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세상을 나가는 용기만큼 아이도 나도 자랐다
아이와 외출은 그야말로 도전이었다.
가만히 있을 줄 모르는 아이, 괴상한 소리를 내는 아이, 돌발행동으로 피해를 주는 아이였기에
모자의 외출은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누군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아이와 집 안에 꽁꽁 숨어 있을 수 없었다.
아이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야 했다.
말로 그림으로 배울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기에
그림과 영상이 아닌 실물로 만나고,
직접 경험할 수 있어야 배울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
동물원을 가고,
마트를 가고,
시장을 가고,
공원을 가고,
박물관을 가고,
산을 오르고,
바다에서 헤엄치고,
모래를 밟고,
눈을 만지며,
세상을 배워나갔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간식에 도시락에 쌌던 신나게 간 소풍이었지만,
아이가 텐트럼을 일으키며, 온 동네 들썩이게 시끄럽게 해서 부랴부랴 짐을 싸고 돌아왔던 일.
(*tantrum 성질을 부린다는 뜻으로 쉽게 통제되지 않는 분노 행동, 네이버 어학사전 일부 발췌)
여행을 가서 모처럼 풍광을 즐기며 오붓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밤새 자지 않고 소리를 내는 통에 숙소에서 빠져나와 밤새 낯선 여행지를 드라이브했던 일.
다 큰 아이의 소변 실수로 막 재미있어지려는 둘째를 달래 황급하게 자리를 떴던 일.
마트에서 장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도무지 이유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데 마트 전체를 가득 채울만한 큰 소리를 지르며 나와 남편의 팔을 꼬집고 깨무는 아이, 이것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데, 수군대며 계속 꽂히는 주변의 시선에 도망치듯 그 곳을 나와 아이에게 주차장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던 일.
밥을 먹이려 들어간 식당에 구석진 곳에 자리가 마땅치 않을 때, 여기는 안 되겠구나 싶어 바로 돌아 나온 일.
빵집에서 빵을 마음대로 움켜쥐고, 마트에서 과일을 베어 먹고, 뭔가를 망가뜨리고,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늘 한발 늦었고
돈이 없는 날은 어떤 곳에도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다.
망가뜨린 걸 사거나 물어주지 않으면 안 됐으니까.
한 권의 책을 써도 모자를 수많은 일들이 많았다.
그렇게 우리의 경험은 쌓여갔고,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만나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1학년 때 아이를 가르쳤던 특수선생님께서 첫 외출 수업을 다녀오시고 말씀하셨다.
○○이가 밖에 나가서 엄청 잘했어요.
사실 학교 밖으로 나갔을 때 잘할까 걱정했거든요.
어머님이 많이 데리고 나가셔서인지 학교에서보다 밖에서 잘해 놀랐어요.
부단한 외출의 시도, 여러 시행착오들 덕분이었을까?
세상을 만나는 것에 긴장이 낮아진 아이는 조금 더 편안하게 외출을 하고 있다.
아이가 여행을 기대하고, 새로운 경험에 신나 한다.
주말에는 아이와 극장을 가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이와 축구장을 가기도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한다.
현관문을 열고 아이와 세상에 나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 용기만큼 아이와 나도 성장했다.
세상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조금씩 얻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