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라는 이름을 거부한다

자폐라고 하기엔 세상을 너무 사랑하는 걸.

by 삶은 사람

우리 아이는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

물론 지적장애도 동반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 자페성 장애와 지적장애 모두 해당됩니다. 어느 것으로 하시겠어요?"

중복장애니 대표장애를 정하라는 뜻이다.

뭐든 지간에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 당시에는 중차대한 고민이었다.



왠지 지적장애에 비해 자폐성 장애는 무겁게 느껴졌고,

지적장애라고 하기에는 아이의 사회성이 통상적인 지적장애에 대한 기대 수준 이하였다.



그래도 지금 아이를 가장 대변하고 있는 장애는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때 아이가 여섯 살이었을 당시에는(물론 지금도 대체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먹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입으로 들어갔고, -아이가 클레이와 흙을 먹는 순간, 단골 유기농 식료품점을 끊었다.-

밤에 수면시간이 두 시간을 넘지 못했고,

입을 벌리고 내는 소리 조차 없었고,

싫은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구할 것 없이 꼬집었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여벌 옷을 필수로 갖고 다니며 시간맞춰 화장실을 억지로 다녀오게 해야했고

눈물 없는 울음을 울고, 뽀로로 외에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래. 지적장애치곤 너무 힘들잖아.

자폐성장애로 정하자!

감각적으로 문제가 확실히 있었기에 자폐성 장애로 정했다.



근데 자폐성 장애라는 말이, 뭔가 불편하다.

자폐(自閉).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한다. 무대가 있으면 올라가서든, 제자리에서 점프를 수없이 하든 지간에 이목받고 싶어한다. 일종의 관종병이 있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핸드폰에도, 사람들의 대화에도, 그래서 무심한 듯 앉아 다른 것을 하다가도 "너도 할래?"하고 물어보면 성큼 와서 하는 경우가 많다.

무서운 사람 무서워하고, 친절한 사람 좋아하고,

여행가는 거 좋아하고, 맛집과 카페 가는 걸 사랑한다.



자폐라는 단어 말고 없을까?

뭔가 갇혀있고 뭔가 괴리감있고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다른 것은 불편하거나 그 기능이 부족한 것을 용어로 삼았는데 (시각, 건강, 학습, 청각, 지적, 지체 등)

왜 자폐성 장애만 외부에서 보이는 특징적인 부분을 갖고 명칭이 되었을까?



나에게 용어를 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감각장애라고 하고 싶다. 물론 기존 장애명들과 혼동되는 우려는 있겠지만,

눈맞춤이 잘 안 되는 것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사회성이 더딘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의욕이 없어서 의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기, 가만히 듣고 있기, 가만히 감정의 동요를 견뎌내기가 힘들다.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고,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하고,

특정 느낌(식감, 촉감 등)이 아주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불려지냐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여진다.



장애에 어울리는 좋은 이름 구하기가 쉽겠냐만은

'간질'을 '뇌전증'으로 바꿨듯,

다른 장애명칭에도 보다 정확하고 순화된 명칭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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