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이날은 교수 회진도 계속해서 늦어졌다.
점심 직전, 원석만 양이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찾아왔다.
“하양 씨?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
“네? 없는데요?”
“정말 없어요?”
“네. 저, 어디가 아파야 하나요?”
“이상하군요. 잠깐 등 좀 봅시다.”
“네.”
원석은 조그만 나무망치로 양의 등을 이곳저곳 신중하게 두드렸다.
“아픕니까? 안 아픕니까?”
“안 아파요.”
“여기는요? 여기는 안 아픕니까?”
“윽! 그렇게 두드려 대는데 어떻게 안 아프겠어요? 망치로 때려서 아픈 거 말고는 하나도 안 아파요!”
“아, 이런! 이제 다리를 굽히고 누워 보시죠.”
원석은 손끝으로 양의 배를 여기저기 꾹꾹 힘주어 눌렀다.
“아픕니까? 안 아픕니까?”
“안 아파요.”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정말 안 아파요!”
“이상하군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선생님? 무슨 일인지 이제 설명을 좀 해 주시겠어요?”
“하아. 오늘 피 검사에서 빈혈 수치가 5.8로 나왔어요! 어제 7.4라서 피를 2봉이나 맞았으니 오늘은 9가 넘어야 정상입니다. 보통 2봉을 맞으면 삼사 일은 8 위로 유지되죠. 그런데 어제에 비해 오히려 피 2봉이 사라진 결과가 나온 겁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피 4봉, 이 쓰레기통 반 정도의 피가 사라졌다는 말인데, 장기에 구멍이 나거나 어딘가 출혈이 생겨서 몸 안에 고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숫잡니다!”
“네?”
“근데 그 정도의 출혈이면 이미 하양 씨가 쓰러졌거나 아파서 데굴데굴 굴러야 하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요.”
금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붙들며 양이 물었다.
“저, 혹시 선생님… 혈액 검사 결과가 틀릴 가능성은 없나요?”
“지금까지 그런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아… 그런데 아침에 인턴 의사가 피를 뽑다가 흘렸거든요.”
“그런다고 결과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네. 그런데 침대뿐만 아니라 방금 피를 뽑은 주사기에도 2방울을 흘렸어요. 인턴 의사가 얼른 닦기는 했지만 피가 뜨거우니까 혹시나 결과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파업 때문에 간호사가 하던 드레싱 업무까지 나눠 평소의 두세 배로 병실을 도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시 피 검사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빨간 피를 처방했으니 일단 맞으면서 검사 결과를 기다려 보시죠.”
“네.”
“하아.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그럼.”
곧 인턴 의사가 다시 왔다.
아침보다 더 흐트러진 얼굴로 이번에는 안 흘리고 깔끔하게 피를 뽑았다.
검사가 끝나자 빨간 피도 바로 도착했다. 원석이 미리 지시한 덕이었다.
양은 피를 맞으며 눈을 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둘러보았다. 몰랐던 곳 중에 아픈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