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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사람 Jul 09. 2023

훌훌 털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렴

훌훌(문경민, 창비)


주인공 서유리는 고등학교 2학년,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성인이 되어 이 집을 나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유리의 가정은 복잡하고 짠하다. 자신을 입양한 엄마는 3년을 살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맡기고 집을 떠난다. 그 뒤 십 년이 지난 지금, 엄마의 부고와 함께 엄마의 아이, 11살의 연우를 맡게 된다.


할아버지의 긴 외출 중 유리는 연우를 보며 자신을 마주한다. 엄마의 죽음으로 갑작스러운 전학, 몇 반인지도 모르고 교과서도 양말도 없이 갈 곳 없이 있던 연우. 꾸역꾸역 살아가던 자기와 닮아있다.

연우는 아동학대 피해자이자 엄마 사고사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된다.  

  

유리 곁에는 친구 주봉과 미희가 든든하게 함께 한다. 물론 가정사는 비밀이지만, 동아리를 하게 되며 세윤과도 함께 한다.


불륜, 이혼, 음주운전과 관련된 풍문을 몰고 온 나이가 지긋하지만, 진정 어린 담임선생님의 존재도 유리에게 혼란과 측은지심을 일으킨다.


잦은 여행이라며 속여온 할아버지의 복막암 투병 역시 차가워진 유리의 마음을 녹인다.


공개입양으로 성장한 세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세윤이 알려준 영상을 통해 자신의 친부모와 입양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된다.

 

자신이 언젠가 친부모를 찾아, 꼭 마주하겠다고 다짐했던 부모는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로 자신을 입양한 엄마의 아기와 남편과 함께 사망했다. 피해자였던 여자는 사망해 버린 가해자 부부의 아기를 지켜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버리고 싶었으나, 상처의 무게에 어머니는 새로운 삶을 놓아버리고 힘겹게 살아가다 죽고 만다.

 

입양 가정이 언급되나,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삶의 굴레와 상처를 빗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치열한 성장통, 용서, 회복이 담겨 있다.


나뭇가지가 자라다가 부러진 자리를 옹이라고 한다. 옹이는 나무를 단단하게 만든다.


누구나 저마다의 옹이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상처를 용기 있게 마주하고,

제목처럼 훌훌 털고, 훌훌 날아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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