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단코 아이를 혼자 키우지 않았다.

기꺼이 같이 짊어졌던 선생님들께 감사를

by 삶은 사람


나를 키운 팔 할은 바람이었다.
-서정주, <자화상>-


고등학생 때 시 한 구절이 박히더니, 아이를 키우며 수없이 떠올랐다.

외롭게 뚜벅뚜벅 자라났을 화자의 고된 삶, 그것과 대비되는 담담한 어투.


나 혼자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리라 다짐하며 저 구절을 수없이 읊조렸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무엇에도 좌절하지 않고 기필코 해내서 증명하겠노라 호언장담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아이를 키운 건 바람도 아니고,

나 혼자도 아니고,

많은 이들이 있었다.

바로 선생님들이다.


네 살 때 보낸 장애전담어린이집에서 양칫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아이에게 물 뱉기를 가르쳐주시겠다며 수없이 아이에게 보여주셨던 윤 선생님. 물은 마시는 거라, 뱉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뱉은 날 너무 기뻐하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아이는 가글을 너무나 오랫동안 잘한다.


다섯 살 때 보낸 통합어린이집에서 매일같이 아이를 환히 반겨주며 기도해 주셨던 장 수녀님. 벼랑 끝에 매달린 우리 부모마저 잡아주셨던 수녀님.


어린이집에서 이 년간 담임하시면서 아이를 아이대로 봐주셨던 장 선생님. 얼마나 힘드셨을지 눈에 훤했기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위해 십 분 대기조로 있는 내게 늘 웃어주셨던 선생님.


초등학교 입학해서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신 박 선생님. 같이 웃고 울며 받았던 응원을 잊을 수 없다. 한 시도 편한 날 없었던 아이에게서 지칠 법한데도 버스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큰 상자를 개조해서 버스로 만들어 같이 타주셨던 선생님,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쏟아진다.


아이의 문제행동 때문에 교실 들어가는 게 민폐라고 전학을 가겠다는 부모의 말에 직접 쓰신 손 편지로 용기 내라고 되려 응원해 주셨던 김 담임선생님.


매일 부단히 살겠노라 다짐하면서도 삶에 치여 하루하루 채우듯 살아가는 엄마를 응원해 주시며 매일 너무나 고생하시는 한 선생님. 답보하는 아이의 수준에 늘 고민하시며 수업에도 생활지도에도 늘 너무 과분했던 선생님이시기에 감사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폐아이가 처음인데도 아이를 위해 같이 고민해 주시고 작은 발전 하나에도 기뻐해주시고 같은 반 아이로 당연히 생각해 준 고마운 김 선생님, 전 선생님, 윤 선생님.


학교에서 그림자처럼 함께 하며 지원해 주시는 사회복무요원 선생님.

매주 치료실에서 아이를 위해 애써주시는 선생님들.



나는 안다.

그들이 쉽지 않았을 거란 걸.

어떤 부분이 힘들었을지 절대 잘 알고 있다.

십사 년을 키운 부모인 나조차도 기복이 심한 아이를 대할 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무너졌다가 정신 차리기를 반복하는 데...

그분들은 오죽 힘들었을지 .내 경험과 고통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진심이셨고,

기꺼이 함께 해주셨던 그분들이 있어,

아이도 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밤하늘의 달처럼, 아이에게 응원과 길이 되어준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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