풀이 방향은 다 맞는데 중간에 계산이 틀렸네.”

라고 했는데 여전히 틀린 부분을 못 찾는다.


“중간에 덧셈이 틀린 부분이 있어.”

라고 해도 역시 못 찾고.


“세 번째 줄에서 덧셈이 틀렸어.”

라고 총 4번의 검토를 하게 했음에도 결국 틀린 부분 찾는데 실패.


결국 이 부분이 틀렸다고 손으로 짚어 알려주니 그제야 틀린 부분이 보인다.

“아, -1+2를 -3이라고 썼네요.”


이런 식이면 좀 곤란하다. 적어도 “세 번째 줄에 틀린 부분이 있다”라고 명시적 단서가 주어졌을 때는 찾을 수 있었어야 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수학 문제 풀이에서 계산 실수로 답이 틀리는 경우는 너무나 흔한 경우이다. 식을 내려쓰면서 부호를 잘못 쓴다거나, 숫자를 잘못 옮겨 적었다던가, 나눗셈 대신 곱셈을 했다던지, 덧셈이나 곱셈 계산을 잘못했다던지 하는 경우 말이다. 답이 틀렸을 때 자기의 풀이를 검토해 보고도 틀린 부분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사실 흔하다. 방금 푼 자기 풀이에 매몰돼 있어서 자신이 한 실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험을 칠 때는 다른 문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와 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다시 풀이를 검토하라고 하는 것이다(물론 항상 효과적인 건 아니지만).


이런 간단한 계산 실수 (-1 + 2 = -3)는 개념 이해의 결함이라기보다는 주의력·집중력 문제에 가깝다. 주의 조절, 점검 전략, 또는 계산 자동화 수준과 더 관련돼 있다고 보는 것이다. 풀이 방향은 맞기 때문에 개념 이해력과 문제 접근 전략은 괜찮은 걸로 보이고 사고 구조 자체도 틀린 건 아닐 것이다. 이 학생은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오류 탐지 과정(자기 점검 과정)’의 효율성이 낮은 것처럼 보인다. 네 번이나 힌트를 줬는데도 못 찾는다는 게 문제인데, 보통은 “중간에 덧셈이 틀렸다”, “세 번째 줄이다” 정도의 힌트를 주면 해당 줄의 계산을 다시 계산해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눈으로만 훑고 ‘다시 계산해 보는 행동’을 하지 않았던 걸까?


자기 풀이를 의심하지 못해서 실제로 다시 계산해보지 않을 수도 있다. 오류를 찾는 절차적 습관이 없거나, “틀렸다”는 말을 들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점검 방식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이건 ‘수학’의 문제가 아니라 ‘메타인지적 모니터링의 효율성’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단일 원인으로 특정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평소 검산 습관이 없는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그동안 계산 실수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경험 때문에, 지적을 받아도 형식적으로만 보는 습관이 들었을 수도 있다. 자기 풀이에 대한 과잉 확신이 있을 수도 있지.




학업 성취는 “문제를 푸는 능력”과 “자기 사고를 점검하는 능력”에 모두 관련돼 있다. 문제 해결 능력은 있지만, 자기 점검 능력이 부족하다면 성적이 불안정하게 나올 것이다. 이건 메타인지(metacognition)와 관련돼 있다. 자신의 수행을 되돌아보며 점검하는 능력이 낮으면 “틀렸다”는 말을 들어도 구체적으로 어디서, 왜 틀렸는지를 찾기 어렵고, 그냥 겉으로만 식을 읽고 넘어가며, 무엇이 왜 틀렸는지를 찾을 생각을 못한다. 반면 메타인지가 높은 학생은 자기 생각의 흐름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 뭐가 틀렸을까? 어디서 잘못됐을까?"하고 자기 점검을 한다. 풀이 방향은 맞는데 실수가 많고, 힌트를 줘도 오류 탐지를 못 하고, 점수 변동이 큰, 이런 조합의 가능한 해석 중 하나로, 메타인지적 점검 전략이 형성되지 않은 유형이라고 보는 것이다. 덜렁대는 성격 문제도 아니고 지능 문제는 더더욱이나 아니고, 훈련 문제일 확률이 높다.


검산 습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풀이를 끝내고 답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검산)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다. 보통 초등 수학 교육과정에서는 1-2학년때 덧셈뺄셈을 배우면서 ‘다시 세어보기’, ‘거꾸로 세어보기’ 같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검산 훈련을 시작하고, 3-4학년때 곱셈나눗셈을 배우면서 ’곱셈으로 나눗셈 확인하기’ 같은 공식적인 검산 방법을 배운다.

