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J Sep 21. 2023

중대결심의 실패, 또 중대한 결심

이제는 미룰 수 없다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건 2022년 1월이었다. 7편 정도의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제 그 글들은 남아 있지 않다. 다시 글을 쓰기에 앞서 내가 그 글을 모두 지웠기 때문이다.


2022년을 시작하며 '중대결심'을 했다. '중대결심'이라고 싱글쿼트까지 단 이유는 매년 해왔던 결심보다는 무게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건강검진에서 "같은 나이대 100명을 줄 세우면 98번째, 99번째는 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이 결심에 무게감을 더하게 만들었다.


마침 출입처가 없고, 지면에 기사를 쓰지 않는 부서, 다시 말해 조금 널널한 부서에 몸담으면서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결심, '중대결심'이었다. 실제 금주는 40여일 동안 계속됐다. 체중 변화가 크지는 않았지만, 금주 효과로 간 수치가 드라마틱하게 내려갔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매일 금주 다이어리를 쓰려고 했지만, 7편의 글을 끝으로 새로운 글은 나오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금주는 음주 나아가 폭음으로 바뀌었다.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을까.

이번에는 정말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또 이번에는 정말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중대결심'을 했을 때 금주라는 처방을 들고 왔다면, 이번에는 처방이 좀 달라졌다.

이유가 있다.

그 사이 간수치보다 더욱 안 좋다고 생각하는, 고혈압이 등장했다. 지방간, 비만, 역류성 식도염 등을 달고 살면서도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고혈압의 등장은 나를 바짝 긴장케 했다.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스마트워치의 심박수치를 계속해서 쳐다보게 됐다. 

의사는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한숨을 쉬는 경우가 잦아졌고 겁이 나게 호흡이 불안정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내린 처방은 금연과 운동이었다.

금연을 제대로 시도해보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골프, 테니스, 수영 등 운동은 누구보다 즐겼지만, 이번에는 달리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리라 생각해, 시도해보지 않았던 달리기. 아직 맛보기 단계이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에 매료되는지 짐작은 간다. 매력있다.


내년 생일이면 만 마흔이 된다. 숱하게 해온 결심의 실패, 중대결심까지 실패한 상황에서 또 다시 무게감을 더하는 팩터다. 마흔이 넘으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어쩌면 느낌이라기 보다는 팩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실패했던 중대결심을 또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