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 아이는 아프지 않아요

그래서 낫지 못해요.

by 삶은 사람

주변에 비슷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주변에 소개할 때, 아이가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남편도 나도 그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근데, 우리 아이는 아프지 않다.

남들 다 호되게 앓는 코로나도 가벼이 지나갔고,

감기나 배탈 한 번 제대로 크게 앓은 적도 없고,

철마다 달고 있는 비염이 전부다.


적정 체중에, 토마토와 양파를 즐겨 먹는 건강한 식습관까지 갖추고 있는 아이는

건강해서 되려 훗날이 걱정될(?) 정도다.


근데 왜 우리는 아이를 아프다고 말할까.

딱히 소개할 말이 없어서 그렇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 아이에 대한 연민과 배려도 받을 수 있고

장애라고 말하는 것보다 조금 더 순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또 왠지 모르게, 아프다고 하면 언젠가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뭔가 지금은 짠한 상황이지만,

개선될 것 같은 여지를 주는 느낌이다.

푹 쉬고 나면,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도 종종 썼던 것 같다.

정말 이 장애를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병이 아니다.

장애다.

그래서 낫지 못한다.

그걸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는 병이 아니라 장애를 갖고 있다.


돌이켜보면 달리 보인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건강함에 감사하다.

완치될 수도 없지만, 또 악화되지 않음에 감사하다.


우리 아이는 건강하다.

장애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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