사실, 검산은 수학 기술이라기 보단 ’사고 습관‘이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자신의 생각과 그로 인한 결론을 한 번 더 확인하는 태도, 이런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습관이란 처음부터 잘 들이는 게 좋다. 안 좋게 들인 버릇을 교정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나중에 복잡한 계산이 여러 단계를 거쳐 많이 나오는 문제를 풀 때도, 각 단계별로 크게 의식하지 않고 수월하게 매 단계 풀이를 확인하며 넘어갈 수 있다.


또는 단순히 오류를 인식하는 ‘전략’이 충분히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디를 봐야 오류를 찾을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 번째 줄에 오류가 있어"라는 말은 사실상 "이전 줄과 비교해 봐"라는 뜻인데, 어떤 걸 어떤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지를 익히지 못하면 무의식적으로 그냥 넘기게 될 것이다. 이 경우는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핵심일 수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가’를 아는 것도 학습을 통해 형성되는 전략인 것이다.


아니면, 이 학생의 경우는 아니지만, 주의력 결함이나 감각적 미숙함 때문에 자기 풀이에서 오류 감지에 실패할 수도 있다. 식을 눈으로 따라가면서 항을 하나하나 비교해야 하는데, 시선 이동이나 시지각적 주의(visual attention)에 결함이 있다면 눈이 해당 위치에서 벗어나거나 스캔을 제대로 못해서 오차를 감지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ADHD 경향이 있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시선 유지나 오류 감지가 매우 어렵다.


시지각적 주의 결함의 경우를 제외하면, 메타인지의 문제든 단지 검산하는 버릇이 들지 않은 것일 뿐이든 수학 실력이 아니라 ‘자기 점검 절차가 없는 것’이라서, 강제 점검 루틴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계산이 끝나면 부호만이라도 전부 체크해 보라고 한다거나, 분수 계산 같은 게 자주 틀리는 경우는 따로 박스 쳐서 다시 계산하게 하던지, 값이 나오면 반드시 본 식에 대입해 등식이 성립하는지 체크하고, 최종식이 나오면 중간식과 연결을 확인하게 하는 등 말이다.




게다가 이 학생은 틀린 부분을 찾으라고 하면 문제 전체를 다시 푸는 경향이 있다.


전두엽의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s)이란 게 있다. 문제 접근 순서를 계획하고, 진행 중 점검하며, 잘못된 전략을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실수 반복, 오류 탐지 실패는 오류 모니터링(error monitoring) 기능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신경학적 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개인차와 전략 사용 수준의 차이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범위다(전두엽의 실행기능과 관련 있다는 말은 뇌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인지 조절 과정이 관여한다는 뜻이다). 이 영역은 지능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IQ도 정상이고 개념 이해도 정상이지만 자기 오류 감지 능력 약하다면, 계산 실수가 누적되고 문제를 새로 다시 풀면 다른 데서 또 실수를 할 것이다. 이 패턴은 사실, 교과 학습에서 매우 흔하다.

수학 과목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중위권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개념 이해력 차이만이 아니라 검산 전략 사용 빈도, 오류 수정 방식, 부분 점검 습관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결과들이 있다. 특히 처음부터 다시 푸는 학생은 부분 수정하는 학생보다 시험 안정성이 낮다.


주지하다시피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능력은 단순히 답을 맞히는 능력뿐 아니라 자신의 문제 풀이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메타인지 능력이다. 교육·문제 해결 프레임워크에서는 이 점검(self-monitoring)을 포함해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할 때 전략을 수정하는 능력을 핵심으로 본다. 즉, 풀이 전체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오류 자체를 줄이지 못한다.


교육인지심리학의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 관점에서 해석하면, 오류 탐지는 추가적인 작업 기억 자원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작업 기억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오히려 수행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처음부터 다시 푸는 걸 심적으로 편하게 느끼곤 한다. 메타인지적 분석(틀린 곳 찾기)은 과거 자신이 한 추론 과정을 다시 되짚어야 하고, 기존 풀이 과정을 작업 기억 공간에 유지한 채, 새로운 계산과 대조하며 잘못된 가정·단계·계산을 판단해야 한다. 작업 기억은 한 번에 유지·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는데, 이 제한 때문에 계산을 다시 하며 실수 지점을 분석하는 것은 동시에 많은 정보(앞서 풀었던 과정 + 현재 검토 + 전체 문제 구조)를 처리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처음부터 새로 풀면 ‘새로운 정보’만 집중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하다. 즉, 틀린 곳을 추적·분석하는 것(메타인지적 검토)은 작업 기억을 더 많이 소모하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그냥 새로 푸는 것이 마음이 덜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이 가능한 한 적은 인지적 노력으로 과제를 처리하려는 경향을 ‘인지적 경제성(cognitive economy)’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복잡한 분석보다 익숙하고 자동화된 절차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얘기한 작업 기억의 용량 제한 때문에, 높은 수준의 비교·점검·추적 과정보다는 이미 숙달된 수행 절차를 반복하는 쪽이 인지 자원 소모가 적다.


이 학생이 틀린 지점을 분석하기보다 처음부터 다시 풀기를 선택하는 행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전 풀이를 분석해서 오류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차라리 그냥 “한 번 더 시도”하는 전략을 쓴다. 이전 풀이를 분석하는 과정은 ‘어디가 틀렸을까?’라는 의문을 머릿속에 계속 유지하며 대조해야 하는 고도의 인지 작업이다. 반면, 아예 새로 푸는 것은 이미 익숙한 ‘계산’이라는 수행 절차에 몸을 맡기는 일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틀린 지점을 추적하는 괴로운 분석 단계(인지적 고부하)를 빨리 끝내버리고, 익숙한 계산(인지적 저부하)으로 도망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복잡한 분석보다는, 익숙하고 자동화된 절차를 반복하는 쪽을 택해 인지적 자원을 아끼려 한다고 했다. 학생에게 '틀린 곳 찾기'는 뇌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고비용 작업이지만, '새로 풀기'는 익숙한 습관에 의존하는 저비용 작업이다. 결국 학생은 오류를 추적하는 분석 과정보다 익숙한 수행 절차를 선택함으로써 인지적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운이 좋으면 맞고 아니면 또 틀릴 것이다. 예를 들어 계산 줄이 20줄이라고 치면 실수할 확률이 줄 당 5~10%만 돼도 전체 문제에서 한 번 이상 실수할 확률은 꽤 높아진다. ‘다시 풀기 전략’을 쓰는 경우 그 20줄을 또 새로 계산하게 되는데 그러면 실수가 발생할 기회가 다시 20번이 생긴다. 계산 줄이 많을수록 매번 새 실수가 나올 확률이 생긴다. A 단계에서 실수를 해서 두 번째 시도에 A에서의 실수를 고쳤다고 해도 대신 B에서 새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세 번째엔 B는 맞고 C에서 실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풀기 전략은 점수가 안정되지 않고, 구조적으로 위험하다. 실수를 고치는 게 아니라 “틀리면 다시 풀면 된다”는 생각으로 문제풀이를 여러 번 시도하는 방식이 굳어지면 시간 관리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시험에서 멘탈이 흔들려, 작은 변수에도 전체 풀이가 무너지는 불안정한 성적 구조를 갖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틀린 줄에 동그라미 치게 한 다음 그 줄만 다시 계산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강제로라도 ‘부분 수정 방식’을 학습시키고, 다시 풀지 말고 어디가 틀렸는지 표시부터 하라고 지도를 한다.

하지만 보통은, 인지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도 모르게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다인수 수업에서 한 아이만 계속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특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보다 혼자서 푸는 문제의 양이 더 많은 고등학생의 경우는 그것이 습관화되기 위해 학생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학생의 경우는 계산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류 처리 방식의 차이가 수행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점검 과정은 분리된 기술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기능이며, 수행의 변동성은 종종 이 점검 과정의 효율성과 관련된다.


이 학생의 핵심 과제는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오류를 다루는 절차를 학습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 산출 속도보다 오류 위치 확인과 부분 수정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재시도보다 점검을 먼저 수행하는 절차가 습관화될 때 수행의 안정성도 함께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오류를 찾는 경험이 누적될 때 계산의 정확성보다도 중요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결국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수학적 지식의 보충’이 아니라, 실행기능·메타인지 훈련 등을 통해 자신의 사고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제어하는 ‘인지적 통제권의 회복’ 일 것이다.




* 사례의 학생은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합쳐 구성한 사례입니다.

* 이 글은 현장에서의 관찰을 기록한 것이며, 특정 학생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이나 평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